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근무자 폐질환 위험 2배

[동아일보]2007-12-10

지하철 근무자는 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2배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성신 이대동대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이 최근 열린 대한영상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지하철역내 근무자의 폐영상으로 본 폐질환’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하철 근무자의 상당수가 폐질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오존, 석면, 라돈 등이 포함된 미세먼지 때문에 지하철 공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이런 공기오염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2004년 1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0개월 동안 지하철 근무자 1091명의 건강검진 기록과 은행 사무직 근무자 397명의 건강검진 기록 중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지하철 근무자의 42.9%(1091명 중 468명)에서 폐결절이 발견됐다. 이는 은행 사무직 근로자의 23.4%(397명 중 93명)에서 폐결절이 발견된 것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일인당 폐결절 수도 지하철 근로자(1.5개)가 은행 사무직 근로자(0.9개)보다 많았다.

폐결절은 폐 내부에 생기는 지름 5㎜ 이하의 덩어리로 기관지염, 폐렴 등의 각종 폐질환의 초기 단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근무자에게서 폐결절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지하철의 환기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분진과 오염된 공기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심 교수는 “지하철 근무자는 폐질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소 1년에 한 번 폐 검진을 받도록 하고, 결절이 발견되면 후속 검사를 통해 악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재준(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홍보이사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지하철 환기시스템의 정비가 요구된다”면서 “지하철 근무자는 폐 속으로 들어가는 유해 공기를 정화하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