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기술로 꽃 피우는 길이 아니다.
지난 4월 8일 밤 경주 S공고 기능반 3학년 고 이준서 학생의 극단적인 선택은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구성된 ‘경주 S공고 고 이준서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기능 공대위)’는 2류로 취급되는 직업계고등학교 현실을 톺아보았다.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해야 하는가? 아니면 기업의 생산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고인의 죽음을 성찰해내는 것은 직업계고등학교 교육을 바로 세우는 ‘가늠자’구실을 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
2007년 2월 고 황준혁학생, 2020년 4월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에 대해서 진심으로 애도하기를 요구하면서 교육부장관 면담을 요청하였다. 교육부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시간을 끌다 면담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교육부장관 면담을 국장으로, 다시 국장에서 과장으로 대체하면서 고인과 유족을 우롱하는 행태를 보였다. 기능반 훈련의 문제는 고 황준혁 학생이 드러내주었다. 또한 기능반 운영의 문제는 고 이준서 학생의 사망원인 조사결과로 확인되었다. 기능반이라는 특정 집단에 예산과 교사의 역량을 집중 투여하여 기능반 소속 학생을 실적을 내기 위한 고통의 늪에서 허덕이게 하였다. 이로 인해 직업계고등학교 일반 학생은 질 높은 학교교육에서 소외받았다. 기능경기대회 성과는 기관평가와 학교예산지원, 지도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메달에 따른 상금과 해외연수 등 혜택이 왜곡된 교육환경을 부추기고 있다. 눈앞에 이익으로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은 코로나19 감염병 위험 속에서도 등교했고, ‘기능훈련 동의서’로 기만적 면피도구 뒤에서 학생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공동체의 모습은 교육부가 관리 감독을 방기하며 조장한 결과이다.
2020년 9월 14일 전북. 학생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전북교육청 등은 “3년 이상 대회를 준비해 온 선수들의 땀과 노력, 학생들의 취업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어 대회 진행을 결정하였다. 교육은 일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발달을 촉진하는 도구이다. 정상적인 직업계고등학교 교육을 이수하면 취업 걱정 없는 사회가 먼저다. “감염의심자는 경기장 출입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통해 방역을 한다고 하나, 메달 목표로 매달려온 학생들이 코로나 의심 증상에 경기를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대회 강행이라는 고용노동부의 결정에 교육이 끌려 다니는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교육은 교육적 관점에서 충분하게 검토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교육 외적 요소가 교육의 본질을 좌지우지 하면 안 된다. 이 정도이면 ‘교육부가 왜 존재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 황준혁학생, 고 이준서학생의 죽음은 엄연히 사회적 타살이다. 장관은 알고 있는가? 알려고 노력은 했는가?
비교육적 상황을 넘어 반교육적인 직업계고등학교의 모습은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 특히 교육공동체로서 고인의 죽음에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고 함께해야 함에도 기능대회 실적을 선전하는 직업계고등학교의 행태에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학교 시험기간에 대회 준비를 위해 기능훈련을 연마해야 했던 기능반 학생 1,500명이 9월 14일 제55회 전국기능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기능대회 입상 성적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는 학교의 민낯이 대회 현장에 투영되고 있다. 산업화 초기의 기술이 꽃 피운 기능대회는 이미 저물었다. 다른 방식으로 기술이 꽃피워져야 한다.
이에 우리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요구한다.
- 교육부는 두 학생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고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해 사과하라.
- 직업계고등학교 교육정상화를 위해 기능대회 성과에 따른 보상을 폐지하고, 모든 학교 실습환경조성을 위한 예산으로 지원하라.
- 고용노동부는 기능경기대회를 개선하라.
- 교육부는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을 폐지하라!
2020. 9. 15.
경주 S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참가단체 전국 단위: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현장실습피해자 가족모임, 노동건강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평등교육실현을위한 학부모회, 특성화고 권리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9개) 지역 단위: 경북노동인권센터, 경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대학노조 대경본부, 민주노총 경북본부, 경북 민주동우회, 포항여성회, 포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울진사회정책연구소,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 참교육학부모회 경주지회, 경주여성노동자회, 경북장애인부모회,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시민연대, 민주노총 포항지부, 경주학부모연대, 정의당 경북도당, 정의당 포항시위원회, 노무현재단 대구경북 포항지회, 영덕참여시민연대, 노동당경북도당, 진보당 경북도당, 진보당 경주지역위원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경산지회, 민주노총 경주지부, 정의당 경주시위원회,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북지부, 진보당 경산지역위원회, 진보당 포항지역위원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대경지부,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넷 바로,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전국공무원노조 경북교육청지부,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김천교육 너머, 전교조 대구지부 직업교육위원회, 강원노동인권교육연구회 씨앗, 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모임: 어린보라 (49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