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15명 노동자의 죽음, 작업환경과 관련 없다?
산업안전보건硏 “위험요소 없었다”
허환주 기자kakiru1103@naver.com

한국타이어 직원 7명의 잇단 돌연사는 작업환경과 관련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유족들은 “직원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데 회사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이런 엉터리 조사를 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8일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돌연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 진행과정 2차 설명회를 통해 “일상적 작업환경에서 직원들의 심장성 돌연사를 직접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공통적인 직업적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는 지난 2006년 5월 이후 15명이 사망한바 있다. 유족측에서는 이것이 작업 환경 측면에서 집단 발병을 일으켰다며 회사측에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방노동청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계획서 상 질병사망자는 심장 질환 7명, 폐암 2명, 식도암 1명, 간세포암 1명, 뇌수막종양 1명 등이다.

자살한 직원 1명과 안전사고 사망자 1명, 화상으로 숨진 1명을 더하면 한국타이어 사망 노동자는 모두 15명이다.

연구원은 하지만 “평소 심장성 돌연사를 발생할 수 있는 관상동맥질환의 촉진에 만성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만한 작업환경적 위험요인을 찾지 못했다”며 작업환경에는 위험 요소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에는 가류공정 근무가 관상동맥질환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특정 근로자에게는 급성적 유발요인으로 작용했거나 85dB이상 소음 노출이 혈압을 상승시킴으로써 관상동맥질환의 간접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간접적으로 노동환경요건이 영향을 미쳤을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10월 산업안전공단이 대전지방노동청의 의뢰를 받아 직원들이 잇따라 한국타이어에 대해 시행해 온 작업환경 측정과 건강영향 평가 등 이제까지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를 중간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팀은 중간결과 발표 후 각계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추가 보완조사를 벌인 후 최종 결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노동부는 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한국타이어 근로자 집단 사망사고 관련, 작업 환경 측면에서 이들이 집단발병을 일으킬 만한 공통요인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족측이 추가로 요구한 작업특성과 미세먼지 등 작업환경 영향은 추가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노동부는 “한국타이어에서 2006년 5월 이후 15명이 사망한 내용을 조사한 결과 한국타이어의 연령 대비 심장질환 사망률이 일반 국민보다 5.5배 높고 협심증 유발율은 2.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집단 발병의 원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건강진단을 맡아온 대한산업보건협회 충남산업고건센터는 노동자의 간기능수치가 100이상으로 정상보다 3배가량 높은데도 ‘정상, 적합’ 판정을 내린 사실이 적발, 노동부로부터 6개월 업무정지처분을 받은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