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로 인해 건설노동자 건강 ‘적신호’
발암물질, 중금속 매일 마시고 살아
윤정은 기자
2007-11-30 03:09:32
‘쓰레기 시멘트’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운동가 최병성씨는 “쓰레기시멘트가 가져오는 피해 중에 그 심각함을 따진다면, 건설노동자들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최병성씨는 최근 한 건설노동자로부터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콧구멍에 시멘트 고드름이 주렁주렁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쓰레기시멘트 문제를 다뤄주셨으면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고 한다. 최씨는 하루라도 빨리 건설노동자의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건설노동자들에게 쓰레기시멘트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멘트분진 “건설노동자 심각한 위협”
건설노동자들의 경우 매일 건설 현장에서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가득한 시멘트 분진을 호흡기를 통해 마시고 있다.
최병성씨는 “국내 건설 현장의 노동자 수가 무려 180만 명에 이른다”면서, “대부분 건설노동자들이 맨손으로 시멘트를 만지고 있는 실정인데, 노동자들이 자신이 만지는 시멘트 안에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얼마나 많으며, 또 어느 정도까지 위험한지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 건설노동자를 상대로 소변 검사, 중금속노출도, 피부염 등에 관련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최병성씨는 이번 조사에 대해 “건설 현장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작업 환경별 시멘트 분진 피해가 조사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국내 시멘트의 경우, 외국산 시멘트에 비해 납, 카드늄, 니켈 등 유해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대량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제품 기준이 없고 중금속에 대한 규제 기준도 없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시멘트로 인한 건설노동자들의 피해는 그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알려진 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건설노동자들이 시멘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이 계속 발생되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사례가 밝혀지기도 했다. 얼마 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은 건설노동자들이 시멘트로부터 피부질환과 화상 등의 피해를 입어 산업재해 처리가 된 사실을 밝히며, 환경부의 ‘대책 없음’을 질타한 바 있다.
당시 우원식 의원이 제기한 사례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타일보조공으로 일하며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했는데, 의학적 소견으로 “시멘트에 포함된 화학성분이 원인이 되어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시멘트회사들 “작업자의 관리 소홀”이라 발뺌
문제는 쓰레기시멘트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질환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쓰레기시멘트 안에 가득한 중금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외 연구에서는 시멘트의 분진이 폐암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데, 한결같이 ‘시멘트 분진이 폐질환뿐 아니라 폐암을 가져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건설노동자들의 건강 위협에 대해 시멘트공장과 양회협회에서는 “작업자의 관리 소홀”로 책임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회협회뿐 아니라 환경부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이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추가대책 중에도 건설노동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빠져있다.
환경운동가 최병성씨는 거리에서 어디서건 시멘트 공사를 하는 노동자를 쉽게 보게 되는데, 건강피해 조사나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시멘트업계로부터 용역 논문을 쓰는 교수들이 학자적 양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최씨는 이러한 학자들에 대해 “현재 쓰레기시멘트로 인한 건설노동자와 국민들의 피해가 막대한데, 쓰레기시멘트가 자원재활용이라고 무책임한 찬양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쓰레기시멘트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사회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