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광’ 내다가 사람 잡는다
청소 노동자, 보호구 없이 염산·광택제 사용..피부화상·탈모 유발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고무장갑에 세정제가 튀었는데 ‘지지직’하는 소리를 내면서 타더라고요.”
“세척제를 담아놓은 통을 열면 순간적으로 눈이 시리고 머리가 띵하게 아파요”
지하철이나 대학 등 공공기관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 노동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세정제는 염산 등 강력한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2005년 부산의 고등학교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던 공익근무요원 박아무개(21)씨가 유독가스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 간 사건이 있었다. 진단 결과 박씨는 ‘염산 흡입에 따른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한달 이상 호흡 및 소화기관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했다. 화장실 청소에 사용했던 세정제가 염산이었던 것이 원인이다.
이는 비단 박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최근 도시철도에서 철로 세척을 위해 염산을 물에 희석시키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다는 조합원들의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도시철도측에서는 최근 용역업체에 염산 사용을 중지할 것을 지시했지만 때가 낀 변기를 깨끗하게 청소하기 위해서 용역업체가 암암리에 염산을 지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변기세정용으로 사용되는 세정제의 주요성분은 인산·폴리아크릴산·모노체틸아민 등으로 염산 등 강산성 제품이 주종을 이룬다. 이를 보호장구 없이 취급할 경우 피부자극이나 눈 자극 심하게는 점막화상도 입을 수 있다.
또 바닥 왁스 제거 등으로 사용되는 ‘박리제’(표면에 부착된 오염물질을 벗겨 내거나 제거하는 물질)에는 수산화나트륨·수산화칼륨·규산소다·아미염·암모니아수 등이 주 성분으로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탈모, 피부 탈지 증상 등을 일으킨다. 표백제 역시 피부 가려움증이나 안구손상과 같은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표면에 윤기가 나도록 바르는 광택제는 납류와 수지류·휘발성용제·유화제 등 유해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구토와 눈 자극, 피부 가려움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현행법상 이러한 유해물질을 사용할 경우 경고표지를 부착해 취급 노동자들이 유해성을 사전에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해야하지만 대부분의 청소용역업체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한달에 1번 정도 청소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며 “‘정시에 출근해라’, ‘깨끗이 청소해라’ 등 잔소리로 채워지는 안전교육으로는 청소노동자의 질병을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