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돌연사 문제제기서 결론까지>
연합뉴스|기사입력 2008-01-08 18:02

`돌연사 유발 요인 못찾아’에 `엉터리 조사’ 맞서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8일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잇단 돌연사를 유발할만한 작업환경적 요인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유족들이 사인규명을 요구하면서 불거진 한국타이어 대전 및 금산공장과 연구소의 작업환경 문제는 4개월여 만에 잠정적이나마 일단락됐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짜맞추기식 엉터리 조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은 상태이다.

◇문제제기

2006년 5월 이후 지난해 9월 사이 한국타이어 대전 및 금산공장과 연구소 직원 7명이 집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던 중 확장성 심근병증이나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허혈성 심장질환, 심장마비, 급성심장사 등으로 돌연사했다.

이와 함께 5명의 직원은 폐암과 식도암, 간세포암, 뇌수막종양에 걸려 숨졌다.

이에 유족들은 “한 회사에서 짧은 기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회사에서는 개인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치부하고 있고 근로복지공단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이 분명한만큼 정확한 사인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조사과정과 결과

유족들의 사인규명 요구에 대전지방노동청은 지난해 10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돌연사와 한국타이어 작업환경 사이의 관련여부를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의뢰를 받은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이 우리나라 국민전체 사망률에 비해 5.6배나 높았으며 연도별로 협심증 때문에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우도 국민 평균에 비해 1.8-2.6배 높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원은 한국타이어 직원들이 심장성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공장과 연구소 공기 중 분진과 유기용제, 소음, 이산화황, 다핵방향족 탄화수소, 고무흄 등 시료를 채취, 분석작업을 벌여왔다.

분석을 끝낸 연구원은 결과발표를 통해 “일상적 작업환경에서 직원들의 심장성 돌연사를 직접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공통적인 직업적 원인이나 평소 심장성 돌연사를 야기할 수 있는 관상동맥질환의 촉진에 만성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만한 작업환경적 위험요인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 “고무공장에서 발생 가능한 발암물질도 1,3-부타디엔과 스티렌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다핵방향족 탄화수소는 일부 검출됐으나 정량한계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그러나 “무더운 여름에는 가류공정 근무가 관상동맥질환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특정 근로자에게는 급성적 유발요인으로 작용했거나 85㏈ 이상 소음 노출이 혈압을 상승시킴으로써 관상동맥질환의 간접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유족 등 반발로 불씨 남아

이에 대해 유족들은 “직원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데 회사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이런 엉터리 조사는 뭐하러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측 입장의 한 직원도 “일부 사망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을 보면 사망과 작업환경 사이에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직업적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할 수 있느냐”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불신을 드러냈다.

임상혁 유족측 자문의사는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심장질환 사망률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5.6배로 굉장히 높게 나타난 것은 작업특성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는 의미일 텐데 아직 조사가 되지 않았다”며 노동강도나 업무 스트레스 정도 등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교대작업이나 결원대체작업으로 인한 피로누적과 업무량 과다 여부 등 관상동맥질환의 만성적인 작업특성적 위험요인은 계속 조사해 이달 말 최종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연구원은 또 ‘직무방식 내지 조직문화적 특성에 따른 건강영향’에 대해서는 올해 자체 연구과제로 수행할 계획이며 한국타이어 직원들이 발암인자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추가 분석하는 한편 부위별 암 발병사례도 집계중이다.

cob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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