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01 : 코로나19는 노동자에게 어떤 상흔을 남기고 있는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청소노동자 고용의 관계

남준규 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

 

마지막 일자리

 

어질러진 것, 더러운 것은 가만히 두면 절대 저절로 치워지거나 깨끗해지지 않는다. 누군가 청소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사람들의 위생 관념을 더 예민하게 만들었고 청소의 필요성이 증가했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의 일터를 청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터나 공공장소에서 청소 전담 인력이 이를 맡는다. 꼭 필요한 업무이지만, 사업주는 청소노동자를 채용하거나 월급을 줄 때면 인지부조화를 겪는다. 청소 노동이 사업 운영에 부수적인 것이자, 단순한 노동을 제공한다는 인식 때문에 ‘아까운’ 비용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비용 절감 논리에 따라 청소노동은 외주화되어 있다. 인력도 여유 없이 빡빡하게 운용된다.

청소노동은 어디에서, 주로 무엇을 청소하는지에 따라서 고용관계의 특성, 노동자의 사회인구학적 속성, 노동환경이 달라진다. 이 글에서 살펴보는 빌딩 청소노동은 대부분 고령의 여성노동자가 종사하는 직종이다. 2020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청소노동자가 포함된 직업 소분류인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의 취업자 수는 89만 1천 명이고 전체 취업자 2,656만여 명 중 3.4%를 차지한다. 청소노동자가 포함된 직업중분류인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117만 7천 명 중 50세 이상이 104만 7천명으로 88.9%를 차지한다. 여성 환경미화원은 전체종사자 89만 1천 명 중 61만 8천 명으로 69%이다. 중졸 이하 학력을 가진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은 117만 7천 명 중 64만 8천 명(55%)이다.

“다른 거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50대 초반 이렇게 되면 마지막에 이런 일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나도 그랬고”

청소노동자들은 어려운 경제적 여건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았던 공통점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낮은 학력으로 이른 나이에 저숙련 노동시장으로 진입했고, 안 좋은 일자리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사회경제적 약자의 위치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들은 현재 사회 안전망 주변부에 있다. 기본적 노후 보장책인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은 채 일해 왔거나, 낮은 소득으로 인해 기여금이 낮아서 연금 수령액이 충분하지 않다. 대부분 연금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노동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고령에도 불구하고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는 노동자를 2년 이상 기간제로 쓸 수 없도록 정했지만, 예외적으로 만 55세 이상인 경우 2년이 넘어도 계속 기간제로 고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청소노동자는 이 법에 따라 단기간 계약을 반복해서 체결한다. 계약 갱신이 안 되어 일자리가 없어질까 봐 저임금, 부당한 업무지시, 갑질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한다. 기간제라는 불안정한 지위는 처우 개선을 요구할 수 없게 만든다. 개선의 가능성이 희박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고령이고 여성이라는 불리한 처지의 노동자가 몰리는 것이다.

 

허리 숙여 쓸고 닦는 노동

휴게공간도 없어

 

“쉴 데가 전혀 없어요. 마포간(청소도구를 두는 장소) 요만한 거 하나 있는데 요새는 거기가 앉아있어요. 쪼그리고.”

청소노동자는 쓸고 닦고 치우고 버리는 육체노동을 한다. 고개를 들어서 유리를 닦고, 허리를 숙여서 바닥을 쓸고, 무거운 쓰레기를 손으로 운반하고, 쭈그린 자세로 화장실을 청소한다. 이런 작업을 반복해서 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 쓰레기 수거 작업에는 날붙이에 의한 찔림, 베임 사고가 발생하고 계단 이동과 사다리 사용이 잦기 때문에 넘어짐 사고도 흔하다. 고령이기에 위험이 가중된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화장실 청소 등에는 화학물질로 된 청소용제를 사용하는데 잦은 노출로 피부나 호흡기에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청소노동자의 휴게 공간 문제도 고질적이다. 휴게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청소가 끝난 다음에도 앉아 쉬지 못하고 서성인다거나 구석에서 눈치를 보면서 쉰다. 2019년 8월 9일에는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여름날 냉방이 되지 않는 지하 계단 옆 가건물에서 휴식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여러 매체에서 화장실 한 켠, 계단 아래 창고, 주차장 구석에 자리한 청소노동자의 휴게공간을 보도했다. 청소노동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열악한 일자리였다.

“계약하는 걸로 쪼기 때문에 드러내고 내가 아프다 이런 걸 말하기 힘들어요.”

“아파도 해야 해요. 아파도 똑바로 걸어야 해요. 상태가 안 좋으면 짤릴까 봐서.”

 

코로나19로 악화되는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다양한 대안과 해법이 나와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존의 청소업무에 소독업무가 추가되면 업무량이 늘어났다. 애초에 여유 인력 없이 운영되던 상태에서 추가 노동의 부담이 노동자 개개인에게 전가되었다. 위생관리가 주된 업무인 점에서 감염의 위험도 있다. 방호구를 착용해야 하는 일도 늘어났는데, 이는 업무강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업, 무급휴직 등으로 소득이 감소한 청소노동자들도 적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손님이 줄어든 상가들은 청소업무가 필요 없어지거나 감소했다며, 노동자들을 해고시키거나 무급휴업을 결정하기도 했다. 규모가 큰 기업 사옥의 경우에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청소 수요가 줄어들어 소득이 감소하기도 했다. 이들의 소득 감소는 또 다른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노동자는 해고나 소득 감소 문제가 닥쳐도 구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기간제라는 고용형태가 청소노동자의 협상력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서 해고되거나 무급 휴업으로 소득 상실을 겪는 청소노동자들에게 긴급 생계지원이 필요하다. 사업주에게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급하고, 일시적으로 해고를 제한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고령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방역지침 역시 정비하고 지원해야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아직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건강하면 일할 수 있는 사람은 해야 되는 거잖아요. 나라에서도 고용연장을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건강이 있는 한 일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청소노동자의 지속가능한 노동환경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구조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과 동시에, 일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