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 쟁취를 위해 떨쳐 나서자!

현미향 (울산 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노동재해 산업재해상담 : 288 – 3356

울산노동자신문 73호

이 땅 노동자의 52%에 이르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계약직, 파견, 용역, 일용공, 임시직 노동자 등으로 분류되며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최저생계비 수준의 임금을 받고 혹사당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사회단체들이 ‘비정규직 철폐 100만 서명운동본부’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3권 보장,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철폐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이라도 이런 흐름들이 형성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는 어떨까?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현실

울산지역은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사업장이나 업무는 같은 회사에서도 작업환경이 훨씬 열악하다. 대부분의 하청기업들이 장비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없이 운영되고 있고, 작업환경 개선이나 안전교육, 산업재해 예방활동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동재해나 직업병 예방을 위해 지급되는 최소한의 보호구는 필요한 만큼 충분히 지급되지 않으며 심지어는 아예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유해공정에 배치되기 일쑤고, 힘들고 지저분한 곳에 투입되어 일을 한다.
그 뿐인가? 잔업, 철야, 특근을 강제로 해야 하고, 노동강도와 현장통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세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 스트레스와 휴식 부족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산재사고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얼마 전 노동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재해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노동부가 지난 4월 46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규직 노동자의 재해율이 0.21%인데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재해율은 0.35%로 나타났다.
건설업의 경우도 정규직 0.66%, 비정규직 0.77%로 재해율이 나타났다.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자료에 근거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크고 작은 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실제로 지난해 8월과 9월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 15명 가운데 11명이 하청노동자였다는 사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보여준 가슴 아픈 사례들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산재보상은 그림의 떡

사고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업체의 압박에 의해 대부분 산재보상신청을 포기해야 한다.
하청업주가 원청과의 관계나 산재보험료율의 인상 때문에 공상이나 의료보험으로 자가 치료를 하도록 강요한다.
만약 산재를 하게 되면 십중팔구는 사직을 해야 하거나 부당 해고를 당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파도 참고, 다쳐도 얼마 안 되는 임금을 쪼개 자가 치료하고, 병들어도 자기가 알아서 치료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사회보장제도로서 산재보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을 요구하자!!

이 땅에 민주노조가 생기면서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이러한 노력으로 산재보상법과 산업안전법이 개정되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법들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의 위협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 당당하게 요구하자! 그리고 투쟁하자!
정규직 노동자들도 하청노동자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안전보건에 대한 권리들이 하청노동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투쟁하자!
하청노동자들 스스로 안전과 보건활동을 할 수 있는 산안보건위원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위촉할 수 있도록 요구하자!
안전교육, 안전점검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정규직 노동조합과 함께 투쟁하자! 산재를 신청했다고 쫓겨나는 동료가 생기지 않도록 공동대응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쟁취 투쟁에 떨쳐 나서자!!

2002년11월04일 14:26:37
클리핑기사(chamnews@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