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비율은 적고 산업재해 사망건수는 많고… ‘고용의 질’ 갈 길 아직까지는 멀다
‘전문직 비율은 스웨덴의 절반, 산업재해 사망건수는 독일의 9배.’
주5일 근무제, 여성의 꾸준한 사회 진출 등으로 2000년 이후 우리나라 고용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과의 격차는 상당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LG경제연구원은 13일 ‘고용의 질 아직 갈 길 멀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여성고용의 질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문직 종사자 비율은 2005년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18.4% 수준으로 스웨덴(38.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노르웨이(35.8%), 독일(34.9%) 등 서구 선진국에 비해서도 한참 뒤졌고 멕시코(16.3%), 터키(11.9%)에만 근소하게 앞섰다.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전문직 비율이 낮다는 사실은 교육과 직업적인 성취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구조적 뒷받침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도 2006년 52.5%에 그쳐 OECD 국가 평균 58.7%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남성 대비 여성 상용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39.8%로 비교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원은 소개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과 산재사망률은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이다. 2006년 기준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4.2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33.4시간)은 물론이고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체코(38.3시간), 멕시코(36.1시간)보다도 높았다. 산재사망률 역시 근로자 10만명당 21명으로 노르웨이(1.3명)의 16배, 독일(2.4명)의 9배에 달한다.
물론 우리나라 고용의 질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연구원은 임시 및 일용 근로자 비율, 산재사망률, 주당 평균 근로시간, 전문직 종사자 비율, 평균 근로소득 대비 1분위 소득계층의 근로소득 비율, 여성 및 고령자의 고용률 갭 등 6가지 요소를 합친 고용의 질 지수가 1999∼2000년 -1.6에서 2006∼2007년 5.2로 뛰었다고 밝혔다. 이는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주당 근로시간 감축, 여성 고용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교하면 여전히 할 일이 많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배 선임연구원은 “일자리 창출이 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취업자의 후생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일자리 질의 제고가 노동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진다면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