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못하면 노동자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명예안전 감독관, 현장 출입권 보장해야”
매일노동뉴스 김봉석 기자
“이런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재해의 45% 정도가 소규모 공사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은 공사일수록, 작은 업체일수록 현장·안전관리감독에 소홀하고, 건설현장에서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발주처에서 원청으로, 다시 전문건설업체에서 더 규모가 작은 전문건설업체로 이어지고 있는 다단계 하도급이 안전관리 소홀을 낳고,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박종국(35)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달마다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의 산재사망사고에 애끓는 마음만 가득이다. 해마다 개선을 요구하고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을 만들자고 촉구해 왔지만,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만 반짝일 뿐 근본대책은 여전히 요원한 꿈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 국장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라도 확실히 해보자”고 말했다. 누군가 안전관리에 대해 신경을 쓰고 감시를 지속한다면 아무래도 현장 환경은 개선되기 때문이다. 실제 노조가 잘 조직돼 있고 현장에 대한 감독이 가능한 곳은 산재사고가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전감독관이 현장에 직접 가서 안전관리상황을 눈으로 확인해야 함에도 현장출입권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무슨 권리로 현장에 출입하려 하느냐”며 이들을 막아서기 일쑤다.
-사고가 난 후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사고원인은 많은 언론들을 통해 알려졌고, 정확한 것은 현재도 합동수사반이 조사를 하고 있다. 현재는 용접을 하다가 튄 불꽃이 유증기와 함께 폭발하면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참사는 화재 사고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건설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낳은 것으로 파악된다. 냉동창고 건설현장도 발주처-원청-하청으로 이뤄지는 다단계 하도급이 있었고,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을 고용한 하청업체는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건설현장에 위험물질을 두고 일을 시켰다.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다단계로 이뤄지고 있는 건설현장이 이런 상황이다.”
– 다단계가 낳는 문제점이 무엇인가.
“다단계 하도급의 끝에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이 있다. 이런 건설현장은 행정력도 미치지 못하고 노동조합이 찾아다니면서 안전대책을 마련해주기도 어렵다. 아직까지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아 현장 곳곳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현장출입권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공무원들이 뛰어다니지 않을 것이라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전관리 소홀이나 안전장비 설비 미흡 등을 적발하면 신고를 하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 건설업체의 안전관리 소홀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들은 금액이 24억원에 이르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노동부에 안전신고를 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13조에서는 20억 이상 공사는 원청 현장소장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하여 노동부에 안전대책을 신고해야 한다. 또 건설업체들은 같은 법 29조에서 명시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하청소속이나 용역업체에서 온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과 화재 등 각종 재해 시 대처방안교육 등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공사의 기본 상식인 월요일 주간 공정회의와 공사 인부들에 대한 안전교육만 제대로 실시됐더라도 이런 재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설노동자들의 대부분 일용직이라서 보상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상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건설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산재보험요율이 너무 낮다. 평균임금(일당)의 50%를 상회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건설노동자들의 상용직이기보다는 일용직으로 일하다보니 임금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이는 건설노동자들이 보험보상에서도 차별받고 있는 것은 이중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산재보험요율이 워낙 낮다보니 보험금을 받고도 민사소송을 통해 원청에 다시 보상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이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원청이 보상을 해 준다고 해도 그 비용은 절대 혼자 책임지지 않고 하청에 전가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청은 부담비용을 다시 공사대금에서 되찾으려고 한다.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