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크롬이 뭐길래’..시멘트 중금속 논란
국내 시멘트업계 ‘환경훼손산업’ 인식 불식에 총력
입력 : 2007.10.14 11:49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요즘 시멘트 업계는 위기 상황이다. 시멘트에 인체에 유해한 산업 폐기물이 검출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멘트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맞아 시멘트 업계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시멘트업계 중금속 문제, 대체 연료 활용 논란 직면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의 라파즈한라 옥계 공장. 시멘트 생산을 위한 킬른(시멘트 소성로)시설 옆에는 산업 폐기물에 대한 안정성을 사전에 조사하는 연구동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 연구동에선 시멘트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산업 폐기물의 시료를 채취해 유해성 검사를 거쳐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 같은 시설은 비단 라파즈한라 뿐만 아니라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등 국내 굴지의 회사들은 모두 갖추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이 같은 시설을 갖춘 데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중금속(6가 크롬) 문제와 대체 연료 활용 논란과 무관치 않다.
시멘트는 석회석과 규석, 철광석 등을 섭씨 1450도 이상의 고온으로 태워 만든다. 이를 만드는 연료로는 석탄이 주로 쓰였지만 고가(高價)의 화석 연료는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국내 업체들은 산업 폐기물 연료(대체 연료)를 일부 사용하고 있다. 산업용 플라스틱, 폐타이어, 목재 등을 석탄과 섞어 태우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멘트 회사들은 1990년을 전후에 보편화돼 있고, 국내 업체들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나가는 것이다.
◇유럽 ‘산업 폐기물 소각’ 50% 육박, 국내 시멘트 ‘환경 훼손산업’ 인식
그러나 유럽과 국내는 이 같은 시멘트 생산 방식에 대해 인식의 차이가 크다.
단적으로 한국 시멘트 회사들은 일부 산업 폐기물을 돈을 주고 사들이는 데 비해 유럽에선 폐기물을 들여오면서 오히려 돈을 받는다.
라파즈한라 관계자는 “유럽의 기업이나 지자체들이 현안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폐기물 처리”라며 “섭씨 1450도인 시멘트 소각로는 산업 폐기물 처리에 최적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기업이나 지자체들이 오히려 돈을 주고 폐기물 처리를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시멘트 업계의 폐기물 연료 사용 비율은 5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 시멘트 산업의 경우 폐기물 사용에 따라 시멘트 산업은 환경 훼손 산업이란 인식이 굳어져 있다. 폐기물 사용이 시멘트에 포함된 중금속(6가 크롬)의 양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의 경우 반죽 상태가 아닌 건축물 등 굳은 시멘트에서는 6가크롬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돼 유해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상태다.
그러나 국내 환경단체들은 시멘트에서 수은과 6가 크롬 등 유해 중금속물질이 검출됐으며 폐기물을 활용하는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시멘트 유해성 논란이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상황이 이쯤되다 보니 산업폐기물을 시멘트 소각로를 통해 처리할 경우 오히려 경제적·친환경적이라는 주장도 국내에선 설 자리가 비좁다.
수원대 환경공학과 최우진 교수는 최근 ‘순환자원처리방법에 따른 라이프 사이클 평가(LCA)’ 연구를 통해 시멘트 1t을 생산할 때 유연탄 대신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할 경우 폐기물이 유연탄 16kg을 대체해 연간 79만t의 유연탄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시멘트 1t당 8.7kg, 연간 43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멘트 업계가 폐기물을 시멘트 원료나 소성로 연료로 사용할 경우 소각, 매립에 드는 처리비용 1740억원이 절감되고, 수도권 매립지 수명을 약 3년 정도 연장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내다봤다.
최 교수는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시멘트 업계의 산업 폐기물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 반면 국내에서는 분리수거의 어려움과 시민단체 등의 부정적인 인식, 관련 법 미비 등으로 사용량이 일본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멘트 업계 환경문제 대응책 마련 부심
국내 시멘트 업계는 환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업체는 유해 물질에 대한 자체 환경 기준치를 만들고 시멘트의 친환경성을 홍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양회협회는 최근 군산대에 연구 용역을 주고 시판 시멘트의 유해 발암 물질(6가 크롬) 함유 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시멘트 업계가 자발적으로 유해물질 조사에 착수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업계가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한국양회협회 관계자는 “국내 시멘트 원료가 되는 산업 폐기물의 유해성이 실제보다 부풀러져 있고, 이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감추는 것보다는 자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는 차원에서 조사와 결과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양회협회는 이와 함께 환경부와 공동으로 ▲ 정기적으로 중금속 함유량 측정 결과 공개 ▲ 중금속 함유가 높은 제철소 슬래그 사용 금지 ▲ 사전 유해 물질 반입 검증 강화 ▲ 자체 관리 규정을 통해 6가 크롬 함유량 대폭 감소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