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강연대×삼우실 인스타툰

인스타툰으로 보는 청년노동자들의 산재이야기

신형지(노동건강연대 회원, 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노동건강연대의 회원이자 삼우실에서 <노무사 당연하> 시리즈를 자문하고 있는 공인노무사 신형지입니다. 반갑게도 제가 속한 두 곳에서 협업을하게 되어 노동건강연대 <노동과건강>에 글을 실을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삼우실은 직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불편한 상황과 그 속에서 나를 지키는 사이다 대처법을 담은 웹툰입니다. 직접 제보한 사연들을 각색하여 만들기 때문에 직장 생활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특히 구독자 약 23만 명 중 과반수가 25세에서 35세 미만의 청년들이고, 상당수가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어서, 사무직 청년노동자가 직장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삼우실에서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산업재해 시리즈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콘텐츠에 달린 댓글 반응을 잘 살펴보면 청년노동자들이 산업재해와 산재보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엿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댓글을 살펴보니, 어렴풋하게나마 청년노동자들의 인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산업재해는 알지만 산재보험은 낯설어

12월 27일 기준으로 삼우실에는 1) “산재란 무엇인가”와 2) “산재와 공상의 차이”에 대한 두 개의 콘텐츠가 게시되어 있습니다. 두 게시물의 ‘좋아요’ 수와 ‘댓글’ 수로 미루었을 때, 삼우실 구독자들은 산재보험과 공상의 차이를 다루는 콘텐츠보다 산업재해에 대한 설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는 주요 구독자가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어서 공상처리를 할 일이 드문 까닭도 있겠지만, 어떤 경우가 ‘산업재해’에 해당되는지 그 요건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청년노동자들이 ‘산업재해’라는 개념은 익히 알고 있으나, 일하다가 다치거나 아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산재보험을 신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구분 나도 산재일까? 공상이냐 산재냐, 그것이 문제로다!
좋아요 수 8,737명 7,101명
댓글 수 310개 48개

* 인스타그램 @3woosil과 @nomwoosa에 업로드 된 게시물을 합산한 값입니다.

 

3. 댓글로 본 청년노동자들의 반응

1) 나도 산재일까? 콘텐츠에 대한 반응

산업재해에 대한 설명 콘텐츠에 달린 310개의 댓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아래의 내용이 가장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눈치보여서 회사에 산재 말도 못 꺼내는 현실… ➜ 좋아요 375개

대부분의 회사에서 산재처리 안 해주려 하는데 그럴 땐 어쩌죠? ➜ 좋아요 196개

허리디스크같은 질병도 산재로 분류될 수 있나요? ➜ 좋아요 45개

산재 신청하면 회사에 불이익이 있나요? 출퇴근 교통사고 산재 신청해도 될지 눈치 보이네요 ➜ 좋아요 23개

내용적인 측면에서 두드러진 댓글은 ‘출퇴근 재해’가 18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으며, ‘사무직과 관련된 질병에 대한 산재 문의’가 2개 있었습니다.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해서 본인이 자부담하고 무급으로 쉬었다는 내용도 3개 정도 되었으며, 반대로 산재 신청을 해서 보상을 받았다는 내용의 댓글도 3개였습니다. 이 외에도 서류가 엄청 복잡하다는 의견도 존재하였으며, 출퇴근 재해를 승인받은 구체적 사례담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삼우실 구독자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➀ 산업재해보상에 대해 알고 있으나

➁ 산재보험을 신청하기 어려운 조직문화가 존재하고

➂ 산재보험을 신청할 때 회사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있으며

➃ 가장 많이 겪는 산재는 출퇴근 재해

임을 유추해볼 수 있었습니다.

 

2) 공상이냐 산재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어서 산재와 공상에 대한 차이를 설명한 두 번째 콘텐츠에 달린 48개의 댓글 중에서는 아래의 댓글들이 구독자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지옥알바라 불리는 곳에서 일일알바 나갔다가 손가락 살점이 떨어지는 사고로 회사와 상의없이 산재접수함. 상의 안 한 이유는 산재처리 안 해줄라고 하는 곳으로 유명해서. 이 후 치료비 지원+20만원으로 합의하자고 연락왔음. 사람이 죽고 뼈가 으스러지는 사고가 나는 현장이긴 했지만 나는 아프고 일상생활도 못하고 일도 못하는데 심각하지도 않은 사고로 산재 신청했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게 기분이 나빠서 공상처리 거부. 그 회사 담당자가 ‘무조건 승인 나오는거 아니’라고 비아냥거리면서 끊었는데 승인 4주 나왔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제시한 (금액의) 10배 넘는 휴업급여와 통원치료 다녔던 교통비까지 들어옴. 병원비, 약값도 당연히 다 지원됨. 회사에서 다쳐서 병원을 갈 때는 산재 지정 병원으로 가야 이후 산재처리가 매우 수월해요. 알바도 가능하고 내 실수로 다쳤어도 가능해요. 질병이 아닌 업무 중 사고라면 승인 나올 확률은 더욱 높아요. 회사에서 알바생들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심리적으로 장난치는데 다 할 수 있어요. 그때 관리자랑 통화 녹음된 내용 나중에 들어봐도 아주 부들부들. 물론 경미한 사고라면 공상이 나을 수도 있지만요. ➜ 좋아요 159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댓글)

이런 만화는 널리널리 알려야 해요 ➜ 좋아요 63개

공상 = 완치 후에도 문제없이 직장생활 할 수 있다.vs 산재처리 = 퇴사하거나 완치 후에도 눈치 보며 직장 생활하여야 한다. ➜ 좋아요 4개

가장 많이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자세한 실제 사례로, 산재 승인으로 회사에서 공상처리로 제시한 금액보다 10배가 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적시해놓은 점이 많은 구독자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간 것 같습니다.

산재처리를 할 경우 이후 직장 생활에 문제가 된다는 내용의 댓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회사에서 반대하는 걸 무릅쓰고 산재를 신청했는데, 산재승인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서 그 기간에 상당한 압박을 받았어야 했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기업 내에서 산재보험 신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실제 청년노동자들이 산재신청을 저어하는 데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산재신청으로 얻을 보상 외에 향후 직장에서 얻게 될 수입과 경험 등까지 당연히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4. 일하다 다친 청년들의 정당한 산재보상을 위한 과제

1) 산재보험 신청 시 사업주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음에 대한 안내

산재보험 신청 시 회사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 청년노동자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청년노동자를 위해 삼우실 산업재해 시리즈의 제3편 〈사장님이 허락한 산재?(12/29 업로드)〉에서 ‘산업재해는 일하다 다친 노동자 본인이 신청하는 제도로 회사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직까지 사업주는 산재보험 신청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산재보험 신청 시 회사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만 홍보되어도 산재보험 신청과 승인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산재보험 신청에 대한 사업주의 불이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

상당수가 ‘산재보험 신청 시에 불이익이 있었다,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염려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1조의 2에서는 사업주가 산재보험 신청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불이익 처우 시에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활용되지도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주가 산재보험 신청을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 방해한다고 해서 노동자 개인이 법을 무기로 회사의 불이익에 맞서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여 산재보험 신청 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엄연한 불법사항임을 알리는 동시에 산재보험 신청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기업 문화가 마련되도록 적절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3) 산재보험 신청 시 회사에 가는 불이익이 없음에 대한 안내

산재 시리즈 전반에 걸쳐 산재보험 신청으로 인해 회사가 불이익을 입어 향후에 본인이 회사생활을 하며 겪을 불이익을 염려하는 청년노동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대재해가 아니라면 노동자의 산재보험 신청으로 사업주가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홍보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나 사업주들은 산재보험 신청이 곧 산업재해보험료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우려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안내하는 것도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청년노동자들이 많이 겪고 있는 출퇴근 재해의 경우, 회사에 아무런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을 뿐 아니라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청년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아플 때 적절히 보상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해보입니다.

이 외에도 4) 공상이 아닌 산재를 신청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당위적인 측면과 함께 구체적인 실제 사례를 각색해 재해자가 어떠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업과 5) 간소해진 산재보험 신청에 대한 안내가 필요합니다.

5. 나가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논의로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나날이 확인하는 중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무사인 저 역시 일하다가 크게 다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막상 산재보험을 신청하는 데에 주저할 것 같습니다. 사회적 분위기와 여타 많은 이유가 노동자와 산재보험 신청 사이에 놓인 탓이라고 짐작합니다. 이번 콘텐츠가 산업재해와 산재보험에 대한 내용을 청년노동자에게 쉽게 전달했듯이, 보다 많은 움직임이 생겨나 산업재해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작은 재해도 엄연히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으며,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작은 재해들을 발견해야 큰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