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중독 위험 노출된 골프장 보조원

매일노동뉴스 구은회 기자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요. 피부에 염증도 생기고, 갑자기 구역질이 나기도 해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으로 근무하는 이아무개(40)씨는 골프장 이용객과 함께 그린을 돌다가 민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골프장 근무 후 생긴 비염으로 인해 시도때도 없이 콧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예전엔 없던 알러지도 생겼다. 가려움증 때문에 피가 날 때까지 온몸을 긁기도 한다.

이씨는 이같은 증상의 원인이 일년 내내 골프장에 뿌려대는 제초제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다른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38)씨도 피부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겨울엔 덜한 편인데, 잔디가 한창 올라오는 봄·여름에는 골프경기가 진행 중인데도 농약을 쳐요. 어쩔수 없이 농약을 마셔야 하는 상황인데, 숨을 못 쉴 정도로 속이 울렁거려요. 그런 날엔 작업복에 농약이 하얗게 묻어나요.”

김씨는 최근 같은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동료 3명이 잇달아 암으로 사망한 이유 역시 농약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우리나라 골프장들은 잔디를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제초제와 살충제를 거의 일년 내내 살포한다. 골프장 그린에 사용되는 잔디가 우리나라 토양에 잘 맞지 않기 때문에 다량의 농약 살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법적 기준을 넘겨가며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

골프장 안에서 하루종일 근무하는 경기보조원의 경우 농약중독 등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들을 위한 건강검진이나 역학조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특수고용직인 이들에게는 그동안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기도 어려운 조건이라, 개별 보조원이 회사측에 건강검진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여성인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은 이같은 노동환경이 자녀들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씨는 “임심 중인 보조원들도 농약을 마셔가며 출산 직전까지 근무한다”며 “정부가 우리같은 사람들의 건강상태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