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엉터리 역학조사’, “이명박 사돈 기업이라 덮나”
시민사회단체 “조사결과는 피상적이고 무책임한 방식에 의한 것”
허환주 기자kakiru1103@naver.com

사회 시민단체들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8일 발표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내용은 피상적이고 방식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조사로 집단 사망 원인을 규명하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조사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8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역학조사 결과에 대한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여기에서 이들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에게 심장질환이 잘 생기고 그로 인해 사망한 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10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명히 많이 죽은 것은 맞는데 그 원인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 발표의 요지”였다며 “피상적이고 무책임한 조사 결과 발표로 인해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원인 규명 작업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충분한 설명 없이 던져진 조사 결과 발표로 마치 노동자 사망 원인이 공장의 작업요인과 관련 없다는 결론이 난 것처럼 사회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

이들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몇 가지 이유로 공정하고 과학적인 조사가 되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회사의 개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 ▲과거의 작업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족대책위 추천 전문가들의 참여와 노동자들의 증언 등이 배제된 채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 등을 꼽았다.

이들은 이에 “한계가 많은 이번 역학 조사 결과로 한국타이어 문제를 종결하려 하면 안된다”며 공정한 역학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당선자의 사돈 기업이라는 것 때문에 문제를 덮으려 한다면 언제 또다른 노동자들이 죽어나갈 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6개 단체가 참석했다.

역학조사 결과 분석을 위한 자문의사단으로는 노상철(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산업의학), 백도명(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산업의학), 임상혁(원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산업의학), 주영수(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산업의학) 등이 참석했다.

[표시작/제목: 자문의사단, 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에 조목조목 반박]

◆연구원: 노동자 집단 사망의 공통적 직업 요인 및 직업환경 원인을 찾지 못했다?
◆자문단: 이번 조사는 물리화학적 요인만 조사한 결과다.

자문의사단은 직접적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것 관련 “한국타이어 공장과 노동자의 사망과는 관련이 없고, 노동자 사망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뒤 “조사결과는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로는 한국타이어와 관련된 요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지 아예 관련이 없다고 결론내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심장질환 발병 및 악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업관련요인으로는 유기용제, 일산화탄소, 이황화탄소 등 물리화학적 요인뿐 아니라, 노동시간, 노동강도, 노동량, 직무 스트레스 등 노동 조직적 요인 등에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는 유기용제, 일산화탄소, 이황화탄소 등 물리화학적 요인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이 적다는 것에 국한된 결과이기에 한정된 결론”이라고 일축했다.

◆연구원: 폐암은 고무공장의 작업환경요인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작업환경측정 결과 발암물질은 정량 한계 미만으로 검출되거나 검출되지 않았다?
◆자문단: 이번 측정 결과로 발암 물질 노출 여부를 결론 내릴수 없다.

자문의사단은 “이번 측정 결과는 현재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만 가지고 평가한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암은 발암물질에 노출된 이후 적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경과한 이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국타이어 노동자 암 발생이 직업환경과 관련되어 있다면 그 작업 환경은 과거 10~30년 전의 작업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 깨끗이 청소하고 이전에 쓰던 물질도 쓰지 않은 채 측정된 결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이들은 “측정 결과로 발암 물질 노출 여부를 결론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원: 2006년도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5.6배 높다. 협심증 유병률은 2.6배 높다. 집단 사망의 공통적인 직업적 원인을 찾지 못했다?
◆자문단: 일반인 보다 5.6배 높게 나왔다는 건 어떤 요인이 노동자의 사망에 개입됐다는 것.

자문의사단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심장질환 사망률 및 유병률이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높다는 것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보다 심장질환에 더 많이 걸려있고, 심장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도 더 많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심장질환 사망률이 일반 인구에 비해 5.6배나 높게 나왔다는 것은 분명히 한국타이어 공장과 관련된 어떤 요인이 노동자의 사망에 개입돼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의미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