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19와 노동

 

한국 사회에 이미 2백만 명에 가까운 이주민이 살고 있다지만, 코로나19 유행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마스크도, 재난지원금도 ‘국민’이 아닌 이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국경이 차단되면서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하지 못해 농업 생산에 어려움이 닥쳤다는 뉴스만이 이들의 존재감을 보여줄 뿐이다. 역설적이다. 우리의 먹거리를 이들에게 의존하면서도, 재난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니 말이다. 노동건강연대는 이주노동자들이 전대미문의 팬데믹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안산에 위치한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아갔다. 캄보디아 출신의 농업 이주 노동자 다섯 분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김이찬 대표가 이야기와 더불어 통역을 맡아주었다.

 

일시 : 2020년 8월 1일
장소 :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
참석 : 사사, 사속, 삼멘, 루티아, 짜리아
진행 : 김명희 (노동과건강 편집위원장), 박상빈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통역 :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김명희 : 지난 봄에도 우리가 코로나 유행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일이 많아지고 위험이 증가한 노동자들, 반대로 일이 없어지고 소득이 줄어든 노동자들을 만났다. 이번에는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한국에 온지 얼마나 되었고 무슨 일을 주로 하는지 소개를 해 달라.

사사 : 8년 됐다. 고용허가제로 두 번 들어왔다. 자유로 근처 일산 농장에서 일했다.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쑥갓, 얼갈이, 시금치, 열무, 실파를 재배했다. 노지에서도 작업하고, 하우스에서도 일했다. 여름에는 아침 6시부터 일을 시작해서 점심 1시간 빼고 저녁 6시까지 일했다. 매일 12시간 일했다.

김명희 : 농부들은 보통 낮에 땡볕이 날 때는 일을 잘 안 하는데, 12시간 내내 계속 일을 했단 말인가?

사사 : 그랬다. 그렇게 일을 시켰다. 한 달에 이틀 쉬었다. 심지어 비닐하우스를 짓고 해체하는 일도 시켰다.

사속 : 1년 됐다. 사사, 삼멘이랑 같은 농장에서 일했다.

삼멘 : 4년 됐다. 나도 같은 농장에서 일했다.

루티아 : 7년 됐다. 경기도 이천시 공장에서 야채 포장 일을 했다. 여러 종류의 야채가 오면 작업장에서 포장하는 일이다. 시금치, 냉이, 상추, 깻잎, 청경채 등등을 포장했다. 일하다가 어깨가 아프게 되었는데, 사장님이 그냥 가라고, 돈 안 주고 나를 해고시켰다.

짜리아 : 3년 됐다. 양평에 있는 케일, 로메인, 상추, 치커리, 적치커리 등을 키우는 농장에서 일했다.

김이찬 : 수도권에 농업 사업장이 엄청 많다. 전체 이주노동자의 절반이 서울 경기에서 일을 한다. 그중 농업 노동자도 엄청 많다. 수도권 2천만 명 먹을 걸 만든다.

김명희 : 계속 농업에만 있었나?

김이찬 : 이분들이 E-9비자로 들어오는데, E-9 안에도 장벽을 만들어놔서 다른 일을 못한다. 고용허가제가 기본적으로 등록 해놓은 작업장을 못 옮기게 하는데, E-9 안에서도 농업, 제조업, 건설업, 어업 이렇게 분야가 나뉘어 있어서 다른 데 못 간다.

 

고용허가제란?

정부가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중소기업에 최대 4년 10개월간 합법적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이다. 이주노동자 송출국은 필리핀,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캄보디아,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키르키즈스탄, 미얀마, 동티모르, 라오스 등 16개국이다. 이주노동자는 발급받은 비자에 정해진 업종 이외의 업종으로 이동할 수 없고, 사업장을 이동 횟수도 3회로 제한된다(휴업, 폐업, 임금체불 등 법에서 정하는 사유의 경우는 변경 횟수에 산입되지 않는다). 이러한 제한 규정 때문에 임의로 사업장을 변경할 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될 수 있다. 고용허가제상 사업장 이동 금지 규정은 이주노동자의 직장 이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허가제 비자의 종류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비자는 비전문취업 비자(E-9)와 외국국적 동포 방문취업 비자(H-2)가 있다. 비전문취업 비자에 의해 취업가능한 업종은 노동자 300인 미만이 종사하는 제조업, 농·축산업, 20톤 미만 선박을 사용하는 어업, 건설업, 건설 폐기물 처리업 외 4개 서비스업 등이 있다. 동포 비자(H-2)로 취업할 수 있는 업종은 음식·숙박 등 33개 서비스업, 300인 미만 제조업, 농·축산업, 20톤 미만 어업, 건설업 등이 있다. 동포 비자로 취업한 이주노동자는 비전문취업 비자와는 달리 횟수나 사유에 제한 없이 사업장 변경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

 

김명희 : 숙소는 어떻게 제공되고, 일하면서 먹는 건 어떻게 해결하나?

사사 : 저녁때 퇴근하면 다음날 먹을 것까지 미리 다 만들어 놓는다. 아침은 시간이 없어서 못 먹는다. 아침 안 먹고 점심시간 될 때까지 일한다. 배고파도 할 수 없이 참는다. 10분, 20분도 쉬는 시간을 알 주고 간식도 안 준다. 그러고 12시까지 일을 한다. 점심 먹으러 밭에서 숙소로 가야 한다. 숙소는 샌드위치 패널로 된 컨테이너다. 그러고 먹자마자 한 시간이 다 되기 전에 나와서 6시까지 일한다. 일하는 동안 화장실을 두세 번 가게 되는데, 세 번 간다고 욕을 하기도 한다.

김명희 : 화장실 가려면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하나?

사사 : 밭이라서 화장실이 따로 없고, 밖에서 일을 봐야 한다. 사람들이 안 볼 때 그냥 밖에서.

김이찬 : 하우스랑 산 사이에 도랑이 있는데, 거기에 똥이 30센티 간격으로 있는 걸 찍어둔 영상이 있다. 사람이 쌌던 곳에 또 쌀 수 없으니까, 한 번 싸고 삽으로 덮고 그 옆에 또 싸고 덮고 한 거다.

사사 : 농장의 하우스가 한 40개 정도인데 네 군데에 흩어져 있다. 두 군데는 화장실이 있고, 두 군데는 없다. 하우스가 한 10개에서 15개씩 모여 있는데 화장실이 없다. 나무 뒤에 숨거나 나무 사이로 가서 일을 보기도 한다.

김명희 : 일 하는 곳이랑 숙소는 다 가까운가?

사사 : 숙소 가까운 밭은 한 군데이고, 나머지는 다 떨어져 있다. 걸어 다니진 않고 사장이 용달차로 아침에 태우러 온다.

김명희 : 숙소에 가스레인지나 먹는 물 같은 건 제대로 되어 있나?

사사 : 우리 숙소 옆에 사장 집무실 같은 창고가 있는데, 거기에 정수기가 있다. 정수기 물 갖다가 먹는다. 씻는 물은 수도가 들어온다. 숙소에 화장실은 있다. 부엌은 방 바깥에 있는데, LPG 가스통을 쓴다.

김명희 : 일하다 목 마를텐데 물도 안 주나? 새참은 진짜 안 주나? 너무 힘들 것 같다.

사사 : 물은 먹을 수 있다. 집에서 나올 때 2리터짜리 플라스틱 물통을 들고 나온다. 새참은 없다. 가끔 점심 먹으러 집에 올 수 없을 때는 도시락을 스스로 싸가야 한다. 사장도 자기 밥만 싸오고 우리는 각자 밥을 싸가야 한다. 사장은 자기 혼자만 자기 밥 먹고, 우린 우리끼리 먹고.

김명희 : 여름에 냉장고도 없는데 도시락 괜찮은가? 음식이 상하지는 않나?

삼멘 : 집에서 먹을 때는 서늘한 데 뒀다가 먹기 전에 다시 익혀서 먹는다. 상할 때도 있다. 상한 거 같으면 안 먹는다. 안 먹는 이유는 아프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사장이 병원 데려가지도 않고 병원 어떻게 이용하는 줄도 모른다. 나는 4년 동안 병원 한 번도 안 가봤다.

 

월급은 못 받는데 계속 날아오는 건강보험 납부 고지서

김명희 : 농업 노동자 건강보험 현황은 어떤가?

김이찬 : 예전에는 80% 정도가 없었다. 그런데 2019년에 지역가입자로 전부 의무가입시켰다. 이제 매달 13만원 내야 한다.

사사 : 2019년 7월에 처음으로 건강보험이 생겼고, 그 이후로 13만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다. 나는 고참이라서 월급을 180만 원 정도 받는데 그 중 거의 10% 가까이 빠져나간다. 근데 그 월급도 지금 네 달째 못 받고 있다. 건강보험료 고지서는 계속 날아오는데 못 내고 있다.

사속 : 고지서가 사장 주소지로 날아온다. 그래서 사장한테 고지서 보여주면서, 월급 4개월 못받고 있는데 이거 어떡하냐고 하니까 문제 없다고, 괜찮다고 했다.

 

농업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료 과다 책정

보건복지부는 2019년 7월 16일부터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중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이에게도 건강보험을 지역가입자로 당연적용하기로 했다. 그 이전에는 신청을 통해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내국인 가입자가 부담하는 평균 보험료를 기준으로 부과하여 2019년 기준 월 11만3050원씩 내야한다. 이는 최저임금 수준, 혹은 그보다 못한 임금을 받는 농업 이주노동자에게 크나큰 부담이 된다.

E-9비자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건강보험이 직장가입자로 당연적용되며, 보험료도 소득 수준에 맞게 책정된다. 그러나 농·축산업의 경우만 사업자 등록증이 없어도 이주노동자 고용허가를 신청할 수 있기에 이러한 사업장에 소속된 이주노동자는 지역가입자로 당연가입된다. 그 결과 이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건강보험료가 책정된다.

 

김명희 : 월급은 왜 안 주고 있나?

사사 : 돈이 없다고 안 준다. 비닐하우스 40개, 밭 4개 굴리면서 돈이 없다고 한다.

김이찬 : 황당한 거다. 노동자들은 병원 이용할 줄도 모르는데, 그렇게 의무적으로 지역가입자 시켜놓은 거다.

사사 : 나는 한 달에 28일을 일한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아프고, 사장한테 아프니까 병원 좀 같이 가자고 했다. 말도 안 통하고 하니까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한 거다. 근데 혼자 갔다 오라고 한다. 그리고 일 안 했으니까 일당을 깐다.

김명희 : 말도 안 통하는데 병원은 어떻게 갔나?

사사 : 일단 병원을 간 다음, 통역 센터에 전화를 해서 통역으로 진료를 받는다.

김명희 : 국내 입국할 때 병원 가는 방법 안내는 받는가?

루티아 : 나는 한 40명 되는 포장 공장에 있었는데, 거기서 정기 검진 안내는 받았고 검진모 받아 봤다. 하지만 입국할 때 안내를 받아본 적은 없다.

김이찬 : 루티아 일하는 곳은 거의 제조업 사업장인데 농업으로 신고가 되어 있다. 라인별로도 사장이 다 나눠져 있다. 농업으로 분류하고 거기다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신고하니까 임금을 굉장히 깎아 먹을 수 있다. 시간도 속이고. 그래서 우리가 진정을 준비하고 있다.

김명희 : 오늘 여기 오신 분들은 지금 모두 일이 없는 상태인가?

김이찬 : 그렇다. 월급 못 받으면서 계속 일 하다가 다 도망쳐 나왔다.

삼멘 : 우린 도망친 지 한 3주정도 됐다.

루티아 : 난 15일 됐다.

짜리아 : 나는 두 달 됐다. 노동청에 진정 넣어놨는데 감독관들이 헤메고 있다.

김명희 : 그럼 현장 숙소 벗어나서 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나?

김이찬 : 크메르 노동권협회에서 하는 쉼터에 있다. 이들은 지금 집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다행히 맘 좋은 지인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그것도 언제까지 더부살이 할 수는 없으니 쉽지 않다.

 

어차피 사회적 격리 상태라 달라질 게 없다

김명희 : 이제 본격적으로 코로나 관련 이야기를 해보자.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졌나?

루티아 : 나는 30명이 있는 큰 공장에서 일했는데 출입이 까다로워졌다. 체온 체크하는 게 새로 생겼다.

사사 : 우리 농장은 아무 변화 없었다. 코로나 전이랑 똑같다.

김이찬 :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격리되어 있는 상태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별로 상관없다. 한 달에 28일을 밭에 묶여 있는데, 그 밭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접근할 리도 없고 만날 리도 없어 보인다.

삼멘 : 애초에 자유도 없고, 사회적 만남도 없었다.

사사 : 마스크나 손 소독제나 아무 것도 안 줬다. 그냥 똑같다. 공포감이 들어서 사달라고 했는데, 사장은 3천 원이라고, 비싸서 안 된다고, 너네가 다 사서 쓰라고 했다.

짜리아 : 나는 양평이었는데, 아예 바깥에 못 나가게 했다. 도망치기 전 두 달 동안 딱 하루 쉬었다. 코로나가 있건 없건 야채는 자라고 수확을 해야 하니까. 보통 두 달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쉬고 일한다. 코로나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외출 자체를 못 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김명희 : 그래도 밥 하려면 시장에도 가고 해야 하지 않나?

삼멘 : 밖으로 못 나가게 했다. 뭘 사주거나 하는 것도 없으면서 나가지 말라고 했다.

사속 : 사장이 음식 없으면 라면 먹으면 되지, 라면 먹는다고 안 죽어 이렇게 얘기했다.

사사 : ‘반장님은 일을 많이 안 하니까 라면 먹어도 되겠죠, 근데 우리는 많이 하니까 밥을 먹어야 해요’라고 항의한 적 있다.

김명희 : 밥은 뭘 해서 먹나? 한식? 아니면 고향 음식을 먹나?

사사 : 없으면 라면에 밥 말아 먹는다. 김치건 계란이건 반찬 없이. 사장이 안 준다. 우리가 농사지은 야채도 안 준다. 못 먹게 한다. 사장이 없을 때 그냥 뽑아 먹는다.

사속 : 인터넷으로 페이스북으로 캄보디아 음식 재료 주문하는 곳이 있다. 거기서 배달해 먹는다. 근데 굉장히 비싸다.

삼멘 : 우리 숙소가 밭이라서 주소가 애매하다. 등록된 곳은 사장 집이라 주소가 다르다. 우리는 비닐하우스에서 지낸다. 그래서 편지, 택배, 식자재 이런 것들이 배송 오면 사장이 받는다.

사사 : 나는 나중에 컨테이너 주소를 알아내서 거기로 주문했다. 근데 택배 아저씨가 맨날 전화해서 물어본다. 도대체 어디냐고. 내가 설명해야 하는데 그래 봤자 못 알아들으니까 사장한테 전화해서 받아달라고 하면 사장이 화를 낸다. 왜 물건을 시키냐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화를 낸다.

김명희 : 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방역수칙이었는데, 그게 애초에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김이찬 : 의미가 없다. 여긴 오히려 청정지대다.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외부에서 들어가지 않는 한.

김명희 : 포장 공장은 회사에서 마스크 지급했나?

루티아 : 처음에는 안 줬다. 나중에 한 사람당 10장씩 얇은 마스크를 준 적이 한 번 있다.

김명희 : 그래도 코로나가 뉴스에 막 나올 때 걱정했을 거 같은데 어땠나?

사사 : 심각하다고 걱정하긴 했다.

김명희 : 평소엔 뭘 보고 정보를 얻나?

사사 : 주로 페이스북으로 정보를 얻는다. 사장이 얘기해주거나 하는 건 없다.

김명희 : 노동부에서 코로나 관련해서 여러 나라 언어로 안내문을 만들었는데, 혹시 본적 있는가?

사사 : 없다. 재난문자만 온다. 대부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빽빽 울리기만 한다. 경보가 하루에 네 번 다섯 번 오는데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빽빽 울려대기만 하는 재난문자

김이찬 : 노동부는 하는 게 없다. 내가 봤을 때 악덕 브로커다. 노동자들 이런 곳에, 그런 사장 아래에 집어넣고 제대로 확인도 안 한다. 밥은 어떻게 먹는지, 숙소는 어떤지 이런 거 하나도 신경 안 쓴다. 아침 6시부터 밤 6시까지 일하면서 밥은 어떻게 먹는지 나도 신기할 따름이다.

김명희 : 이주노동자 커뮤니티 안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검사받거나 격리되거나 한 사람 없나?

사사 : 아예 없다.

루티아 : 애당초 병원에 익숙하지도 않고, 사장은 병원 가면 코로나 걸린다고 가지 못하게 한다. 아프면 약국 가라고 한다.

김명희 : 약국은 가까운가?

사사 : 전철로 두 정거장 가야 약국 있다.

루티아 : 나는 약국은 가깝다.

김명희 : 한국 와서 병원 가본 적 없나?

사사 : 처음 한국 온 4년 8개월 동안에는 병원에 여러 번 갔다. 하우스에서 머리가 너무 뜨거워서 계속 토했다 (김명희: 아마도 일사병 아니었을까). 한 3개월 고향에서 쉬고 다시 한국 왔는데, 이제는 좀 아니까 조심하고 약 사 먹고 한다. 그래도 작년 10월에 병원에 한 번 갔다. 그때도 머리가 계속 뜨거웠고 계속 토하고 너무 힘들어서 갔다.

김명희 : 병원은 어떻게 갔나?

사사 : (캄보디아) 친구한테 연락을 해서 병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친구가 한국말 좀 할 줄 알았다. 전철 타고 갔다. 토하고 아프고 힘도 없고 했는데 친구 등에 기대서 그냥 갔다.

김명희 : 병원비는 얼마나 나왔나?

사사 : 그때 마침 직장이 없고 바꾸는 도중이어서 보험이 없었다. 15만원 냈다.

김명희 : 다른 분들은 병원 가본 적 있나?

짜리아 : 한 번도 안 가봤다. 약국 가서 진통제 사 먹는다.

루티아 : 나도 아프면 참는다.

사속 : ‘감기 있어요’라고 사장한테 얘기하긴 하는데, 그러면 병원 가지 말라고 한다. 보험 있어도 일해야 해서 병원 못 간다.

김명희 : 여기 안산은 이주노동자한테 재난지원금 나왔다고 들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일하던 동네에서 혹시 재난지원금 받으셨나?

일동 : 못 받았다.

 

고향집에 돈을 못 부쳐서 걱정

김명희 : 지금 공식적인 체류 상태가 어떻게 되나?

김이찬 : 지금 직장 옮기는 중이다. 임금체불은 정당한 사유라서 직장 옮길 수 있다. 근데 3개월 안에 무조건 다른 직장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 안 되면 불법이 된다.

김명희 : 일자리는 어떻게 구하나?

김이찬 : 노동부에서 알선을 해준다. 노동부 고용센터가 이주노동자 구직활동 같은 거에 관리책임이 있다.

김명희 : 임금을 못 받으면 고용센터에 얘기하면 되나?

김이찬 : 고용센터와 고용노동부 지청 둘 다 얘기해야 한다. 고용센터는 임금 문제는 신경을 안 쓴다. 관심 없어 한다. 이주노동자는 본인이 어딜 가야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같이 간다. 근데 고용센터가 악덕인 게 뭐냐면, 임금체불 사실을 고용주한테 확인을 받아서 가야한다. 고용주는 ‘그 자식들 일 안 하고 도망갔다’고 이야기한다. 임금 체불 얘기는 안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여부를 조사하는데 2년이 걸린 적도 있다. 그러면 이 노동자들은 피가 마른다. 다른 데 갈 자격이 없어지니까. 이게 굉장히 악법이다. 사장은 또 노동자들이 도망갔기 때문에 밀린 임금 다 줄 수 없다고 우긴다. 노동자들이 계약 위반한 거라고 우긴다.

김명희 : 일을 하면 본국에 돈을 부쳐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영향이 있나?

루티아 : 코로나 이후로 환율이 떨어져서 한국 돈이 싸졌다. 손해다. 125만원이 돼야 1천 달러를 부칠 수 있다. 평소보다 돈을 더 부쳐야 해서 힘들다.

김명희 : 캄보디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는 뉴스는 잘 나오지 않는다. 가족들한테는 별 일 없나?

사사 : 코로나 환자가 많을텐데 정부가 얘기 못 하게 하는 것 같다. 누가 캄보디아에 코로나가 많다고 얘기하면 잡아 가둔다.

루티아 : 캄보디아에서는 마스크 착용한 사람은 일하지 말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김이찬 : 트럼프랑 비슷한 것 같다.

김명희 : 그럼 캄보디아로 돌아가려고 해도 걱정이 많겠다.

루티아 : 들어가면 15일 동안 공항에 있게 한다. 그런 다음 검사해서 코로나 없다고 나와야 집에 갈 수 있다. 한국에 올 때도 문제다. 한국 입국할 때 하루에 70달러 정도 되는 격리시설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돈을 우리가 다 내야 한다. 원래 정부랑 사장이 내준다고 했는데 안 내준다.

사사 : 캄보디아로 귀국하면 2만 5천 원 정도 검사비도 내야 한다.

김이찬 : 한국에 오기로 했던 노동자 네 명 정도가 못 오고 있다는 전화를 하기도 했다. 원래 5월에 들어왔어야 했는데 사장한테 9월에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비행기표 샀다가 취소했다가 샀다가 취소했다가를 여러 번 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해외입국자는 2주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외국인 근로자 취업교육시설이나 자치단체 격리시설,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전용 격리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비용은 약 150만원에서 200만원 상당으로 기업이 부담한다.

 

김명희 : 송금에는 문제가 없나?

사사 : 인터넷 뱅킹으로 하면 된다. 문제는 없다.

김명희 : 코로나 거치면서 제일 걱정되거나 힘든 게 무엇인지?

사사 : 여러 가지가 중첩되어 있다. 하나는 캄보디아 정부가 똑바로 하질 않으니 걱정되고, 다른 하나는 여기 돈 벌러 온 건데 사장이 돈 없다고 4개월간 임금을 안 주고 있는 거다. 고향 생각하면, 그곳 정부는 사람들 삶에 전혀 관심이 없지, 돈 없지, 집 없지 이런 상황이 걱정이다.

김명희 : 근데 도대체 월급을 왜 안주는 건가? 수확을 했는데 왜 돈이 없는 건가?

사사 : 돈이 없다고 안주는 거다. 하우스도 짓고 다 했는데. 차라리 일을 시키지 말 것이지.

김이찬 : 올해 파 가격이 폭락해서 값이 얼마 안 된다. 그래도 가진 재산이 있을텐데, 일한 사람한테 돈은 줘야지. 너무 악질이다. 아예 떼어먹힌 노동자도 있다.

사속 : 캄보디아에 홀어머니가 계신데, 돈을 보내야 하는데, 오랫동안 못 보내고 있어서 그게 제일 속상하다. 다른 일자리 빨리 구해지면 좋겠다.

김명희 : 임금 체불 때문에 이렇게 일 안 하고 있는 기간은 연장이 되나?

김이찬 : 안 된다. 본인 잘못인 것도 아닌데. 기다리면 기다리는 만큼 돈 벌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다.

루티아 : 나는 한국에 와서 일 하는 건 고향에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와서 일을 하는데, 사장이 일은 죽도록 시키고, 한 달에 이틀 쉬게 하고,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하루 10시간은 기본으로 일을 시킨다. 그렇게 일을 하니까 너무 힘들다. 근데 고향집에 돌아갈 수도 없다. 임금을 제대로 안 줘서 항의하니까 해고당했다.

김이찬 : 루티아 일하는 곳은 농업으로 분류된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저 친구는 포장공장이고 회사 이름도 ‘OO유통’이다. 농업도 아닌데 근로기준법 63조 핑계대면서 근로기준법 안 지키고 있다. 그래서 소송을 제기해보려고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63조는 농업노동자의 근로시간 한도, 연장 근로 제한, 휴게시간, 주휴일, 연장·야갼·휴일 근로, 보상휴가, 연차유급휴가 등을 정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월 300시간 가까이 노동을 하고도 주휴수당이나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을 받지 못하고, 한 달에 이틀밖에 휴일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하소연할 데가 없게 된다.

근로기준법 제63조(적용의 제외)

이 장과 제5장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1. 토지의 경작ㆍ개간, 식물의 재식(栽植)ㆍ재배ㆍ채취 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
2. 동물의 사육, 수산 동식물의 채포(採捕)ㆍ양식 사업, 그 밖의 축산, 양잠, 수산 사업
3.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람
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짜리아 : 밭일을 할 때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고개를 두어 개 넘어서 가야 한다. 또 계속 쪼그려 앉아서 일하니까 고되다. 수확한 야채 박스 실어서 옮기는 것도 힘들다. 근데 임금은 8시간 분만 준다. 그마저도 월급이 안 들어오고 너무 힘들다.

김명희 : 사장들 다 그렇게 못됐나?

김이찬 : 이쪽은 다 그렇다. 당당하게 말한다. 10시간 일하는데 왜 8시간만 주냐고 내가 물어본 적 있다. 숙소를 제공하니까 그런다고 답한다. 그런데 숙소는 월세 겸 관리비를 또 따로 20만원씩 받는다. 지독하다. 겨울에 난방비 20만원 나오면 그것도 다 받는다. 그게 컨테이너박스고 비닐하우스니까 난방비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거다. 전원일기에 나오는 것 같은 낭만적이고 정 많은 농촌 절대 아니다.

김명희 : 비자에 따라서도 임금이 다른가?

김이찬 : 제조업은 최저임금이랑 근로기준법은 지킨다. 근데 농업은 근로기준법에 주휴수당이 없다. 제조업이랑 비교하면 기본적으로 4일치 임금이 적은 거다. 게다가 농업은 연장, 주말 수당도 1.5배 가산이 안 된다. 그리고 그 시간조차도 속인다. 10시간 일 시키고 8시간씩만 책정해서 주고 있다. 그러니까 똑같이 노동해도 제조업의 절반 밖에 못 받는다.

김명희 : 마음이 무겁다. 여기는 코로나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 『노동과건강』 독자들, 활동가나 연구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사사 : 내가 제일 억울하게 생각하는 건,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강제로 시켜서 보험료 많이 내는 거다. 병원에 갈 수도 없고 약만 사 먹는데, 너무 많이 낸다. 뭔가 이용할 수 있게 해놓고 가입을 시켜야지, 너무 비싸다. 이런 거 좀 해결해 달라.

김이찬 : 나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인데 4만 6천 원 낸다. 근데 이 노동자들은 수입이 170~ 180만원 밖에 안 되는데 한 달에 13만 4천 낸다. 직장가입자라면 13만원씩 내려면 월급이 3백만 원은 넘어야 한다. 임금 체불이 되건 안 되건, 수입이 있건 없건 계속 그렇게 내야 한다. 지금 이 노동자들은 보험료 체납 상태다. 나중에 출국할 때 다 물어내야 한다. 정작 병원을 한 번도 이용해보지도 못했는데, 제도의 혜택을 받지도 못했는데.

삼멘 : 비닐하우스 건설하는 일은 건설노동자 데려다 시키면 좋겠다. 그렇게 하도록 정부가 관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 밭에서 파 뽑는 것도 힘들지만 땅 파고 기계 다루고 하는 건 너무 엉뚱한 일 같다. 월급도 안 주면서.

루티아 : 건강보험료가 한 5만 원, 6만 원이면 좋겠다. 13만원이면 월급의 10% 정도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5~6만 원만 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병원 갈 시간도 있다. 나는 가지도 못한다. 왜 우리만 그렇게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속 : 고용주들이 노동시간 좀 지키고 일을 너무 많이 시키지 않으면 좋겠다. 너무 오래 일한다. 휴일이 일정하지도 않다. 사장이 쉬라고 할 때만 쉴 수 있다.

짜리아 : 나는 토요일로 정해져 있다.

사사 : 나는 월요일이든 화요일이든 언제든 일 없고 한가할 때 쉴 수 있다.

김이찬 : 이게 근로기준법 63조의 문제다. 노동시간 정해놓고 지키라고 하면, 아니 농부가 노동시간을 어떻게 정해 놓냐 반발한다. 자기 혼자 농사지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 누굴 고용했으면 그러면 안 된다. 책임을 져야 한다. 제조업은 그래도 도시에 있고 사회적 눈치도 보고 하니까 지킬 건 지킨다. 쉴 시간은 준다. 2019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엄청 늘었다다고 한다. 5천억 원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병원 가지도 못하는 이주노동자들한테 돈만 받아서 챙기고 있는 거다. 4년만 일하고 본국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한테 장기요양보험료까지 받아내고 있다. 창피한 줄 알았으면 좋겠다. 건강보험료 징수하는 행정력은 있는데 임금 체불은 못 잡는다. 사업주가 사업자 등록이 안 돼 있으면 산재도 적용이 안 된다. 현재 정부 행정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는 거다. 이주노동자 신청할 때 사업자 등록을 요건으로 걸기만 하면 되는 건데 안 한다. 2천만 원씩 임금 체불 돼도 나 돈 없다 하면서 발뺌하면 끝이다. 이런 상황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