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이번엔 헝가리노동법 위반 ‘물의’
헝가리 노조 간부 “한국타이어 유럽연합 제소할 것”
심규상 (djsim) 기자
한국타이어가 노동자들의 잇단 돌연사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헝가리 현지공장에서의 노동법 위반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화학에너지광산일반노동조합연맹(이하 ICEM) 세계총회에서 한국타이어가 도마 위에 오른 것.
ICEM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윤효원씨가 최근 <프레시안>에 올린 글에는 ICEM 세계총회에서 만난 한국타이어 헝가리 라쯔얼마쉬 노조간부가 전하는 사측의 불법 노무관리 사례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ICEM 세계총회에 참석한 헝가리 화학에너지일반노조(VDSZ) 부위원장 떠마쉬 세께이(Tamas Szekely)씨는 윤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타이어가 헝가리 법에 보장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무리한 작업지시로 노동자 2명 부상”
세께이 부위원장은 우선 “지난 6월 노동조합(조합원 200명)을 결성하고 사측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노조원 명단을 밝히지 않아 누가 노조원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헝가리 노동법에서는 노조원을 보호하기 위해 명단의 공개 여부는 전적으로 노조 의사에 맡기고 있다. 세께이 위원장은 “노조 지도부 가운데 1명이 노조원인 게 드러나 해고됐다”며 “노조원의 이름이 알려지면 사측은 계약해지나 해고로 대응할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께이 위원장은 “헝가리 노동법은 초과 근무시간을 연간 20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연장근무로 600시간을 일하게 해 국경일에도 공장에 출근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헝가리 노동부가 한국타이어에 800만 포린트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고 무비자로 한국인 관리자들을 30명이나 불법입국시켜 1600만 포린트의 벌금을 물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한국인 관리자의 무리한 작업지시로 산업재해가 발생해 노동자 2명이 부상당했다”며 “한국에서도 지난 1년 사이에 열 명도 넘는 노동자들이 죽었다고 하는데 헝가리 공장에서도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노동자와 헝가리 노동자간 차별대우도 거론됐다.
그에 따르면 “출근을 하면 전날의 과음 여부를 검사하는 알코올 테스트를 하는데 헝가리 노동자들만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것. 반면 “라찰마스 공장 인근의 술집들은 저녁마다 한국타이어에 근무하는 한국인들로 떠들썩하고 과음으로 추태를 벌이고 있다”며 “그런데도 헝가리 노동자만 음주테스트를 받게 하는 차별로 반한 감정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헝가리 노동법 배우는 중’이라고? 한국 국무총리 답변이 걸작”
그는 지난 9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부다페스트를 방문했을 때 헝가리 대통령과 수상이 이 같은 한국타이어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때 한국의 국무총리가 한 이야기가 걸작이었다. ‘우리는 헝가리 노동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는 게 전부였다. 국무총리가 한국 대통령에게 헝가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대기업의 반노동 행위와 그로 인해 반한 감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했을지 의문이다”
그는 “사측이 정상적으로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노동법을 지키고, 적정한 수준의 노동조건을 보장하기를 원한다”며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사회적 대화’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의 한국노총에 대해서도 “헝가리 라찰마스에 있는 한국타이어공장을 방문해 내 말의 진실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떠마쉬 세께이 부위원장은 ICEM 세계총회에 한국타이어 사례를 보고할 예정이다. 그는 유럽화학노조연맹도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의 문제를 유럽연합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는 3억6000만 유로(헝가리 정부 1000만 유로 지원)를 투자해 지난해 ‘한국타이어헝가리유한회사'(헝가리 라쯔얼마쉬 소재)를 설립해 오는 2010년 연간 타이어생산량 1000만 개, 종업원 수 1500명 목표로 가동중에 있다.
한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등에서는 지난 1년 반 사이 15명이 각종 질병과 사고 등으로 숨졌다. 이에 따라 대전지방노동청은 지난 22일 부터 내달 5일까지 최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중앙연구소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