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만 역학조사? 투병중인 환자는?
대책위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다 병 앓는 이도 조사해야”

허환주 기자kakiru1103@naver.com

한국타이어에 대한 지금까지 진행된 역학조사가 허술했다면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까지 진행된 역학조사는 사망자 중심의 역학조사였다는 것. 근본적인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도 역학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타이어 해고자 및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12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학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한국타이어 전 사원에 대한 건강검진과 치료 및 보상대책기구 마련을 촉구했다. 독성물질에 노출되어 중증환자가 된 현 노동자들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번 조사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었다고 이들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박응용 ‘한국타이어 해고자 및 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현장에서 아직까지도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사망자 중심의 역학조사로 인해 조사에서 배제됐다”며 “진정 한국타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부에서 죽은 사람만 조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유종원씨는 “회사를 다니면 일주일에 병원을 3번은 가야 겨우 버텼다”며 “그나마 몸이 아파 치료를 한다고 하니 징계를 4번이나 받았다”며 당시 부당한 사측의 대우를 폭로했다. 유씨는 유기농제 중독과 뇌질환을 앓고 있다. 그는 현재도 많은 이들이 산재로 고통받지만 사측의 협박과 탄압으로 치료 한번 변변히 받지 못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타이어에서 분출되는 분진과 완성품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가스에 대해서도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한국타이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분진은 바람을 타고 인근 인구밀집 지역 주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도 역학조사에서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며 이러한 역학조사는 국민 우롱과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유종원씨는 “한국타이어 공장이 있는 대전 유성 지역 주민들이 공장에서 날라오는 분지능로 인해 주민집단 소송을 준비중이다”라며 “이는 위험이 생산 공정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시민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에 노동계는 물론 각계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와 추천으로 이루어진 건강검진의료진에 의한 한국타이어 전체 전현직 노동자들과 주변 시민들에 대한 전면적 건강 검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독극물 사용에 따른 타이어제조과정의 노동자 재해와 인근 주민은 물론 타이어 완성품에 의해서 발생하는 분진 및 유기화된 가스로 인한 전국미적 피해에 대한 각계전문가들로 꾸려진 의료진에 의한 직업병 검진이 전면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미 지난 1월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통해 1년반 동안 12명이 연쇄적으로 숨진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돌연사가 “작업환경과 무관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는 2월 20일 역학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