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5년동안 1만명 석면으로 죽을것”
▲ 마이니치신문 제공‘제13회 한일국제환경상’의 일본측 수상자인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BANJAN)는 일본에서 지난 20년간 석면 사용 금지 운동을 벌인 끝에 2004년 석면 사용 금지 입법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단체의 후루야 스기오(古谷杉郞·51) 사무국장을 만나 왜 조속한 석면대책이 필요한지를 들어봤다.
―왜 석면이 문제가 되나?
“석면은 폐암, 중피종, 석면폐 등의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다. 석면은 인체에 들어와 20~40년의 잠복기를 거친다. 오랜 잠복 기간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 힘들게 한다. 그래서 ‘조용한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문제는 의사들이 폐암을 발견하고도 석면이 원인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의사들이 석면 관련 질병을 진단하는 법을 훈련받지 못하고 또한 산재보험 대상이라고 인식하지도 않는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어떤 직업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쉬운가.
“석면을 사용하는 각종 제조업 외에 건설, 건물 해체와 유지, 조선(造船)·자동차·전력 등 분야가 광범위하다. 일본 국내에서 석면관련 질병을 나타내는 지표인 중피종(中皮腫) 사망자는 1995년 500명에서 2006년에 1050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피종은 치명적인 병이다. 배와 가슴에 물이 차는 증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진단 후 1년 이내에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적어도 앞으로 5년간 1만 명 이상이 석면으로 죽는다고 봐야 한다.”
―일본에선 어떻게 대응해왔나?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률이 통과된 것이 2004년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석면 금지 조약 비준은 2005년 8월이다. 일본은 2005년 6월 기계제조업체인 ‘구보타’ 공장 주변 지역 주민들의 집단 발병이 드러난 ‘구보타 석면쇼크’가 있었다. 직업병이 아니라 공장 인근지역 주민에 대한 2차 피해사례까지 확인된 것이다. 이후 ‘석면건강피해구제법’이 2006년 3월 말에 시행됐다. 그러나 일본의 대책은 시기를 놓쳤다. 시민단체의 압력으로 석면사용 규제법안이 1992년 국회에 제출됐지만 한 번도 심의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 그때 법제화됐더라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사정은 어떻게 보나?
“지난 5월 서울대에서 열린 석면 대책 한일공동심포지엄에 참석해 한국 사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석면관련 직업병자는 46명이고, 이 중 38명이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중피종 환자는 연간 몇십 명 수준이다. 그러나 이 통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한국도 의사들이 석면 관련 진단에 대한 훈련이 안 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일본은 석면 사용 절정기가 1974년이었던 데 비해 한국은 1990년대 전반기에 집중 사용됐다. 앞으로가 문제다.”
―일본의 소송이나 판례는 있는가.
“이제 시작단계다. 중피종 환자와 유족의 괴로움, 희망의 빛을 그린 저서로는 몇 해 전 발간된 ‘석면폭로(石綿曝露)-시코쿠전력 노동재해 사건소송’이 있다. 이 환자의 경우는 병의 원인을 알았을 때 노동재해보험 시효가 지났고, 의사측의 진단도 확실치 않았다. 환자측은 중피종이 발병한 것은 회사측의 석면대책이 불충분했기 때문이라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처음에는 불리했지만 결국 배상금 500만엔으로 화해했다. 미국에서 무수한 사례를 접한 한 학자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지나간 이야기인가.
“그렇지 않다. 1985년부터 전면 금지한 미국에선 요즘 중피종 발병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유럽은 2030년쯤 피크를 이룰 것이다. 유럽보다 늦게 석면을 사용하기 시작한 일본은 더 늦게, 한국은 일본보다 20년 더 나중에 나타나게 돼 있다.”
후루야 스기오 사무국장은
1979년 요코하마 국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노동재해직업병센터를 거쳐 1996년부터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전국노동안전위생센터 연락회 사무국장도 겸하고 있다. 1987년부터 국제노동기구(ILO)의 석면 사용 금지 조약 비준을 촉구하기 위해 ‘석면대책 전국연락회의’를 결성, 일본소비자연맹, 노동조합, 시민단체들과 함께 석면 사용 금지운동을 주도해왔다. 1990년 외국인 불법 노동자들의 재해문제에 대한 백서를 처음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저서로 ‘외국인 노동자와 노동재해’ ‘실천안내서 노동기준법’이라는 노동기준법 해설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