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가 대외비로 분류해 작성한 사망 노동자 유족들의 가계도. 입수된 자료만 8장 분량이다. 작성된 가계도에는 “실질권한자’까지 기록해 놓았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한국타이어

산재로 죽은 직원 ‘가계도’까지 그려 관리
한국타어어 노동자가족 뒷조사 파문… 1년반새 11명 줄줄이 사망
심규상 (djsim) 기자

한국타이어에서 1년여 동안 11명의 노동자가 줄줄이 사망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사측이 사망한 노동자 가족들을 뒷조사한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이 드러났다. 이 문건에는 사망자의 가계도를 작성하고 일가족의 특성까지 꼼꼼히 담겨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내부기밀이라고 표시된 ‘사망자별 가계도’ 문건을 보면 올해 사망한 8명의 회사원 가계도가 도표로 정리돼 있다. 여기에는 사망자를 중심으로 부모·형제자매·사위·조카에 이르는 3세대의 이름과 나이·거주지·직업을 비롯 학력·종교 등이 정리돼 있다.

이같은 기록은 사측이 유가족들과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올해 사망한 A씨의 가계도에는 “실질적인 실권자임” “큰 아버지의 양자로 등재돼 있음” “가족사에 대해 결정권한 없음” 등으로 기재했다.

사망한 B씨에 대해서는 부인 가계도까지 작성했고 “비만체형” “거주상황으로 볼 때 시댁보다 친정 쪽에서 지속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판단” 등으로 썼다. “…에 대한 보상금으로 형제간 배분경쟁이 있음” 등 내용도 담겨 있다.

또 각 유가족별로 팀장급을 책임자로 전담직원도 기재돼 있다. 회사내 사망한 노동자와 친분 관계를 담은 내용도 들어 있다.

유가족 사생활까지 조사… “중독 판정 받자마자 사표 강요”

이에 대해 한 유가족은 “사측이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처리를 방해해 왔다”며 “사측이 유가족의 단점을 찾아 산재처리와 보상 등을 유리하게 할 의도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대전시당도 “사측이 뒷조사를 통해 유족을 회유하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뒷조사 자료가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4일 밤 방영된 MBC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가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지 등 유가족들을 돕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재직당시 유기용제 중독 판정을 받고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이모씨(59)는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기용제 중독 판정을 받자마자 사측이 사표부터 내라고 강요하고 산재승인마저도 협조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부인도 “당시 사측에서 찾아온 한 직원이 ‘(사표를 안 쓰면) 나까지 잘리게 생겼으니 사표를 내달라고 간청했다”며 “사표를 내자 회사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장에서 쓰이는 화학약품, 쥐에 실험했더니…

한편 최근 1년 여 동안 한국타이어 직원 가운데 11명이 노동자가 사망한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로 ‘화학약품 중독’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실험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시사매거진 2580>은 4일 밤 잇단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의 원인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화학물질인 솔벤트에 의한 실험 결과를 보도했다. 2580 취재팀이 한국타이어 현장에서 현재 사용되는 솔벤트를 확보해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것.

실험결과 솔벤트를 흡입한 쥐들은 1시간 정도 지나자 경련을 일으키며 운동성이 크게 저하됐다. 또 솔벤트를 흡입한 쥐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뇌와 심장근육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높아진다는 CPK지수가 흡입하지 않은 쥐들(32 IU/L)보다 최대 7배(229/IU/L) 가까이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실험을 벌인 한양대 독성학 연구실 이병무 교수는 “솔벤트가 행동위축은 물론 심장근육에 이상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장시간 노출시 경우에 따라 심장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망한 한국타이어 노동자 중 절반이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으로 사망해 이같은 실험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솔벤트의 독성과 관련 “예전에 사용하던 솔벤트의 사용을 중지시켰다”며 “예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현재 사용하는 솔벤트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는 지난 1년 반사이 모두 11명이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심근경색과 심장질환·폐암·사고사 등으로 자살까지 포함하면 14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유독성이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근무환경과 과도한 업무량에 의한 스트레스 등이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사인규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