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잇단 돌연사 ‘집단발병’ 확인
산업안전연구원 역학조사 결과
사내병원 3년새 1만건 진료 ‘산재 은폐’ 정황도
한겨레신문 11월 29일
한국타이어에서 최근 1년6개월 사이 발생한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이 업무적 요인과 관련됐을 수도 있는 ‘집단발병’으로 규명됐다. 또 이 회사가 산재를 공상으로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산재를 은폐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8일 대전에서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돌연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 진행과정 설명회를 열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 사이에 심장질환으로 돌연사한 7명은 한 회사의 같은 부서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은 질병에 걸려, 공통적으로 노출된 업무적 요인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는 집단발병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같은 연령대 우리나라 국민보다 16배나 높다”며 “집단발병의 업무 관련성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대통합민주신당 진상조사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직원 2114명의 진료내역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5년 이후 지난달 말까지 ‘사내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직원 수가 2천여명이며 진료 건수도 9751건에 이른다. 질병 내역도 ‘담음견비통’, ‘담음요통’ 등 일하다 얻은 노동재해로 추정되는 질환이 대부분이며, 이 가운데는 산재로 처리돼야 하는 4일 이상 진료 기록도 많았다. 노동재해가 발생하면 사내 진료기관에서 치료하게 하고 산재 신고를 하지 않은 셈이다.
진상조사단은 또 한국타이어가 산재 처리할 사안을 건강보험으로 청구하도록 한 사례도 여럿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올해 9월 말까지 직원들의 진료내역을 보면, 건강보험공단이 ‘공상’이 아니라 ‘산재’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비용을 청구한 건수가 11건이었다. 이들 사건은 대부분 애초 산재 처리를 하지 않는 바람에 회사 쪽의 보고의무 기한인 ‘발생 뒤 한달’을 넘겨 뒤늦게 산재 처리 됐다.
이런 결과 2004년부터 2007년 9월까지 한국타이어의 산재신청 건수는 모두 90건에 불과하지만, 동종업체인 금호타이어는 1411건에 이른다. 근골격계 질환 신청 건수는 각각 4건과 501건으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 금호타이어의 직원 수가 한국타이어에 견줘 1.5배 가량 많다는 것을 고려해도 산재신청 건수가 무려 10배 이상 많은 셈이다. 이에 대해 최창희 한국타이어 인사지원팀장은 “작업장이 자동화됐고, 사내 한의원에서 예방 차원의 치료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을 이끌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한국타이어 소속 노동자들의 사망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사용주가 작업환경에 대해 무관심할뿐더러 재해 보고 의무 위반 등 각종 탈법 행위를 저지른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