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호에 이어 98호 『노동과건강』도 여전히 코로나19 판데믹의 한복판에서 내게 되었습니다. 많은 과학자의 예측대로라면, 99호와 100호 특별호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를 초조하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 이제 모두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98호 『노동과건강』도 코로나19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지난 97호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더 바빠지고 위험해진 노동자들,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계의 위협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던 것 기억하시죠? 이번 호 특집 [코로나19와 노동]에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보이지 않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소위 ‘K-방역’의 화려한 무대 뒤에서 극한 노동을 했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그리고 어차피 ‘사회적 격리’ 상태라 사회적 거리두기조차 불필요했던 농업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또한 비대면 시대를 가능하게 만든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직면한 현실과 연대운동의 중요성을 김한별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의 기고글을 통해 전합니다.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각자 다르지만, 연대만이 이 시기를 헤쳐나갈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글들입니다.

지난봄부터 노동건강연대는 KBS와 함께 은밀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에 대한 2018-19년의 1심 판결문 총 671개를 분석하여, 기업과 경영진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작업이었습니다. 기획 코너 [산업안전보건법 판례 671건을 분석하다]에서는 KBS 9시 뉴스에서 다 소개하지 못했던 내용과 더불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회원 김예림 노무사의 글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의 양형기준 문제를 검토합니다.

2000년대 초반 ‘산재는 기업의 살인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했던 노동건강연대의 캠페인이 어느덧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과 책임자 처벌’을 담은 전국 규모의 입법운동, 시민-노동의 연대운동으로 진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연구현장] 코너에서는 변증법적 비판실재론 관점에서 기업살인 운동의 의미, 사회 변혁적 주체의 진화과정을 분석한 연구의 일부를 이주연 회원이 소개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좀처럼 결실을 보지 못했던 차별금지법 제정이 모처럼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정책 리뷰] 코너에서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법의 조혜인 변호사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노동현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또한 21대 국회에서 노동 관련 법안이 어떤 이들의 손을 거쳐갈지를 가늠하기 위해 노동건강연대 한지훈 활동가가 21대 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의 약력을 정리하여 지면으로 공유해 드립니다.

[서재와 시사실]에서는 지난 6월 발간된 『직장갑질에서 살아남기』의 저자이자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과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직장갑질119 활동의 뒷이야기까지 꼼꼼하게 전해드립니다. 또한 류한소 회원이 영국 드라마 <이어즈&이어즈(Years and Years)>(2019)를 소개합니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다른 이와 ‘같이’ 그 너머를 상상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하네요.

무더위가 가시기 전에 여름호를 선보이려 했는데 태풍이 오는가 싶더니 훌쩍 날이 쌀쌀해졌습니다. 이제 아쉬운 98호를 손에서 떠나보내고, 두근두근 99호와 100호를 준비하기 위해 편집위원회는 또 열심히 뛰겠습니다.

 

편집위원장 김명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