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방사능 노출로 사망했다면 산재
서울고법 “인과확률 낮더라도 방사선 피폭 노동자 보호해야”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원자력 발전소에서 24년동안 일하면서 상당량의 방사능에 노출된 노동자가 췌장암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이번 판결은 과학기술부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방사선 피폭에 의한 암의 업무상 질병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17일 서울고법 특별8부(재판장 최병덕 부장판사)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췌장암으로 사망한 황아무개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취소하고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황씨는 방사선관리구역에 출입하면서 방사능 오염사고 등을 처리하는 등 피폭량이 상당하고, 이에 비춰보면 방사선 피폭이 췌장암 발생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방사선 피폭은 흡연과 더불어 췌장암 발병의 주요원인 이라는 의학적 견해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의학계에서는 이론적으로 방사선 피폭에 의한 암은 소량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기술부 고시(제2001-35호)에는 방사선 종사자의 업무상 질병 범위를 피폭과 질병과의 인과확률이 백혈병 33%, 고형암(췌장암, 간암 등) 50%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학기술부의 인과확률에 따른 보상기준은 실제 방사선에 의한 암 발생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방사선과 췌장암이 관련 없다는 확실한 의학적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방사선에 피폭된 사실이 명백한 노동자를 더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폭량이 국제방사선방호학회가 제시한 허용선량을 넘지 않았지만 학회가 제시한 허용선량은 암 발병과는 큰 관련이 없으며, 췌장암 발생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황씨가 흡연을 하긴 했지만 5년간 금연을 했었고 달리 발병원인이 될 만한 요인이 없었으므로 방사선 피폭이 적어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
당한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한편, 황씨의 부인은 남편이 지난 75년부터 방사선 취급업무 등을 해오면서 상당량의 방사능에 노출되어 99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 신청을 냈으나 거부 받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