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당신을 위한 공공서비스
노동자의 권익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좋은 제도는 노동조합이다. 노동환경은 다 다르고 권리가 침해되거나 건강에 위협이 되는 상황도 다르기에, 사업주와 협상하면서 바꿔나가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11.8%(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조직 노동자의 권익과 건강은 위협받기 일쑤다. 그동안 노동계의 꾸준한 요구와 전문가들의 제안에 힘입어, 노동조합이 있거나 없거나 노동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공공서비스들이 곳곳에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널리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는 더 많은 노동자가 권익과 건강을 지킬 방안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동자를 위한 공공서비스를 『노동과건강』에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
“‘구디역*’으로 출근하는 당신, 〈서울근로자건강센터〉에 가보자”
*구디? 서울지하철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박상빈(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
근로자건강센터는 조금 생소하다. 천만 인구가 사는 서울에 단 두 개뿐이고, 주변에 이용해 봤다는 사람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선배 활동가가 “노동자 보건소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해서 처음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 다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여긴 뭐하는 곳이야?
궁금증이 희미해질 무렵, 취약 노동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소개하는 글을 기획하다가 노동건강연대 회원이 서울근로자건강센터의 부센터장으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지금은 퇴사한 그 선배가 ‘노동자 보건소’라고 했으니 분명 좋은 곳이겠지. 묵은 호기심도 해결해볼 겸 서울근로자건강센터에 취재를 나가 보기로 결심했다.
서울근로자건강센터는 가산디지털단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5번 출구로 나와서 300m쯤 빌딩 숲 사이를 걷자, 여러 상호가 어지러이 붙어 있는 큰 빌딩 2층에 근로자건강센터 간판이 보였다. 센터에 들어가니 최영철 부센터장이 버선발로 달려 나와 맞아 준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직업병 예방, 근로자건강센터의 제1목적
박상빈 : 안녕하세요 부센터장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최영철 : 안녕하세요. 저는 노동건강연대에 자발적으로 가입한 후원회원이구요. 제 주변에 있는 분들이 노동건강연대 회원이 많아서 친밀감을 느끼고 있어요.
박상빈 : 부센터장님으로서 뵈러 왔는데 노동건강연대 회원으로서 소개하시는군요. (웃음)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소개도 좀 부탁드릴게요.
최영철 : 근로자건강센터는 전국에 23개소가 있고요, 각 센터들이 운영하는 분소가 21개소가 있습니다. 근로자건강센터가 처음 생긴 건 2008년이에요.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시범 사업을 안산에서 한 이후 전국에서 순차적으로 생겨왔는데, 저희 서울근로자건강센터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위탁을 받아서 2013년에 문을 열었고, 2017년에는 충무로역 바로 앞에 중구 분소를 열었어요, 올해로 8년째 운영을 하고 있죠.
박상빈 : 근로자건강센터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최영철 : 근로자건강센터는 본래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건강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에 보면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를 선임해야 할 의무는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은 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죠. 2019년부터는 20인 이상 사업장에 산업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선임하도록 법이 개정되었지만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는 자격요건 등에서 차이가 많이 나고, 겸임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들은 사실 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업장 내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역량이나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때문에 50인 미만 사업장을 소위 안전보건 취약 사업장으로 생각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사업으로 근로자건강센터가 등장한 셈이죠.
박상빈 : 법에서 정하는 기업들 보건관리 업무를 주로 맡고 있는 건가요?
최영철 : 딱 그것만 맡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고요. 직업병 예방이 근로자건강센터의 가장 큰 목적이에요. 우리 센터에서 상담을 나가는 사업장 중 상당수가 2명, 5명, 10명 뭐 이 정도 규모예요. 가보면 작업환경이 너무 열악한 사업장들이 많아요. 너무 열악하고 안전보건 개념 자체가 없는 데가 많고요, 뭔가 바꾸려고 해도 사업장 자체적으로는 돈도 정보도 없어서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아요. 가끔씩 방문해서 건강상담을 하거나 작업환경에서 미흡한 부분을 눈에 띄는 대로 이야기해주고 오는데, 그 정도로는 작업환경이 바뀌거나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이 개선되거나 직업병을 예방하는 게 사실 불가능하죠.
50인 미만 사업장도 ‘보건관리 기술지원 국고대행’이라는 사업을 신청해서 보건관리를 받을 수 있긴 해요. 간호사와 산업위생기사가 1년에 두 번 이상 방문해서 건강상담을 하고 작업환경관리 지원을 하는 거예요. 이조차도 안 하는 사업장보다는 낫긴 하지만, 이런 위탁 방식의 보건관리가 효과를 볼 수 있으려면 모든 사업장에 엇비슷한 내용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매번 “혈압이 높으시네요, 약은 잘 드시죠, 운동을 좀 하셔야겠어요, 담배 끊으세요,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잘 갖춰 두세요, 작업 전후에 스트레칭 잘 하세요” 이런 상담내용이 중심이 되면 정작 사업장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상황, 정작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다음번에 나가면 또 상황은 그대로고요.
그래서 우리가 정말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적은 수의 사업장에 나가더라도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사업을 하자는 거예요. 그러려면 1년에 한두 번 가고, 비정기적으로 관계를 맺어서는 절대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사업장에 여러 번 가서 라포르를 잘 형성하고, 문제가 뭔지를 서로 같이 얘기하면서 우리가 보는 문제점과 사업주나 거기서 일하고 계신 노동자가 생각하는 문제점의 공유가 있어야 하고, 이걸 어떻게 바꿀지 계획도 함께 만들어가야 해요.
“우리는 야간작업을 꼭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 “기계 싹 다 바꾸지 않으면 소음 안 없어져” 이렇게 생각이 들어도 함께 머리를 짜내 보면 길은 보이거든요.
박상빈 : 취지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목표한 바대로 잘 되고 있나요?
최영철 : 사업장 현장이 바뀌게 하려면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판박이로 하는 방식은 효과를 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물량이나 건수 중심으로 사업의 성패를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전국에 50인 미만 사업장이 얼마나 많은데 근로자건강센터들이 어떻게 다 도움을 드리겠어요.
저는 근로자건강센터와 사업장이 장기적으로 파트너쉽을 맺고 차근차근 바꿔나가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적은 수의 사업장이라도 변화하는 사례를 만들어 보고, 그게 하나의 샘플이 되고, 동일 업종이나 동일 지역 사업장에 전파되면서 전반적인 문화가 바뀌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봐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소규모 사업장들이 안전보건 프로그램에 대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느끼는 만족감도 높아질 거예요. 지금은 사실 사업장에 나가면 별로 환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법적으로 강제되어 있거나 노동부의 명령이 있지 않으면 저희가 전화로 설득해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곳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영업과 관계 유지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답니다.
심리상담, 명상, 운동 프로그램까지 전부 무료!
박상빈 : 사업장에 나가시는 일만 하나요? 노동자들이 직접 찾아오기도 하나요?
최영철 : 찾아오기도 합니다. 비율로 보면 한 반반 정도 되지요.
박상빈 : 여기 찾아오시는 분들은 어떻게 알고 오는 거예요?
최영철 : 지역적으로 가까워서 오는 분들이 많죠. 가산디지털산업단지와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에 굉장히 많은 사업장이 있고 그와 관련된 서비스업종도 많이 분포하니까요.
박상빈 : 그럼 여기 찾아오시는 분은 주로 어떤 직종이에요? IT업체?
최영철 : 굉장히 다양해요. 여기가 IT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로 알려져 있지만 오래된 영세 제조업체도 굉장히 많아요. 젊은 연령대의 IT업체 노동자들, 경비, 미화 종사자들, 보육교사, 학교급식조리종사자 등 아주 다양합니다.
박상빈 : 근로자건강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가 많은가 봐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최영철 : 저희 센터는 크게 네 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뇌심혈관질환 예방팀, 근골격계 질환 예방팀, 직무스트레스 관리팀, 작업환경 관리팀. 이렇게 네 개의 팀이 있고. 저는 종합 건강상담하고 있고요. 함께 일하는 인원은 센터와 분소를 합쳐서 간호사 세 분, 상담심리사 두 분, 운동사 두 분, 산업위생관리기사 한 분이 각각 프로그램을 맡아서 운영하고 있어요.
박상빈 : 그럼 근로자건강센터에 오면 병원처럼 이용할 수 있는 건가요?
최영철 : 저희는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고, 주로 작업관련 질환 예방 상담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뇌심혈관계 질환 예방팀은 기본적인 간이 기초검사가 가능합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측정하고, 당뇨가 의심되는 분 같은 경우엔 당화혈색소 측정도 하고요.
근골격계 질환 예방팀은 체성분 분석과 유연성, 근력, 지구력 등 체력측정을 합니다. 그리고 통증 측정도 해요. 그렇게 내담자가 가진 근골격계 문제를 종합해서 평가한 다음 거기에 맞게 개인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짜드려요. 정기적으로 방문해주시거나 전화를 통해 통증 문제나 체중조절 문제 같은 것을 관리할 수도 있어요.
심리상담은, 직무와 관련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주로 상담하는데요, 집안 문제나 직장에서 동료와의 갈등, 무슨 문제든지 개별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 주저 말고 오셨으면 해요. 또 직무스트레스 관리팀에서 금년에 새로 ‘마음챙김 명상방’을 런칭했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씩 총 4주간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마음챙김을 통해 스트레스에 압도되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터득하는 프로그램이죠. 아주 호응이 좋습니다. 우리도 런칭할 땐 긴가민가 했는데, 프로그램 열자마자 신청자가 쇄도했고 만족도도 높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이용하실 때는 미리 전화를 주셔서 궁금하거나 필요한 게 뭔지 먼저 말씀을 해주시고 오시는 게 좋아요. 저희가 출장이 많아서, 약속 없이 오시면 원하는 상담을 못 받으실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하는 프로그램은 전부 무료입니다.
박상빈 : 전부 무료요?
최영철 : 네, 무료로요!
박상빈 : 뭐 끼워 팔거나 그러시는 거 아니죠?
최영철 : (웃음) 아니 사람을 어떻게 보고.
일하는 사람을 위한 종합 컨설팅을 꿈꾸며
박상빈 : 이야기 듣다 보니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있을 법도 한데, 있나요?
최영철 : 산재 요양 신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의 증상이 일과 관련되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상담해줄 수 있어요. 물론 저희가 직접 산재 요양 신청을 하거나 산재 승인에 도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요. 막막한 상황에서 앞으로 밟아 나가야 할 절차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1차적인 상담 창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참고로 산재 승인 이전이라도 정신과 질환과 특정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으실 수 있어요. 소재지가 인천과 안산이라서 서울에서 가기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요.
가끔 산재로 치료가 다 끝나신 다음 직장 복귀하기 전에 우리 쪽에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근골격계 질환으로 수술받고 회복하면서, 몸이 완전치 않은데 직장은 복귀해야 하는 분들이요. 복귀하기 전에 우리 센터 운동사랑 상담하고, 일정 기간 운동하고 나서 복귀하신 경우도 있었어요.
직업병 조기 발견은 우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죠. 그래서 상담하면서 증상을 듣고 작업환경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고, 작업 자세나 노동시간에 대해 물어봐요. 특히 본인이 사용하는 물질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담당자나 사업주에게 물어보거나 현장을 직접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장에서 모르는 게 있으면 또 물어봐야 하고요. 이 과정에서 간혹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죠.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상담하는 것은 괜찮지만 작업환경 이야기를 꺼내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간혹 노골적으로 적대시 하거나 다시 오지 말라는 분들도 있어서 딜레마예요.
박상빈 : 그런 부분은 상당히 안타깝네요. 산재 예방, 직업병 예방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라니… 최영철 부센터장님은 어떤 사람들이 센터를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최영철 : 일단 누구나 다 환영이에요. 어떤 분이라도 오셔도 되고, 어떤 문제를 갖고 오셔도 돼요. 저희가 해결해드릴 수 있는 문제도 있고, 아니면 원하시는 해결책을 갖고 있는 다른 쪽과 연계를 시켜드릴 수도 있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저희가 추구하는 것 중 하나가 ‘노동자 안전 건강 문제에 관해 1차적으로 상담 받아볼 수 있는 창구 역할’이에요. 많은 노동자분이나 사업주분이, 이게 문제가 있는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디 가서 누구랑 상의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이곳저곳에 문의해본 후 자기 소관 아니라는 이야기만 듣다가 저희에게 연락하는 경우도 많고요. 저희도 모든 경우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앞으로 역량을 키워야 하지만, 일단 함께 고민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분이 많습니다.
특히 제가 원하는 바는, 사업장에서 근로자건강센터를 또 하나의 관리 감독 기관이나 규제기관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실제로 그렇지도 않고요. 저는 사업장에서 “총체적인 안전보건 컨설팅을 받고 싶다” 이러면서 오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작업환경은 어느 부분을 먼저 어떤 식으로 개선하면 좋겠느냐, 그러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데 어디서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 지금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걸 이용해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어떻게 사내에서 운영하면 좋겠느냐, 이런 전반적인 플랜을 같이 짜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저희한테 의뢰해주시면 저희가 가장 기뻐하는 (^^) 의뢰가 될 것 같아요. 장기간 관계를 맺으면서 하나씩 문제를 파악하고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플랜을 갖고 해결 해가는 식으로 풀어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상빈 : 사실 자기 사업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사업주가 대다수일 것 같아요. 그런 환경에서 자기 사업장을 개선하려는 사업주가 하나둘씩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봤더니 좋더라! 이런 게 입소문 나고 말이죠. 그러면 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근로자건강센터를 한 번 둘러보았다. 운동 치료를 위한 커다란 운동실,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상담실, 간단한 검사를 할 수 있는 공간 등 구색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내년에는 확장공사를 한다고 하니 더 많은 노동자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이다.
최영철 부센터장은 건물 바깥까지 친히 나와 배웅해주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좋은 센터가 서울에 두 군데밖에 없을까? 사업주들이 왜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를 싫어할까? 왜 영세 사업장 노동자는 건강할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일까? 건강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특정한 건강상태가 사회적 힘에 의해 강요되어도 괜찮은 걸까?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