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연속 행동 두 번째

“죽음, 파괴된 삶, 지속되는 고통”
산재사망·재난참사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

○ 일시 : 2020년 8월 12일 수요일 오전 11시
○ 장소 : 세종문화회관 계단
○ 주최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피해자 발언①] 처벌되지 않은 책임자로 인해 받는 고통

손수연(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SK케미칼이 공급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고 폐손상피해를 입은 아이의 엄마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너무 오래되었고 가해 기업도 처벌받은 것 같고 다 끝난 문제 아닌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피해조사 과정도, 피해보상 문제도, 가해 기업 처벌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되어 현재까지 사망자가 1500명이 넘었으며 그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 중 일부 소수는 피해에 대한 인과 관계를 인정받아 치료비와 장례비 등을 지원받고 있지만, 피해자들 전체 수에 비하면 그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고, 미흡합니다.

무엇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가장 큰 문제는 1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심각한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조사 과정이 매우 미흡했습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문제가 알려지고 피해자들은 2012년 제조 ․ 판매사들을 형사고발 하였으며 그 이후에 2차, 3차 형사고발을 하였지만, 검찰은 3년 6개월이 지난 후인 2016년에야 비로소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옥시와 롯데만 형사처벌을 받았고, 가습기 살균제를 세계 최초로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의 원흉인 SK케미칼은 기소조차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조사 과정이었습니다. 2019년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가해 기업에 대해 재수사 형사고발을 하여 드디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함께 기소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알려지고 10년 만에 잡은 기회입니다. 15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살인기업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또한 원료를 제공한 SK케미칼뿐 아니라, 판매한 기업은 옥시, 롯데, 애경, 홈플러스, LG, 이마트, 다이소, GS리테일, 등 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모두 그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LG화학은 최근 인도공장 독가스 누출 사고로 많은 인명피해를 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현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도 국내에서 옥시, 애경 다음으로 많이 판매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처벌도 받지 않고 있으니 인도 공장 독가스 누출 사고에 대한 대처 자세 또한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이라 보입니다.

LG화학과 같은 반복되는 사고와 그에 따른 소극적인 사태 해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은 많은 가해 기업들을 철저히 조사해서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참사입니다.

흡입 독성 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고 소비자의 안전에는 무관심한 가해 기업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화학물질로부터 좀 더 안전한 미래가 마련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장발언①] 반복되는 중대재해, 그 책임을 묻습니다.

김진영(민주노총 동해삼척지부장, 삼표시멘트지부 조합원)

 

■ 중대재해가 남긴 트라우마

□ 19년 8월 14일

후진하는 중장비(스카이 차량)에 치어 사망

□ 20년 5월 13일

기계설비 보수작업 중 계량벨트 스크래퍼 불시운전으로 머리와 목이 끼어 사망

사고발생 추정시간 오전 9시20분, 재해자 발견시간 오전 11시경. 노동부 태백지청, 강원지청은 1년에 3명이 사망해야 특별근로감독 실시 가능하다고 함. 수시감독 진행. 동일설비 재가동에 대해 문제제기했지만 태백지청장은 “같은 사고 발생시 자기 직을 내려놓겠다” 며 15일 작업중지 명령해제. 산재사망사고 트라우마에 노출된 노동자들(현장목격 8명 정도)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심리상담 치료, 휴가 등) 현장에 작업배치

재해자 시신 수습에 참여하고 이후 공장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왔던 삼표지부 노안부장 김경래 동지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쏟아지는 비난까지 받으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6월 2일 서울 녹색병원 입원치료. 퇴원 후에도 통원치료를 받으며 현재까지 출근도 못하고 있는 상태 (불면증, 어지러움, 불안감, 구토 증상 등)

□ 20년 7월 31일

기계설비 보수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 불시운전으로 원료 호퍼로 빨려들어 가면서 7미터 아래로 추락, 사망.(호퍼 내부온도 100도~150도) 사고발생 추정시간 오전 9시, 재해자 발견 오전 9시 30분경. 즉시 현장 폐쇄. 특별근로감독 실시 중

 

지난 5월 산재사망 사고 이후 삼표 자본과 노동부는 명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하지 않았다. 근로감독은 조속한 설비 재가동을 위한 것이었다. 3개월도 안 되어서 같은 사고가 일어난 것이 그 명백한 증거이다. 5월 산재사망 이후에 현장의 노동자들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듣지 못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듣지 못했다. 사고 이후에 정기적으로 받는 안전교육에서는 사람의 실수가 원인이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원청 사업주의 책임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기계설비가 노후화되고, 안전상 미흡한 부분, 위험한 환경요인은 당연히 개선해 나가야 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원청은 실시간으로 무전을 통해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소통하지만 하청은 무전기가 없다. 원청이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소통이 되지 않아 누군가는 멈춰있는 설비를 보수하기 위해 접근하고 그 상황을 모르는 누군가는 그 설비를 작동시킨다. 그래서 또 죽는다. 불법파견에 걸릴까 무전기를 주지 못한다면 최소한 작업현장에 안전관리자라도 배치했어야 했다.

당장에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서는 사람을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자본에 대해 모든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안전을 위한 비용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산재사고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면, 그리고 원청 기업주가 강력하게 처벌된다면 안전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7월 31일 산재사망사고 현장에 근무하던 또 다른 노동자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오늘까지도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출처: 강원도민일보

 

 

[현장발언②] 고통 속에 남겨진 피해자들

김영환(2017년 노동자의 날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사고 피해자인 김영환입니다. 이렇게 피해 사실을 발언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김용균재단 및 여러 단체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2017년 5월 1일 노동절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마틴링게 작업현장에서 일하다가 크레인이 붕괴하면서 하청 작업자 분들이 사망하고 상해를 입은 것을 목격한 사람입니다. 사고 후 제대로 된 조치, 사과, 배상은 일절 받지 못하였고 2017년 9월경에 저 스스로 개인 정신과병원에 방문하여 치료를 받기 시작한 후 마산․창원․진해에 활동하시는 산재추방연합회 분들의 도움을 받아 2018년 5월경에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지금은 물론 산재요양 기간은 종결이 된 상태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근로복지공단, 노동부등 정부기관에서는 산재 피해자인 저에게 손 한 번 내밀어주지 않고 무성의로 일관하고 민간단체인 산재추방연합회에서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셔서 산재인정을 받게 도와주셨습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왜 정부기관에서는 손을 놓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고 시민활동가나 단체에서 피해자를 구제해주는 이 현실이 저는 참담한 기분이 듭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후 협력업체 관계자를 통해 사고피해자에 관한 정보 피드백을 수집한다는 미명하에 피해를 호소하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입었지만 치료는 안 받아도 된다는 각서를 받기 시작하였고 각서를 요구하는 현장 분위기는 각서를 작성 안 하면 저는 물론 제가 속해 있는 팀을 해체시키고 쫓아버리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각서를 쓰게끔 조정해왔습니다.

사고 후 저는 매일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무기력증과 우울감, 더 나가서 심각한 가정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하였고 제 큰아들은 3년이 지난 아직도 저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합니다. 올해 6월부터 제 안사람은 이러한 폭력적이고 정상적이지 않는 가정에서 벗어나고자 이혼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혼문제로 또다시 저랑 대립하고 있습니다. 산재 사고로 인한 가정불화 가정해체가 말로만 들었지 저에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삼성은 사업보국(事業保國)이라는 창업이념과 경영철학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사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코로나로 힘든 시기 대구광역시에 300억이라는 거액을 기탁하고 최근 장마로 인한 피해를 본 수해지역을 위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30억을 기부하였습니다. 이러한 회사가 산재피해를 당한 직원이나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오직 무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사업보국(事業保國)이라는 현판을 떼어내고, 인명경시(人命輕視), 책임회피(責任回避), 노동착취(勞動搾取) 이 세 가지를 가치로 경영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 사건의 2심 재판에서 삼성측 변호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이 고통을 끊자”고통에 고자도 모르고 책임회피만 하는 자들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고통을 끊으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법이 완성되어 힘없는 노동자와 서민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합니다.

삼성중공업은 산재사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라!!!!!!

 

감사합니다!

 

재해발생일 원청 하청 재해유형 사망자수 부상자수
2012-03-20 삼성중공업(주) 태원기업 떨어짐(추락) 1
2012-07-03 삼성중공업(주) (주)태일 감전 1
2015-02-12 삼성중공업㈜ 청경산업 추락 1 0
2016-04-21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성해산업 베임 1 0
2016-05-14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신우전기 전도 1 1
2017-05-01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동양산전 등 무너짐,내려앉음(붕괴,도괴) 6 25
2018-11-13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인화기업 기타 1 0
2019-04-02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기타 1 0
2019-04-15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기타 1 0
2019-05-04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호산기업 맞음 1 0
2019-10-27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기타 1 0

 

 

[현장발언③] 코로나19 피해도 노동자에게만, 책임은 누가 지나?

쿠팡 부천신선센터 코로나19 확진 피해노동자

 

저는 보건 전과자입니다. 저는 앞으로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보건 당국에게는 관심 대상자일 수밖에 없고 가족, 친지 그리고 지인들과 이웃들에게는 당분간 주홍글씨를 지니고 살아가야만 하는 쿠팡발 부천신선센터 코로나19 확진 피해 노동자 입니다.

저는 확진 판정 후에 폐쇄된 1인실 병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폐쇄된 음압 1인 병실에서의 하루하루는 너무나 불안했고 입원 1주일 후 5일 간격으로 실시된 검체 검사날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감마저 느끼던 와중에 저는 계속되는 양성판정 결과로 인해서 정신이상이 올 정도로 극심한 심리불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입원 한 달째 즈음해서 저에게는 정말 다행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완화된 지침으로 입원 한 달만에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질본의 지침이 완화되지 않았다면 전 지금도 퇴원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퇴원 마중을 나온 아내에게 저는 완화된 지침 전 입원상태라면 차라리 징역살이가 더 나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왜냐하면 면회도 일절 없이 폐쇄된 공간에서 검체 음성결과과 나오기 전에는 절대 나가지 못하는 기약 없는 무기한 입원은 정말 정신적으로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퇴원 후 집에서는 가족들도 권하고 제 자신도 가족들과 마주쳐 생활하기가 꺼려져서 자체격리 생활 중입니다. 같이 살았던 처남과 처형은 불안감에 따로 방을 얻어 분가를 하였고 어느 날 거실에서 마주친 아들은 몸을 약간 움찔하면서 저를 살짝 피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정말 서운하고 현재의 상황이 비참했지만 현재 시국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하고 참으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이렇게 확진자의 고통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들까지 일파만파인 너무나 크나큰 고통인데 쿠팡 측은 코로나19에 안일한 대처로 노동자들이 감염된 것이 확연함에도 불구하고 입원 시 그 어떠한 위로의 전화나 문자 한 통조차도 없었고 퇴원 후에도 역시 위로나 재발방지, 보상에 관련된 그 어떠한 대책이나 입장표명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쿠팡발 코로나19 사태가 정말 이렇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인지 사측에 꼭 묻고 싶습니다.

요즘에도 아파트 제일 위층에 사는 저는 부득이한 외출 시에 아직도 내려 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 내려갑니다. 이웃 주민들과 마주치기가 두려워서입니다. 집안에서는 재채기 한번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눈치를 봅니다. 먼 훗날 아들이 결혼해서 손주를 본다 해도 뽀뽀는커녕 꼭 안아 볼 수나 있을런지… 걱정이 앞섭니다.

 

저는 보건 전과자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끝으로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들은 반드시 처벌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