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돌연사’ 미궁에 빠지나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한국타이어 돌연사의 원인을 밝히는 조사가 미궁에 빠질 조짐이다. 2006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5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한 한국타이어 사태는 솔벤트 등 유해한 작업환경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에 비해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심장질환 사망률은 5.6배나 높고 ,협심증이나 고혈압 등 심장관련 질환 유병률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와 사망원인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심장질환 사망률 일반인보다 5.6배=8일 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원장 박두용)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연쇄 돌연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역학조사 2차 중간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명회에서 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국타이어의 허혈성심장질환 사망률은 한국 국민 전체 사망률에 비해 5.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5년 이후 한국타이어 전·현직 노동자들 가운데 협심증을 앓고 있는 비율은 국민 평균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연구원은 “일상적 작업환경에서 직원들의 심장성 돌연사를 직접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공통적인 직업적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혀 연쇄 돌연사의 직업관련성이 없다는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공통적인 직업적 요인 없다”=연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과 중앙연구소를 대상으로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는 유해물질은 발견되지 않았거나 기준치 이하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는 직업적 요인으로 분류되는 일산화탄소 농도는 1ppm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이외 불화탄화수소, 염화탄화수소, 질산염 등에도 직원들이 노출되지 않았고 온·습도도 겨울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금산공장에서 사용중인 솔벤트에서도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요인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다른 유기용제에 비해 더 건강에 해로운 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도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갑작스런 심장성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는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작업환경적 위험요인도 이번 조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그러나 “무더운 여름에는 가류공정 근무가 관상동맥질환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특정 근로자에게는 급성적 유발요인으로 작용했거나 85㏈ 이상 소음 노출이 혈압을 상승시킴으로써 관상동맥질환의 간접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외에도 암을 유발하는 작업환경적 요인도 찾지 못했다. 고무공장에서 발생 가능한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1,3-부타디엔과 스테린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다핵방향족탄화수소는 일부 검출됐으나 정량한계 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