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01 : 코로나19는 노동자에게 어떤 상흔을 남기고 있는가?]

코로나19 재난의 한가운데 던져진 돌봄노동자들

한지훈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요양보호시설(이하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요양시설 노동자들은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보호는 미흡하다. 중고령의 여성 비정규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양시설 노동자들은 2008년 민간공급 중심으로 첫 단추가 끼워진 뒤 불안정 노동, 고강도·저임금 등 열약한 노동조건에서 일을 해왔다. “우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서 앞으로 기대됩니다.” 인터뷰에 응한 요양보호사의 말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원인에 어디에 있는지 말해준다. 집단감염은 요양시설에 기존부터 존재하던 병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K-방역의 구멍이 된 요양시설

민간공급 시장에 위임된 돌봄

 

요양시설 집단감염은 코로나19 확산세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2020년 10월 20일 발표된 질병관리청의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확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28개 요양병원에서 확인된 확진자 372명 중 사망자는 68명에 달한다. 요양시설 코로나19 감염자의 치명률은 전체 감염자의 약 10배나 된다. 반복되는 요양시설 집단감염을 둘러싼 다양한 요인 가운데 이번 연구에서 주의 깊게 확인한 부분은 시장에 의존하는 ‘민간’공급 방식이다.

한국사회가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가족구성이 핵가족과 1인 가구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돌봄 책임을 가정에서 맡는데 한계가 분명해지면서 장기요양서비스를 비롯한 돌봄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원과 역량을 투입하여 돌봄 서비스를 공적 영역에서 제공하기보다는 민간시장에 맡겨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급하게 이루어진 요양보호사 양성은 고강도·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센터 설립도 마찬가지였다. 환자가 적절하게 요양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곳에도 요양센터가 설립되었고, 고시텔 등 안전시설이 미비한 장소도 요양센터로 만들 수 있었다. 환기시설이나 충분한 공간 확보가 가능한 환경이 애초부터 아니었던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우려로 이용자 감소하자

요양보호사 일자리 및 임금감소로 이어져

 

잘못 끼운 첫 단추의 피해는 노동자에게 돌아갔다. 2020년 6월,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가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요양보호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3,429명의 조사자 중 714명(20.8%)은 일자리 중단을 경험했으며, 이용자 본인 또는 가족의 통보와 기관의 요청으로 584명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한 사람들은 요양시설 이용을 중단하고, 시설에 있던 가족을 집에서 돌보기 시작했다. 환자가 줄어들면서 시설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자, 요양시설과 재가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알선업체 역시 노동자가 일을 그만두도록 유도했다. 감염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요양보호사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요양보호사를 쓰지 않아요. 사람 자체를 만나지 말라 하니까 일상이 멈췄어요. 전반적으로 일이 없는 상황이에요.”

이용자가 서비스 중단을 요구할 경우, 재가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알선업체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담당 요양보호사는 실직하게 된다. 실직 위협에 상시 노출되어있는 요양보호사는 종종 이용자의 무리한 요구를 감내하며 일해야 한다.

 

소독 업무추가에 출근일 외 사적활동 제한까지

요양보호사 보호조치는 전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요양보호사는 업무특성상 이용자와 다양한 형태로 접촉하게 된다. 이러한 업무특성을 고려하여 방역대책과 보호책이 마련되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마스크조차 지급되지 않았고, 가중된 업무 책임만 떠안았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방역을 위해 휠체어도 닦고 소독도 하고 바쁘죠.“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법적 배치기준의 최소 3배에 이르는 환자를 돌보고 있는 현실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퍼졌다. 감염예방을 위해 방역업무가 추가되며 더 힘들어졌다. 하루 세 번에 걸쳐 환자가 이동할 때마다 알코올 소독을 진행하고, 대면 면회가 불가능해진 탓에 정서적 불안정이 심해진 환자들을 위해 온라인 가족 면회도 관리해야 했다. 불충분한 인원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업무량 증가에 따른 어려움은 전적으로 노동자 개인이 감당해야 했다. 이에 더해, 시설에서는 요양보호사의 건강상태를 출근 전 상세히 보고하게 했고, 출근하는 날 이외의 사적 활동도 제한했다. 정부 역시 2020년 12월 21일부터 요양시설을 비롯한 감염취약시설 내 모든 노동자에 대해 사적모임을 금지했고, 예방차원에서 희망하는 요양시설에 한해 동일집단격리를 허용하는 등 초강수를 두었다.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요양보호사와 환자 간의 갈등도 요양보호사에게 큰 짐을 더해주고 있다. 환자들은 요양보호사의 본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더 많은 서비스 제공을 요구하고 있으며, 제한된 생활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요양보호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으로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저희가) 어르신(환자)에게도 짜증이 나 있고, 어르신도 짜증이 나 있어요. 예전에는 보호자들이 찾아와서 위로도 해주고 하는데 지금은 면회도 안 되고 그러니 서로가 힘든 거죠.”

 

요양시설 99%는 민간운영

돌봄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 필요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은 2019년에 약 2만 곳의 요양시설 중 212군데(1%)를 제외한 99%의 시설이 민간사업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요양서비스와 같은 사회 서비스를 공적부문에서 제공하도록 서울·경기·대구·경남 등에 사회서비스원을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민간 위주의 서비스 공급 체계는 바뀌지 않았다. 사회서비스원의 운영을 정부가 담당한다고 해도 전체 돌봄 노동자 중 5.7%만 여기에 편입될 수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0월 6일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필수노동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돌봄 책임을 민간에 맡기는 방식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기존의 틀을 고수한 채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 문제를 개선해 달라는 요양보호사의 목소리에 침묵한 결과, 노동자에게 방역과 돌봄 책임이 떠맡겨지고, 요양시설 집단감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요양시설에서 ‘K-방역’이 통하지 않은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돌봄’의 주체와 책임에 대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필수노동’으로 인정받은 돌봄 노동을 누가, 어떻게 제공해야 하느냐는 문제 말이다. 돌봄의 중요성이 커진 시대에 걸맞은 돌봄 노동자의 사회적 보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