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조합원 100명 당 6명 꼴로 ‘산재’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1년동안 금속노조 조합원 100명 당 6명은 산업재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체 고용노동자 대비 재해율로 환산하면 4.21%로, 지난해 노동부가 발표한 제조업 평균 재해율 1.18%보다 4배가량 높게 나와 사업장의 산재은폐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12일 금속노조는 ‘노동안전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산재와 공상 등 재해발생자료가 수집 가능한 79개 지회 4만4천132명의 조합원 재해율을 조사한 결과 6.32%로 조합원 100당 6명은 산업재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체 112개 사업장(조합원 수 5만4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금속노조는 “소속 사업장의 전반적인 노동안전보건 실태를 조사한 최초의 자료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의 노동안전보건 정책 수립에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상’처리, 산재신청의 2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속노조 79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는 총 2천788명으로 이중 산재환자는 891명(32%), 공상환자는 이보다 2배나 많은 1천897명(68%)로 조사됐다. 특히 공상처리 비중은 대기업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5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47.1%가 공상처리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5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45%가 공상처리 비중이 70~100%에 이른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공상처리 비중이 높은 것은 ‘산재신청 시 불이익’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는데 전체 응답자의 34.8%가 최근 1년간 산재신청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불이익의 내용으로는 △치료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강제요양 종결 △명백한 산재인데도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 결정 △수술 등 요양이 필요한데도 근무 중 치료 강요 △업무복귀 과정에서 사측에 의한 불이익 순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질환, 2004년부터 ‘공상처리’ 눈에 띄게 증가=근골격계질환자 정보를 제공한 64개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근골격계질환자 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04년부터 근골격계질환의 공상 비중이 산재 비중을 역전한다는 점이다.<그래프 참조> 금속노조 윤종선 노동안전보건부장은 “2004년은 근로복지공단이 근골격계질환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을 발표한 시기와 일치한다”면서 “근골격계질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정부 대책이 결국 공상환자를 증가시키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산업재해, 줄지 않는 이유 있다=보고서는 산재가 발생한 공정 가운데 34.6%는 개선되지 않아 산재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산재환자의 업무대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답변도 51.9%나 돼 심각성을 더 했다.
산재환자의 업무복귀 대책도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적합성 평가 없이 바로 복귀하는 경우가 56.3%에 달했고 재활프로그램이나 직무배치 원칙이 없다는 응답도 각각 54.3%, 69.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업무복귀 시 부서전환이 안됐을 경우에도 비슷한 노동강도로 일한다’는 응답도 73.3%로 높게 나왔다.
◇안전보건위험요인, 소음>근골격계 위험요인>분진 순=사업장에 존재하는 안전보건위험요인을 조사한 결과, 소음이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근골격계 위험요인, 분진, 유기용제, 잔업특근, 과도한 노동량 순으로 조사됐다. 구조조정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업장의 경우는 특히 빠른 작업 속도 등 과도한 작업물량, 과도한 현장감시와 통제 등을 위험요인이라고 꼽아 그렇지 않은 사업장과 대비됐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응답 사업장의 77%는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 중 80% 가량은 2조2교대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 연속야간근무일은 5.7일로 권장수준 3일의 2배나 길게 연속야간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