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후진국형 우레탄 사고… 안전마저 불탔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 대참사]

과거 참변과 비교해보니

단열성능 뛰어나지만

폭발위험.유독가스 심각

밀폐공간서 작업 강행

10년전 부산참사와 판박이

이번에도 ‘우레탄’이었다. 대규모 인명 피해를 입힌 화재 참사에는 어김없이 우레탄이 등장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들은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는 우레탄으로 인한 대형 참사가 매번 반복되고 있지만 법적 규제가 없어 주상복합건물 등 대형 건물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발생한 화재 역시 지하층에서 우레탄 발포작업 중 실내를 가득 채운 유증기에 원인 모를 불꽃이 튀면서 일어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밀폐된 냉동창고 안에서 우레탄 발포작업은 세심한 안전조치가 필수적인데, 냉각장치를 가동하거나 실내온도를 실외로 배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화재의 원인을 추정했다.

10년 전인 1998년 10월 29일 부산의 범창콜드프라자에서 인부 27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은 대형 화재 참사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에도 신축 중인 냉동창고 내벽에 우레탄 발포작업을 하던 중 건물 안에 가득 차 있던 유증기에 불씨가 옮아붙으면서 폭발했다. 많은 인부가 동시에 작업하는 공사현장에서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우레탄 발포작업을 진행했고 용접작업까지 함께 벌였던 게 이번 사고와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우레탄은 화재가 발생했을때 유독가스를 내뿜어 대형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 지난 99년에는 인천시 인현동 호프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내부 장식재였던 우레탄폼이 타면서 57명이 유독가스로 사망했다. 지난 해 2월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은 여수 화재 참사 역시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우레탄 단열재가 지목됐다. 당시 소방당국은 “불길이 가연성 바닥재인 우레탄 매트로 옮겨 붙으며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우레탄은 단열 성능 효과가 탁월하고 가공성이나 시공성, 접착성 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건축물 단열재와 경량구조재, 완충제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단열이 중요한 냉동창고의 경우 액상으로 된 발포 우레탄을 창고 벽 사이 빈 공간에 주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폭발과 화재의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레탄을 주입하기 위해 분사하는 과정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최고 70~80도까지 온도가 상승하고, 빠져 나온 휘발성분이 공기 중에서 유증기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시공할 경우 반드시 냉각장치를 가동하거나 높아진 실내온도를 낮추기 위해 환기를 해야 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건축업자는 “만약 실내온도를 냉각하지 않고 유증기가 떠 있는 상태에서는 조그만 불꽃에도 쉽게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우레탄에 불이 붙을 경우에는 이번 참사처럼 강력한 유독물질을 내뿜게 돼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