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중피종 17%, 석면공장 근처 살았다
일본 ‘구보타 파동’과 같은 악성중피종 집단 발병 가능성

우리나라에서도 석면공장 노동자 뿐만 아니라 인근지역의 주민들에게도 일본의 ‘구보타 파동’과 같은 악성중피종 집단 발병 가능성이 제기됐다.

악성중피종은 흉막, 복막, 심막 등의 체강장막을 덮고 있는 종피조직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환자의 80~85%는 직업적·환경적으로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잠복기간은 10년~30년이며, 진단 후 평균 8개월 내에 사망하는 치명적 질환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은 1일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부산대 의대 강동묵 교수와 함께 전국 46개 석면제조사업장과 1997~2006년까지 전국의 악성중피종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석면공장 인근 지역 거주로 인한 악성중피종 발생 실태를 분석한 결과, 직업성 석면노출을 제외한 악성중피종 환자의 17.3%가 석면공장 반경 2km 이내에 거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석면공장으로부터 반경 2km 이내에, 공장이 가동되는 동안 3년 이상 거주하고, 악성중피종이 발생하기까지 잠복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로 가장 엄격하게 분류한 경우에도 전체 환자의 12.2%가 석면공장 인근지역 거주로 인해 악성중피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단 의원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2007년 9월까지 파악된 전국의 82개 석면제조사업장 중 46곳과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발생한 전국의 악성중피종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종합분석했다.

다만 이번 분석은 환자들이 실제 거주했던 거주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하지 못하고 행정자료만을 사용한 점과 석면공장의 분포와 가동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노출규모에 대한 과소평가 가능성 등의 한계로 지적됐다.

일본에서는 2006년 한 해에만 3000여명이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및 석면폐증, 폐암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 의원은 “우리나라도 지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광범위하게 석면을 제조·수입·사용한 바 있고, 석면관련 질환의 잠복기간이 10년에서 30년이 걸리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과거 석면광산 및 석면공장의 운영현황, 인근 주민들의 건강피해에 대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7월3일 정부가 발표한 ‘석면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환경부는 석면 제조업체 인근 주민건강피해에 대해 2008년에 기초조사를 추진하고, 2009년부터 체계적인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기초조사와 실태조사를 구분해서 기초조사에만 1년씩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특히 환경부가 공공건물·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태조사, 석면지도 작성 등을 전담할 ‘석면환경센타’를 국립환경과학원내에 설치·운영할 계획이나, 국립환경과학원은 현재 석면을 조사·분석할 장비와 분석능력도 없는 기관이라고 꼬집었다.

단병호 의원은 “석면관리 종합대책은 향후 발생할 석면노출 대책에만 치중하고 있어, 이미 발생한 석면 노출 질환자에 대한 대책은 없으므로, 현재 석면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과거 노출자에 대한 소급적용이 보상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의 ‘구보타 파동’은 석면을 원료로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일본 효고현의 구보타 회사가 1978년부터 2004년까지 전·현직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석면 관련 질병으로 이미 사망한 79명과 치료 중인 18명, 악성중피종이 발생한 인근 주민 3명에 대해 2005년 6월 위로금을 지급한 사건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