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災 장의비도 임금 차별
[2007.10.29 17:36]

전기업종의 D실업에 다니던 K씨(46)는 근무 중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월급 약 327만원인 K씨에게 근로복지공단은 장의비로 1176만원을 지급했다.

D화물에서 기사로 일하던 또 다른 K씨(40)는 근무 중 교통사고로 숨졌으나 장의비는 800만원이었다. K씨 월급이 200만원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승길에도 임금차별이 있다.

현행 장의비는 생존 임금 120일치를 기준으로 최저 800만원에서 최고 1176만원까지 차등을 두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일수록 장의비 지원이 더욱 절실한 데도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29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산재 장의비는 1821명에게 171억원, 지난 한해 2430명에게 221억6200만원이 지급됐다.

“죽음 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에 따라 노동부는 올해 정부차원으로는 최초로 전국단위 장의비 실태조사에 나섰다. 표준비용을 산출해 임금차별 없는 평등한 장의비를 지급하자는 취지였다.

을지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조사에서 빈소비용은 평균 91만6000원, 가장 많이 선택하는 비용(최빈비용)은 전체 14.3%인 80만원, 중간 수준 비용은 78만원이었다.

수의비용은 평균 64만2000원, 음식비용 평균 212만1000원, 이외 매장·화장비용 등 수백만원이 별도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를 기초로 표준 장의비를 산출한 결과 평균비용, 최빈비용, 중간 비용 등 각 기준에 따라 최저 988만8000원에서 최고 1175만9500원까지 5가지 안이 나왔다.

연구팀은 특히 평균치와 최빈비용, 중간 비용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4안 1088만5000원을 가장 타당성 있는 표준 장의비로 제시했다.

이 같은 계산에 따르면 월급 270만원 미만인 근로자는 평균 장의비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독일의 경우 모든 피보험인 표준 소득의 7분의 1, 벨기에·덴마크는 평균일급의 30배, 핀란드·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정액 일시금을 지급해 임금격차를 이유로 장의비를 차별하지 않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 같은 연구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시기 상조’라며 시행을 미루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역이나 종교에 따른 장례절차의 차이, 천차만별인 장례용품 가격의 차이 등 장의비를 표준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죽음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임금수준 차이에 따른 수급자 간의 차등 지원은 갈등현상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산재보험 사망자에 대한 책임과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표준 장의비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기준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hchoi@fnnews.com 최경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