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정부는 사립종합병원 병상 동원계획 즉시 수립·시행하라.

– 민간병원 동원 없이 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다.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병상동원 계획을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

– 공공병원 떠넘기기만으로 취약계층 환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일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거리두기와 방역조치로 지난 기간 환자발생은 최소한으로 억제되어왔으나, 정부는 그 시간동안 치료대응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은지 불과 며칠만에 중환자병상이 사실상 포화됐다고 알려지고 있다. 중환자 병상 뿐 아니라 일반 병상도 부족해 입원대기자가 나오고 있다.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실이 없어 격리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요양시설 환자들이 대구의 병실로 이송되어야 했던 상황은 미담으로 소비될 이야기가 아니라 지역진료체계가 이미 무너진 것을 뜻하는 신호다. 응급진료 대기시간과 이송시간은 계속 늘어나며 가정에서의 진료대기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분기 대구경북에서 초과 사망자가 수백 명 발생했던 문제가 더 크게 현실화될 수 있다. 우리는 이에 시급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요구한다. 정부가 병상동원체계를 즉시 확립하고 이를 위한 행정력과 재원 투입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

 

첫째, 의료 자원이 가장 많은 소위 ‘빅5병원’ 등 민간병원은 코로나 치료 대응에 적극 나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난 1년간 코로나 치료대응은 전적으로 소수의 공공병원에 떠맡겨져왔다. 민간병원은 일부 중환자 치료를 감당했을 뿐, 10%에 못 미치는 공공병상이 코로나19 환자 치료 대부분을 감당해야 했다. 공공병원이 코로나 치료역할을 전담하면서 기존 공공병원에서 치료받던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진료는 아예 배제되었다. 이런 의료공백의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들에게 의료 접근권을 빼앗아 유지되는 공공병원 중심 대응만으로는 도저히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국은 그간 민간의료공급을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구축해왔고, 민간의료부분에 인력과 의료자원을 집중해 왔다. 이들을 동원하지 않고 어떻게 제대로 된 치료 병상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 또 민간의료기관의 엄청난 수입은 대개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온다. 이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일부 의료인들이 여전히 ‘공공병원을 개조해 중환자병실로 쓰라’ 는 등의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공공병원에서 일할 중환자 담당 의료인력 등 의료인력과 자원을 어디서 동원할지에 대해 아무런 답이 없는 탁상공론이다. 사립종합병원의 숙련인력을 포함한 자원이 동원되어야 해결될 문제이다. 공공병원 떠넘기기는 이제 현실적 해법이 전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공공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의료 접근권 침해를 계속하겠다는 계획일 뿐이다.

 

둘째, 정부는 감염병예방법 상 비상상황에 걸맞은 긴급 병상동원 명령을 내려야 한다.

병상 준비는 정부가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준비해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11개월 간 시민사회의 병상 준비 요구를 묵살해 위기를 초래했다. 그러자 최근 ‘컨테이너 박스’ 나 ‘체육관’ 동원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는 묻는다. 왜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병원의 병상이 버젓이 있는데, 왜 벌써부터 불완전한 의료자원인 컨테이너박스와 체육관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왜 병원 하나에 수천 병상이 있고, 의료자원이 있으며, 분리된 건물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거대 민간병원들을 동원하지 않는가? 병상확보 문제 해결의 출발은 가장 많은 의료자원을 가진 빅5 병원인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 병원 등에 대한 병상동원 명령이다.

정부는 그간 대형병원 눈치를 보느라 민간병상 동원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하지만 감염병예방법 49조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인·의료업자 및 그 밖에 필요한 의료관계요원을 동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민간 병원과 자원 동원 체계를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기본 임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병상준비라는 기본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리두기를 강화해 시민들에게만 피해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대응이다. 지금부터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 그 첫 번째가 민간병원 동원을 통한 치료 병상 확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현장의 위급성과 시급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하루가 급하다. 빅5 병원을 비롯한 거대 민간병원들의 병상을 시민들의 치료를 위해 확보하라. 대통령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의료붕괴가 목전까지 와 있다.

 

 

2020. 12. 8.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