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성명]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시급히 시행해야 하는 과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병상과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 ▲유급병가휴가⋅상병수당(급여) 도입 ▲유급돌봄휴가 확대 ▲지역사회 내에서 돌봄이 가능한 인프라 확충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10일 전부터 세 자리수를 기록하더니 점차 증가하여 8/21일 3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코로나19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전파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시민사회는 단기간 종식될 감염병 사태가 아님을 지적하고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다. 보수정권의 산업정책을 답습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위기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지역 감염 확산을 막고, 피해와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정부가 이를 지체없이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전국적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어제(8/23)를 기점으로 2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하고, 지자체별로 자율적 판단에 따라 일부 조치를 완화하거나 강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미 거리두기 2단계 격상 기준인 50~100명 선을 초과한 지 오래되었고, 일일 확진자가 400여 명에 이른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준을 지자체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은 중앙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강도높은 방역이 경제를 위한 최선의 대응이라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성공적인 방역 없이 안정적 경제상황을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있는 방역이 우선이고 경제가 그다음이다. 따라서 정부는 일정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여 전파 속도를 최소한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둘째,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과 숙련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은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8/22일 기준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약 63%이고, 경기도는 94%를 넘어섰다.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병상 부족 사태는 시간문제다. 특히 중환자의 경우 장비 확보가 중요한 만큼 정부는 중환자 치료병상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공병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 민간병원의 병상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지난 대구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민간병원 역시 정부의 요구에 응당 임해야 한다.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도 필수적이다.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일반 중환자보다 훨씬 많은 간호 인력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인력 확보와 감염병 대응 교육 실시로 인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공병원과 공공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도 시급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협과 전공의들의 진료 중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언론에 따르면, 최근 진료 중단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고,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코로나 검사를 축소했다고 한다.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환자의 치료를 거부하는 의협의 행태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무고한 피해와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속히 의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유급병가휴가, 상병수당(급여)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2차 확산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적 방역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이 담보된 보편적인 유급병가휴가와 상병수당(급여) 제도화가 필수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급병가휴가와 상병수당(급여)의 자격요건을 완화해 보편성을 높인 유럽 복지국가의 경험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급병가휴가와 상병수당(급여) 제도가 없는 미국조차도 주별로 유급병가휴가 근거법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정부는 아프면 3~4일 쉬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정작 쉴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고,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직종에 종사하는 시민일수록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는 유급병가휴가와 상병수당(급여) 제도를 즉각 시행해 시민의 최소한의 안전과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정상적인 학교운영을 위한 철저한 방역과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유급가족돌봄휴가를 제공해야 한다.
돌봄의 사회적 기능이 멈추면서 돌봄의 책임이 오롯이 여성(가족)에게 전가 되었다. 더욱이 유급가족돌봄휴가가 보편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휴교와 온라인 수업 결정은 돌봄의 성별분업을 다시 강화하는 기제가 되었다. 국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핵심 시설과 서비스를 멈추지 말고, 안전한 사회적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철저한 방역과 돌봄 노동자에 대한 안전 장치의 강화를 통해 학교와 필수적인 사회적 돌봄 시설 등이 최대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휴교가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2차 거리두기 기간 동안 남녀 차별 없이 국민 모두가 유급가족돌봄휴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지금부터라도 지역사회 내에서 돌봄이 가능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올해 초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노인요양시설 등 집단생활시설에서 대규모 감염의 위험성을 경험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감염병의 위험을 막기 위해 시설 코호트 격리를 실시하였고, 현재까지 시설 거주자들은 외부와의 단절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입소자들의 우울증이 증가하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이제 정부는 가족의 돌봄이 가능하고 퇴원할 수 있는 대상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머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재가에서 돌봄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공급량을 늘리고, 서비스제공 노동자들을 확보해야 한다. 돌봄 제공자에 대해서는 감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보호장비 공급, 코호트 격리와 같은 보호시설 고립에 따른 거주인 인권을 위한 적극적 대응 조치, 확진자 등 격리 대상자 발생에 따른 돌봄 위기 상황에 대한 지역사회의 적극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 초 사회서비스원에서 긴급돌봄을 시행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했던 것처럼 사회서비스 영역의 공공인프라 확충은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이 속히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0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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