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도덕적 해이 극심
법 규정 무시·납품비리 의혹·금품수수 잡음 이어져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전력이 법 규정을 무시하는 행태를 20년간이나 저질러온 사실이 국정감사 결과 드러났다. 납품비리 의혹과 금품수수와 관련된 잡음도 꼬리를 잇고 있다.
이 때문에 부당한 업무처리, 공금횡령 등으로 인한 직원 징계와 범죄건수 등이 산업자원부 산하 기관 중 가장 많아 ‘방만한 공기업의 표상’이라고 할 정도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오영식(대통합민주신당·서울 강북구갑)의원이 한전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전 배전용 주상변압기 180만대의 20% 가량인 약 41만대에 환경유해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변압기의 절연유에 포함된 PCBs는 한전이 그동안 사용해오다 ‘전기설비기술기준 고시’ 등 법규에 의해 환경유해물질로 분류돼 지난 1979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따라서 변압기에 이 물질이 포함되어선 안 되지만 현재까지도 신규 구입 변압기에서 이 PCBs가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측이 20년 넘게 법을 어겨온 셈이다. 한전측에 따르면 현재 매년 발생하는 폐변압기는 10만대 가량. 이 중 PCBs가 허용치(함유량 2ppm) 이상 포함된 폐변압기를 소각등을 통해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연간 180억~250억원 가량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 납품비리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산자위 이상열(민주당·전남 목포시)의원에 따르면 국가청렴위원회는 지난 7월26일 계약내용과 다른 제품을 한전에 납입해 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업자를 신고한 제보자에게 7780만원을 지급했다. 부정부패 신고제가 도입된 2002년 이후 최고액. 그러나 이 업체는 한전으로부터 3개월 자격정지 등 경미한 처벌만 받은 채 기자재 납품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으로드러났다.
한편 한전은 산자부 산하 공공기관 중에서도 징계나 범죄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003~2006년까지 한전이 벌인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된 건수를 보면 행정상 조치가 2661건으로 연평균 665.3건, 재정상 조치(변상·회수·환불 등)가 총 830건에 1350억원에 달해 연평균 220건, 338억원이나 됐다.
비위 유형을보면 위법, 부당한 업무처리 등 직무태만이 102건(43.4%)으로 가장 많고, 금품·뇌물·향응수수 등 청렴의무 위배가 55건(23.4%)이었다. 특히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직원은 지난 4년간 총 42명으로 연평균 약 11명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