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돌연사, 노동강도·보건관리 소홀 탓”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노동자들의 연쇄 돌연사 원인으로 사측의 보건관리 소홀이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가운데 한국타이어가 뒤늦게야 건강관리활동 추진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고 있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한국타이어 노동자 7명에 대해 업무관련성 평가를 벌인 을지대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는 “사망한 노동자 가운데 2명은 회사측에서 지속적으로 보건관리를 했다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국타이어 ‘질병 유소견자’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전공장에서 ‘질병 유소견자’에 대한 사후관리가 34% 정도로 낮았으며 그것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1회성에 그쳤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오장균 교수는 심장질환으로 숨진 7명 가운데 생산직 노동자 4명에 대해서는 노동강도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대전과 금산공장 생산직 노동자들의 ‘근육손상지표(CPK) 이상수’가 27%로 나타나 12%인 연구소 직원들에 비해 2배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근육손상지표 이상수는 근육질환이나 심장질환이 발생하면 증가한다.

오 교수는 “숨진 연구소 직원 2명은 직무 스트레스가 낮게 나타나는 등 사인과 업무의 관련성이 적은 것으로 보이나, 공장에서 근무하다 숨진 노동자 중 4명은 연장근무 등 높은 노동강도가 사망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고 나머지 1명은 업무 관련성이 의심돼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사인의 한 원인으로 주장했던 직무스트레스는 연쇄 돌연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장균 교수는 “한국타이어 대전과 금산공장, 연구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나 제조업 남성 평균 노동자들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을지대병원측이 한국타이어 노사 대표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공개됐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연쇄 돌연사 사태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직원들의 뇌심혈관계질환 집중관리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등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 한국타이어 사측이 최근 제출한 ‘보건관리활동 강화전략’에 따르면 현재 고혈압, 고지혈증 등 유소견 판정을 받은 296명의 노동자들이 6주간 병원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을지대병원 산업의학과측에 의뢰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무스트레스 조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뇌심혈관질환이 의심되는 직원들에게 적성검사를 실시하고 업무를 조절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