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용제 중독된 인생 어디에서 보상 받나요”
한국타이어 산재 재요양 신청중인 유종원씨
2007-11-13 오전 11:47:39 게재

“한국타이어에서 20년 일하고 남은 것은 병든 몸뚱이입니다. 회사를 그만둔 지 7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고통 때문에 새벽 2시에도 잠을 못잡니다.”
1999년 산재승인을 받은 후 지난해 4월 산재종결 판정을 받은 유종원(60·대전시 대덕구 덕암동)씨.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수차례 재요양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재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신청해둔 상태다.
그는 내일신문 인터뷰에 응한 것이 “회사는재해를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고, 만일 산재환자가 생기면 정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유씨는 지난달 원진녹색병원에서 발급받은 자신의 진단서를 보여줬다. 병명은 ‘유기용제 중독’ ‘고혈압’ ‘다발성신경병증’ ‘신체화 장애’ ‘발기부전’ ‘우울증상 악화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치료 의견도 덧붙여 있었다.
– 언제부터 몸에 이상이 있었나
1992년부터 통증이 있었다. 1998년 작업장에서 쓰러졌고, 이듬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위원들에게 아프다고 했더니 회사를 나가라고 했다. 회사를 나가면 뭘 먹고 사냐고 하니, 아픈 걸 못 믿겠다고 했다. 큰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병원에선 상태가 위험하다고 했다.

– 회사는 어떻게 했나
4개월 휴직하라고 했다. 인천중앙병원에서 6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뇌경색증 뇌졸중 등이 유기용제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산재를 신청하느라 진단서를 회사에 제출했더니, 회사 담당자가 화를 버럭 냈다.

– 산재승인 과정은
거의 1년 걸렸다. 1999년 2월 요양신청서를 냈고, 이후 말초신경병·발기부전·유기용제중독 등 순차적으로 승인을 받았고, 2000년 3월 마지막으로 고혈압 승인을 받았다.
– 당시 작업환경은
‘죽음의 일터’라는 말이 맞다. 이름 모를 가스 때문에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스팀에서 열이 뿜어져 나왔고, 카본과 약품가루가 날렸다. 한솔(HV-250 솔벤트)을 마구 썼다. 규폐증 걸린 사람도 있었다. 옛 동료들에게 들었는데, 이젠 무해한 한솔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았다.

– 재직 당시 같은 증상을 앓는 동료가 있었나
아픈 사람이 많았지만, 회사에서 알려주지 않아 상세한 내용은 몰랐다. 암으로 죽은 이들도 몇몇 있었고, 작업중에 갑자기 현장서 없어지는 이도 있었다. 다른 회사 마당에서 쓰러진 사람도 있었다. 나는 경험상 유기용제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 현재 건강상태는
몸이 자주 굳는다. 어지러움과 두통이 있고, 숨이 막히기도 한다. 허리 통증이 있고 손발이 붓는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