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인정기준과 작업장 환경측정 기준(횟수) 완화 등 규제개혁위원회의
산업보건안전 규제완화 방침에 대해 노동계와 안전관련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당국이 보완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2002년도 규제정비지침’을 통해 “98년부터 2001년
까지 총 1만3,914건의 행정규제 중 절반수준을 폐지했으며 나머지 규제(현 등록
규제 7,169건)는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다수
국민들은 규제개혁을 통해 자율성이 확대되고 국가경쟁력도 강화된 것으로 인식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규개위는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부 분야에서는 사회적 공감대
를 형성하지 못한 채 개혁작업이 이뤄져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며 “앞으로 환경ㆍ식품ㆍ소방 등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회적 규제’
를 정비할 경우에는 완화되는 규제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개발하는 등
사회적 규제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98년 공식 출범이후 일관되게 기업의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행정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해 온 규개위가 부작용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과 관련되는 규제를 삭제하거나 변경하는 조치는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이한동 국무총리는 한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그 동안 정부차원
에서 추진해 온 규제개혁은 규제완화만이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불필요한 규제는 풀되 국민의 안전 또는 사회질서 확립을 위한
규제는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특히 산업재해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안전분야 전반에
대한 규제를 종합적으로 재검토, 규제강화 또는 완화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규개위는 지난 10월 안전관리사 자격과 산업재해율 산정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과제를 발표, 노동계와 안전관련 시민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당시 규개위가 발표한 내용은 2002년부터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사업을 수주, 공구별로 책임분할 시공한 곳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자기가 맡은 공구의 재해에만 책임을 진다는 내용도 포함
돼 있다.
규개위는 또 800억원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600인 이상 공사시 2명의 안전
관리자를 선임하되 2002년부터 산업안전기사 중 건설업 관리경력이 3년 이상인
경우에도 안전관리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재계는
▲노동자 건강진단 채용 3개월 후 실시
▲5,000명 이상 사업장의 작업환경 측정횟수 연1회로 완화
▲노조가 있는 사업장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위촉배제
▲하도급 사업자간 안전보건협의체 구성완화
▲산업재해 인정기준 휴업4일 이상
▲산재요양 노동자 해고금지규정 완화 등을 당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유일한 제도”라면서 “기업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근로자의 안전보장을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산업재해가 대폭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의
애로를 해소해준다는 미명하에 근로자의 건강을 유린하는 정책을 묵과할 수는
없다”면서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경제논리에서 벗어나라”고 촉구, 당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철도청 엄중 경고
노동부가 최근 철도청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를 적용해 엄중 경고하고
안전교육 및 안전진단명령을 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노동부가 같은 식구나 다름없는 중앙부처에 대해 위반여부를 1개월간
현장조사를 벌인 뒤 행정적인 조치를 내린 것은 관련법 제정이후 처음. 노동부는
“지난 99년 이후 발생한 공무원의 업무 중 사망사고가 철도청 71건,정보통신부
6건 등 모두 77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철도청에서 발생한 2건의 사망사고는
사전예방 조치 미흡이 원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유용태 노동부장관은 11월 5일 안전점검의 날을 맞아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소재 건설화학공업을 방문하고, 중대 산업사고 예방상태 및 발생시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유 장관은 이날 회사측이 준비한 브리핑을 들은 후 20여분에
걸쳐 가연성ㆍ인화성 제품창고 등 주요 위험시설을 일일이 점검, 산업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