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국제환경상 일본 측 수상자로 선정된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BANJAN)가 지난 5월 방한해 한국 관련 단체들과 함께‘석면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심포지엄’을 가졌다. /마이니치신문 제공
석면 위험 알려 사용금지법 이끌어
한일 국제환경상(The Asian Environmental Awards)은 조선일보사와 일본 마이니치신문사(每日新聞社)가 동북아시아 지역의 환경 보전에 공로가 큰 개인이나 단체를 발굴해 매년 공동으로 수여하고 있다. 환경 보호와 개선을 위해 힘써온 사람이나 단체는 누구나 수상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수질과 대기, 생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운동가와 시민단체, 우수한 환경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한 지방자치단체, 획기적 기술 개발로 환경 오염 방지에 기여한 과학자들이 이 상을 받았다. 후보자는 한국과 일본의 환경 분야 전문가, 환경단체, 관심 있는 개인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양국의 사무국은 각각 1차 심사를 통해 5~6명 안팎의 후보를 뽑아 심사위원회에 올리고 심사위원회는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 선정 기준은 공익성, 지속성, 파급효과 등이다. 13회째를 맞은 한일 국제환경상의 경과와 올해 수상자들의 공적을 소개한다.
▲ 한·일 국제환경상 일본 측 수상자로 선정된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BANJAN)가 지난 5월 방한해 한국 관련 단체들과 함께‘석면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심포지엄’을 가졌다. /마이니치신문 제공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석면대책회의·BANJAN)는 석면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예방하고 석면 사용 금지를 목적으로 1987년 11월에 결성되었다. 1986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석면사용안전에 관한 조약’이 의결됐는데, 일본 정부에 이 ILO조약의 비준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여 석면대책회의를 창립했다. 이 모임엔 전일본자치단체노동조합, 전국건설노동조합총연합, 일본소비자연맹, 전국노동안전센터 등 주요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석면대책회의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일본 사회에서 석면 피해에 대한 인식 수준은 낮았다. 석면은 호흡기에 들어간 뒤 30∼50년의 긴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석면대책회의는 1992년 사회당을 통해 석면 사용을 금지하는 ‘석면규제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안은 심의도 받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 단체의 후루야 쓰기오(古谷杉郎) 사무국장은 “그 당시 법제화됐더라면 이후 십수년간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석면대책회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석면 금지 운동을 계속 벌여 마침내 2004년 일본에서 석면 사용을 금지하는 입법을 이끌어냈다. 이후엔 석면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운동에 매진했다.
석면대책회의는 일본 내 활동에만 그친 게 아니다. 한국의 환경단체와 석면 피해자 등과 교류하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5월엔 한국의 환경운동연합과 한·일 공동 심포지엄을 주관하기도 했다. 석면 수입의 절정기가 일본이 1974년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은 1990년대 전반기로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특히 한국은 아직 제품 수입이 금지돼 있지 않아 앞으로 피해자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심포지엄에서 석면대책회의가 발표한 석면 피해의 예방과 피해 구제에 관한 일본의 경험은 한국 환경전문가와 단체에 큰 교훈이 됐다. 석면대책회의 덴묘 요시오미(天明佳臣) 대표위원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과의 직접적 교류 경험이 석면 사용금지와 피해 구제운동을 크게 발전시켜 왔다”며 “석면 피해는 앞으로 대폭 증가될 것으로 예상돼 피해 현장을 중심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석면대책회의는 결성 20주년을 기념하여 다음달 23~24일 요코하마에서 ‘모든 석면 피해자·가족에게 공정·평등한 보상을 요구하는 국제석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환경전문가들이 석면 피해와 구제 방안 등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