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타이어 사망 유족 자문의사단 노상철 교수
“1년 걸릴 역학조사 넉달만에 끝내다니”
2008-01-14 오후 2:15:30 게재
‘정치적 고려’ 때문에 서둘러 종결
실체 못밝히면 같은 사고 또 겪어
“이번 한국타이어 조사는 사실상 역학조사라 부르기도 어려습니다. 일반적으로 1년 이상 걸릴 조사를 어떻게 4개월만에 끝낼 수 있습니까.”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단’의 노상철(단국대 의과대) 교수는 11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중간발표에 대해 ‘단순 질병조사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이번 조사를 서둘러 끝내려 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명박 당선인의 사돈기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역학조사는 당선인의 취임 직전인 이달말 조사를 끝내도록 돼 있다. 천안시 단국대 의과대 4층 사무실에서 가진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타이어 역학조사가 실체를 못 밝힌 채 이런 식으로 마무리된다면, 비슷한 상황에 처한 작업장의 또 다른 노동자들이 같은 산업재해의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역학조사팀이 조사 기한을 왜 4개월로 제한했다고 보는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실무를 진행했을 뿐이다. 난 조사팀이 독자적으로 조사기간을 4개월로 제한했다고 믿지 않는다.
– 정치적 이유 때문으로 보는 이유는.
구체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의혹을 해명할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 다른 역학조사와 소요기간을 비교하면.
단일 사업장에서 하나의 질환에 대해 실시하는 간단한 역학조사도 12개월은 걸린다. 역학조사란 그만큼 예민하고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집단발병의 경우 심장질환뿐만 아니라 암이 원인물질일 수 있고, 환경원인도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나 노동강도 등 다양하다. 4개월만에 끝낼 수 있는 조사가 아니다.
–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심장질환 사망자수는 얼마나 많은 수준인가.
한국타이어 심장질환 사망률은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5.6배 높다고 나왔다. 협심증 유병률은 2.6배 높다. 이는 작업장내 어떤 강력한 요인이 근로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미다. 왜냐면 공장노동자의 건강상태는 원래 일반 인구집단보다 더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유는.
‘건강노동자 효과’ 때문이다. 공장에 취업하는 노동자들은 원래 건강해야 한다. 만일 문제가 있으면 이직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미국의 저명한 ‘직업환경의학저널’에 게재된 타이어제조업체 ‘굿이어사’의 심장질환 사망률은 일반 인구집단의 0.64배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심장질환은 한국타이어에서 조사대상이 된 허헐성뿐만 아니라 모든 종률의 심장병이다. 암에 의한 사망률도 0.75배에 불과했다. 이게 정상이다.
– 이번 역학조사 발표 결과를 두고 공장과 노동자의 사망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석해도 되나.
아니다. 이번 조사결과는 유기용제 일산화탄소 등 물리화학적 요인이 사망원인일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노동강도나 직무 스트레스 등 작업특성 평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 3차 발표엔 사망원인을 규명해 밝힐 수 있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난 기대하지 않는다. 어떤 역학조사든지 성과를 얻으려면 중요한 핵심조건이 있다. 이번 조사에선 그게 빠져 있다.
– 그게 무엇인가.
내부 협조다. 사업주나 현장 작업자 협조가 없이는 도저히 객관적인 조사가 불가능하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조사하려는 작업장은 사망자들이 작업하던 당시의 상태여야 한다. 사업주가 청소를 하거나 작업환경을 바꿨다면 실질적인 환경조사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번 한국타이어의 경우는 회사측이 조사직전에 청소를 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했다고 밝히지 않았나. 또 현재 조사팀은 공장근로자들로부터 아무런 협조를 얻지 못하고 있다.
– 근거는.
사망자의 업무실태자료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출근기록은 있으나 퇴근 기록이 없다. 얼마나 장시간 일했는데, 노동강도가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
천안=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