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정신질환, 개인 문제 아니라 노동조건 문제”
도시철도 기관사 정신건강진단 결과에 공공운수연맹, “1인 승무 폐지”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 2007년10월26일 13시56분
“1인 승무, 인력감축에 따른 당연한 결과”
국내최초로 이뤄진 도시철도 기관사 정신건강진단에서 기관사들이 일반인의 7배나 많은 수가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공공운수연맹은 성명을 내고 “도시철도 승무 노동자의 스트레스, 정신질환율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것은 1인 승무, 인력감축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카톨릭대 성모병원 산업의학과가 도시철도에서 일하는 기관사 961명 중 8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고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노동환경 자체가 기관사의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들의 경우 1년 안에 정신질환이 발생할 비율이 일반인에 8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연맹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 철도, 지하철 승무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라며 “승무 노동자의 정신질환은 결코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승무 노동의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철도와 도시철도공사는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이 사고경험이 있는 신청자에게만 산재를 인정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공공운수연맹은 “많은 숫자가 산재를 신청했으나 사상사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산재가 인정되지 않았었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산재인정의 기준이 단지 사상사고 경험자로 규정되고 있는 현재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공공운수연맹에 따르면 04년부터 산재로 인정받은 지하철 노동자는 도시철도공사에서 10명, 서울메토로에서 10여 명에 불과하다.
“시민 안전과 노동자 건강 위해 1인 승무 폐지”
현재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1인 승무’에 대해서도 공공운수연맹은 “1인 승무는 폐지되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성모병원 산업의학과도 1인 승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2인 승무는 평소에 승객의 안전을 담당하고, 이례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2차 사고 발생의 예방, 사고발생 기관사의 정신건강보호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공운수연맹은 “대구지하철 참사가 확대된 것도 1인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초기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에서 기인한다”라며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 하는 차원에서 모든 도시철도의 1인 승무는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공공운수연맹은 최근 철도와 지하철 등에서 인력감축 시도, 도시철도의 인력 1/3 감축, 무인매표, 무인운전 등의 정책이 나오는 것에 대해 “당장 폐기되어야 할 것”이라며 “공공기관은 돈을 벌어 이윤을 남기는 곳이 아니라 더 많은 국민에게 적절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