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스마트폰 하청공장의 청년 파견노동자 메탄올 실명 사고 / 전수경(노동건강연대)

 

  1. 청년 파견노동자 메탄올 실명 사고의 발생과 배경

 

1) 6명의 청년 파견노동자 실명 사고 개요

2015년의 2월에서 2016년의 2월. 겨울의 끝에서 겨울로 이어진 시간. 인천과 부천 지역의 공단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들 6명이 실명하는 일이 1년여의 시간 동안 일어났다.

 

[표1] 메탄올 실명 사고 청년 파견노동자 6인의 ‘불법 파견’ 상황

이름 원청

기업

실제 일한 곳

(다단계 하청업체)

(사용사업주)

 

인력소개소

(일명 아웃소싱)

(파견사업주)

 

일을 구한 곳
이○○ (27세 여) 삼성전자

LG전자

YN테크(부천) 누리잡 인터넷

알바 사이트

 

방○○ (27세 남) YN테크(부천) 누리잡
양○○ (25세 남) 덕용ENG(부천) 드림아웃소싱
이○○ (28세 여) BK테크(인천) 세울솔루션
김○○ (27세 남) 덕용ENG(부천) 플랜HR
전○○ (33세 남) BK테크(인천) 대성컴퍼니

 

삼성전자, LG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다단계하청 공장들에서였다. 공장들은 대기업의 3차, 4차 하청기업이었다. ‘불법 파견’ 일자리였다. 노동자들이 일을 한 시간은 짧았다. 공단 지역의 작은 제조업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인력소개업체가 보내주는 파견 인력을 썼다. 불법이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공단에 가면 매캐하게 스며드는, 불쾌하지만 마실 수밖에 없는 검고 무거운 공기 같은 것이었다.

 

“파견업체를 통해서 공장에 간 날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작업 두세 번 지켜보고 바로 따라가는 식이었어요.”

공장 사업주들이 메탄올이 얼마나 위험한지, 사고 발생 후 법원에서의 주장대로 정말 몰랐는지, 저농도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노동자를 공장으로 보낸 파견사업주와 공장에서 일을 시키는 사용사업주 모두 노동자들이 쓰는 화학물질이 위험하지는 않은지, 누가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지는 관심 없었다. 애초에 불법으로 만들어진 일자리였다. 파견노동자는 인력파견업체(파견사업주)와 근로계약을 맺지만, 업무지휘는 일하는 작업장(사용사업주)에서 받게 된다. 파견법은 작업하는 공간에서의 안전교육, 특수건강진단에 대한 책임을 사용사업주가 지고, 산재보험가입, 일반건강진단은 파견사업주가 진다고 정하고 있다. 노동자 한 사람에 대하여 책임을 이리저리 분할해 놓았다. 정부는 이 법대로 지켜질 것이라 생각하였을까? 근로기준법도 산업안전보건법도 무용지물이다.

노동자들이 쓰러질 당시 인력파견업체가 아닌 공장 직원으로 직접 채용되었다면 공장 사업주가 노동자들의 상태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기록도 갖고 있지 않았다. 파견업체를 통해서 공장으로 온 이들이니 예고 없이 결근을 해도 ‘또 그만둔다’고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대응한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취업한 일자리가 ‘불법 파견’ 이라는 정보도 인식도 없었다. 노동자들의 나이는 20대가 5명, 30대가 1명이었다. 공장에서 일한 기간은 5일, 8일… 제일 오래 일한 노동자도 5개월이 안 되었다. 진단명은 ‘메탄올 중독에 의한 급성 시신경 손상’ ‘독성 뇌병변’ 등 이었다.

 

[표2] 메탄올 실명 사고 노동자들의 근무기간과 실명원인 확인 시간

이름 근무

기간

병원방문

실명 원인

(메탄올중독) 확인

이○○

(27세 여)

3개월 27일 2016.1.16 ~ 1.22
방○○

(27세 남)

4개월 20일 2016.1.22 ~ 1.23
양○○

(25세 남)

8일 2015.12.30 ~ 2016.1.28
이○○

(28세 여)

5일 2016.2.17 ~ 2.22
김○○

(27세 남)

21일 2015.2.2 ~ 2016.10.1
전○○

(33세 남)

4개월 5일 2016.1.16 ~ 10.5

 

(※위 [표2]를 보면 6명의 노동자 가운데 메탄올에 의한 실명이 밝혀지기까지 수개월이 걸린 노동자들이 있다. 공장에서 일을 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집으로 간 노동자들은 TV뉴스나 언론을 본 친척, 지인 등의 제보로 뒤늦게 원인을 찾게 되었다.)

 

6명의 노동자들은 CNC공정에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을 절삭, 가공하는 작업을 하였다. 제품이 가공되는 순간 ‘메탄올’이 계속 분사되었고, 알루미늄 제품에 남아있는 메탄올을 제거하기 위해 에어건을 사용하였다. 노동자들은 보안경, 보호장갑, 방진마스크 등을 쓰지 않고 일을 했다. 메탄올이 눈과 피부에 튀고, 공기 중에 유증기 형태로 남아있는 메탄올을 호흡하면서 흡입하게 되었다. 메탄올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관리대상 유해물질’이다. 법은 6개월마다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12개월마다 특수건강진단을 하라고 한다. 대체물질로 ‘에탄올’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에탄올은 메탄올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이 공정은 작업이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경력이 없어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선호된다. 임시적인 고용으로 생산량에 맞추어 운영한다. 상시적인 퇴사와 입사가 반복된다. 원청 대기업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제품디자인 변경 등에 대응하면서 일거리가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6인의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오래 일할 생각이 있지 않았고, 필요한 돈을 벌면 그만둘 생각이었다. 대학을 휴학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생활비를 모으려고, 군대 제대 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전에 잠시 하는 알바로,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맞벌이를 위해 일을 찾았다. 일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일을 비교적 오래 한 30대 노동자도 공장을 옮겨 다니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당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작업량을 보면 가변적이고 일시적인 일자리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일도 없이 매우 긴 시간을 일했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고, 수시로 잔업을 하였다. 일이 많을 때는 한 달에 하루밖에 쉬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안전교육. 연장근무 수당 같은 것은 없었다. 총체적으로 노동법을 위반한 일자리였다.

메탄올 중독으로 쓰러지고 병원에 실려가고 실명이 일어나는 동안 노동자 6명 중 3명은 원인을 바로 찾지 못하고 수개월을 보냈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기 전 몸 상태가 안 좋았던 노동자들은 감기몸살인 줄 알고 약을 먹고 일하거나, 눈이 이상하여 안과에 방문하기도 하였다.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찾았던 의료기관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물질을 다루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공장에서, 집에서, 쓰러져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공장의 환경과 노동조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표3] 메탄올 실명노동자 6인의 실명 사고 진단 상황

이름 실명사고 직전 상황 최초 방문한 의료기관 메탄올에 의한 실명 진단
이○○

(27세 여)

출근길 버스 번호가 안보임. 야간업무 중 속이 안 좋아 조퇴하고 집에서 쓰러짐    
방○○

(27세 남)

감기기운이 있어서 약국에서 구입한 약을 먹었으나 증상 나아지지 않음   새벽에 눈의 통증과 시력감소로 부천성모병원 응급실 통해 진단
양○○

(25세 남)

야간근무 후 일어나지 못함   원광대학교 산본병원 아주대학교 응급실 통해 진단
이○○

(28세 여)

야간조 출근 후 몸이 안 좋아 인근 병원 방문 후 회사에 복귀 야간근무 인근 병원 방문시 혈액검사 시행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함 야간근무 후 아침, 눈이 잘 보이지 않음.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통해 중환자실 입원, 진단
김○○

(27세 남)

야간근무 후 호흡곤란과 앞이 안 보이는 증세 호소 부천 인근 병원으로 갔으나 안과진료 없었음.

업무를 다시 하다 조퇴 후 다른 병원 방문하였으나 시신경염으로 안과적으로 이상없고 치료된다고 설명 받음

여의도 성모병원 방문 후 메탄올 중독 진단
전○○

(33세 남)

몸이 피곤해서 일찍 잤는데도 눈이 침침함, 출근 후 조퇴하여 집에 와서 쓰러짐   길병원 응급실 통해서 입원, 진단

 

2) 실명사고 발생 후 회사의 반응

 

노동자를 파견한 업체들은 노동자를 회유하거나 사건을 덮으려고 하고, 노동자의 일터였던 공장, 하청업체에서는 메탄올 사용을 감추려고 하였다.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에 ‘그런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곳도 있었다. 메탄올 중독으로 쓰러진 것을 알고도 ‘술을 많이 먹는다’고 말한 인력파견업체의 관리자, ‘자살기도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한 공장 사업주도 있었다. 사고 직후 한 파견업체는 그동안 작성하지 않았던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받고는 몇백만 원의 보상금을 입금하기도 하였다.

 

3) 6인의 실명사고 중 최초 발생일보다 1년 앞선 안산 공단의 실명사고 확인

 

6명의 피해자 가운데 사고 발생이 가장 빠른 이는 2015년 2월에 실명한 김○○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한해 앞선 2014년 3월 이미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노동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2017년에 밝혀졌다. 안산 공단에서 일하던 ‘조선족 노동자’가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하였으며 피해노동자는 병원 요양 후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출국하였다는 것이다. 2014년 당시 고용노동부는 이 사건을 사회에 알리지 않았다. 2014년 안산공단에서의 실명노동자 발생은 6명의 청년 노동자가 실명한 후 국가와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확인하던 중 발견되었다. 2014년에 정부의 조치가 있었다면 2015년에서 2016년에 발생한 6명의 실명을 막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노동건강연대와 6인의 메탄올 실명 노동자들은 2017년 12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안산에서의 실명노동자 발생과 은폐에 대하여 2014년 당시 고용노동부장관 방하남과 이기권을 직무유기로 고발하였다.

 

 

  1. 정부의 대응

 

1)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자 직접적 원인으로서 불법파견 방치: 박근혜 대통령의 ‘파견법’ 사랑

 

2015~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노동개혁’ 정책 가운데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생소한 ‘파견법’을 국민들에게 익숙한 단어로 만든 일등공신이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다. 파견법은 32개 직종에서 노동자파견을 허용하지만 그 외 업종에서는 노동자 파견을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중고령 노동자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금형, 주조, 용접 같은 제조업의 기본적인 일자리까지 파견노동자가 취업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였다. 기업의 정규직고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비정규직 고용을 용이하게 하려는 정책이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파견법이 통과되면 ‘일자리나 투자가 얼마나 늘겠냐’면서 파견법 통과를 촉구하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파견 일자리가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파견법’은 노동조합, 야당의 반대가 크기도 하였지만 다른 정치적 이슈들에 밀려 처리되지 못하였다. 당시 이기권 노동부 장관까지 나서서 홍보한 파견법은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서 ‘일회용’처럼 쓸 수 있는, 속칭 ‘사람장사’를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노동부장관은 이를 일자리 정책으로 홍보하였다.

메탄올 중독이 발생한 부품공장은 제조업 생산라인으로 노동자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지만 불법 노동자 파견이 만연해있고, 이는 인터넷 구직 검색만 해보아도 그 실태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동부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인 ‘불법 파견’ 문제를 회피하려 하였다. 실명 노동자들의 구직경로를 통해서 드러난 불법 파견의 일상화에 대하여 노동부의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정권이 추진하던 ‘노동개혁’, ‘파견법확대’가 불러올, 노동자들의 미래를 메탄올 실명 사건이 보여주고 있었다.

2016년 당시 노동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메탄올 중독 실명사고를 알리면서 피해자들이 ‘불법 파견’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다는 사실은 누락한 채로 발표하였다.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간접적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노동자를 두고 소개비를 챙기는 파견사업주와 일을 시키는 사용사업주, 두 명의 사장이 존재하는 노동자파견은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어느 사업주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만연해있는 불법이었다. ‘불법 파견’은 메탄올 중독사고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2) 대기업의 다단계 하청 공급망 책임,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무대응

 

사고 후 고용노동부는 ‘삼성, LG가 1차 협력사에 메탄올 사용금지 조치’를 하고 ‘3차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 한다고 하면서 정부가 원청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 강화 지도’를 하지만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정부의 직접 감독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였다. 중요한 한 가지, 대기업의 다단계 하청업체들이 ‘불법파견’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경련은 파견일자리가 정규직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직접 생산라인에서 법의 그물망을 빠져나가 불법파견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사회문제가 된 시점이었다. 메탄올 실명 사고는 대기업의 다단계 하청공장에서도 일상화된 파견노동의 존재를 알렸다. 다국적기업으로서 삼성전자, LG전자는 환경문제, 소비자권익 등 국제적인 CSR요구에 응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기업 책임의 핵심인 공급망 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 왔다. 원하청관계에서 발생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산재사고의 고질적 원인이며, 메탄올 실명 사고와 같은 대형 직업성 질환을 일으킨 구조적 원인으로 밝혀졌는데도 정부는 원청기업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데 나서지 않았고, 대기업의 불법파견 활용에 대해서도 침묵하였다. 불법파견을 양성화해달라는 대기업의 요구가 언론에 등장하면 정부는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 자유를 위한 노동개혁, 파견법 확대 정책으로 답하는 식이었다.

 

3) 사고조사의 부재: 사라진 노동자들을 찾는 데 실패하다

 

정부는 메탄올 사고 이후 2016년 1월 25일부터 작업공정이 유사한 곳으로 보이는 8개의 공장에 대해서 근로감독을 하고 185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는 건강진단을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공단 지역에 떠돈 ‘실명 노동자가 더 있다’는 풍문을 당시 노동부도 알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 재난의 규모는 어느 정도였을까?

실명만큼 치명적인 사고가 더 있었던 것일까? 어떤 공장들이 언제부터 메탄올을 사용해왔고, 그런 공정을 거쳐 간 노동자는 몇 명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감기인 줄 알고, 과로인 줄 알고 병원에 가 본 노동자는? 시력에 약간의 이상이라도 왔거나 장애가 남은 이들은 없는 것일까?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기록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공장을 이미 떠난 노동자들을 찾지 못하는 조사는 의미가 없다. 사고 당시 노동건강연대에는 시력을 잃은 노동자를 알고 있다거나, 공장에서 일한 후 시력이 나빠졌다는 제보가 오기도 하였다. 제보 연락을 받고 노동건강연대가 만나보기도 하였지만 일한 기록이 없고, 일을 한 공장에서 사용하던 물질을 알 수가 없었다.

정부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 불법 파견으로 인해 노동자 추적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여 조사하지 않았다. 정부는 건강보험 자료 활용, 공단 지역의 병원 이용 현황, 직업병 의심 진료 현황 등을 조사할 방법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4) 가장 낮은 단계의 대응으로서 영세사업장 안전점검: 성과 확인 불가

 

6명의 노동자가 쓰러졌을 때 고용노동부는 해당 공장과 유사 공장들의 작업을 중지시키고, 노동자 임시건강진단 등을 명령했다. 88명의 노동자가 일하는데 54명이 파견노동자인 회사, 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하는데 두지 않고, 유해물질을 다루기에 특수건강진단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공장, 안전교육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업체들이 드러났다. 실명노동자가 더 있다는데 연락이 안 된다, 다른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가 실명한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전해졌으나 노동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메탄올 사고로 일시적으로 정부가 개입하긴 하였다. 일시적인 개입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평소 정부의 근로감독이 없는, 정부의 존재감 없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근로감독관이 부족하여 노동자의 권리침해가 방치되거나 개입이 늦어지는 것은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한 공장에서 일한다고 하여도 인력소개업소(파견사업주)가 서로 다른 노동자들이 섞여서 일한다. 작업장의 위험, 노동환경에 대하여 소통하지 않는다. 정보를 교류하지 않는다. 여기서 오는 위험이 누적된다. 자신이 느끼는 공장의 환경과 건강문제에 대해서 공장의 사장(사용사업주)에게 불만을 제기하거나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낮다. 근로감독 자체가 실효성 있게 되지도 않지만, 법으로 정해진 안전관리를 감독하여도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화학물질 관리의 문제로 좁혀서 한 대응은 큰 의미가 없었다. 2016년 2월 1일 노동부는 메탄올을 취급하는 전국 3천100여 개의 공장에 대하여 일제 점검을 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대대적인 화학물질 관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2016년 2월 17일, 노동부가 일제점검으로 다녀간 공장에서 노동자가 다시 쓰러졌다. 위 6명의 피해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발생한 사고다.

 

 

  1. 피해자들의 대응: 피해자의 증언으로 피해자를 발굴하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대책발표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자신들과 같은 시각장애를 입은 노동자들이 더 있을 수도 있고, 다시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부터 이 사건을 알리기 위해 언론인터뷰를 하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MBC <시사매거진2580>에 출연했다. 이 방송을 본 병원의 간호사가 자신의 병동에 ‘메탄올 중독 환자’가 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이렇게 피해자 양○○의 존재가 노동건강연대로 연결되었다. 피해자의 증언이 다른 피해자를 찾도록 한 것이다. 이 방송을 시작으로 피해노동자들은 일간지, 라디오, TV 뉴스, 시사프로그램을 통해서 메탄올 실명 사건을 알리고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촉구했다.

2017년 6월 9일, 실명노동자 김○○씨가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인권이사회 본회의장에서 “삼성과 LG 핸드폰을 만들다 시력을 잃었다. 파견이 불법인지 메탄올이 위험한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한국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의 목숨은, 우리의 목숨은 기업의 이익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국제사회를 향해서 발언하였다. 김○○ 노동자의 유엔인권이사회 참석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 기업의 기업경영행태가 다뤄진다는 소식을 듣고, 국제연대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2분간의 발언시간을 얻어 이루어졌다.

 

 

  1.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여부

 

고용노동부는 실명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거나 위로하지 않았다. 피해노동자들이 정부에 대하여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환자 상태를 알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온 것 정도가 다였다. 이 전화에 대하여 피해자들은 ‘동향파악’이라고 이해했다.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산재보상조차 피해자가 신청을 해야 절차가 시작된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산재사고, 사망사고도 당사자와 유족이 산재보상 신청서를 쓰고 접수하기 전에는 공식적인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다. 실명 노동자들 역시 산재보상신청, 휴업급여, 병원에서 치료하는데 필요한 모든 종류의 급여를 신청해야 했다. 일을 하다 실명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인들의 제보로 메탄올 실명을 뒤늦게 확인한 두 노동자는 더 어려웠다. 몸에서 메탄올은 사라졌는데 그 공장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다. 실명 이후 인력 파견업체 이름이 3번이 바뀌었다. 사무실 위치는 같았으나 회사 이름들을 찾아내고 등기부등본을 떼어 같은 파견회사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1. 책임자처벌

 

1) 기업처벌 결과

 

법적 처벌은 미미하였다. 노동자들이 일하던 공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과 사회봉사 등을 받았고, 인력을 파견한 아웃소싱 업체들은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으로 받은 처벌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만 원~600만 원의 처벌을 받았다.

 

[표5] 사업주들에 대한 형사처벌 결과

구분 회사명

(피고인)

범죄사실 최종 판결 결과
사용

사업주

YN테크

(석00)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보호법

실명·뇌손상 책임

불법 파견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80시간 사회봉사

BK테크

(안00)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보호법

실명·뇌손상 책임

불법 파견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3년

80시간 사회봉사

파견근로자보호법 불법 파견 벌금 100만원
덕용ENG

(조00)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보호법

실명·뇌손상 책임

불법파견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파견근로자보호법 불법 파견 징역 6월·집행유예 2년
파견

사업주

누리잡

(이00)

파견근로자보호법 불법 파견 징역 6월·집행유예 1년
파견근로자보호법 불법 파견 벌금 100만원
드림아웃소싱 (원00) 파견근로자보호법 불법 파견 벌금 600만원
플랜HR

(이00)

파견근로자보호법 불법 파견 벌금 400만원
대성컴퍼티 (갈00) 파견근로자보호법 불법 파견 벌금 200만원
세울솔류션 (이00) 파견근로자보호법 불법 파견 징역 6월·집행유예 1년

 

실명 노동자들은 2016년 파견업체와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였다. 소송 으로부터 4년이 지난 2020년 8월, 피해노동자들은 승소하였다. 피고 업체들은 노동자들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 원청 대기업 책임

 

원청 대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처벌받지 않았다. 3차, 4차 하청기업에 대하여 원청의 책임을 법으로 묻는 것은 현행 법제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법적 처벌이 아니더라도 공급망에서의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제규범이자 기업평가의 핵심적인 기준이다. 공급망 관리는 CSR에서 가장 기본이며 중요한 가치이다.

삼성은 공급망 내 화학물질 관리를 통해 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에 대해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은 자신들이 책임을 지는 공급망은 ‘1차 협력업체까지’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책임을 묻는 노동건강연대의 질의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답변한 바 있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업체들은 3차 협력사로, 직접 안전관리 및 모니터링의 대상이 아님. 안전관리와 모니터링의 대상인 1차 협력사를 통해 2차 업체와 3차 업체를 계도하도록 하고 있지만, 3차 업체는 2차 업체와의 거래 관계가 수시로 변경되고 있어 모니터링은 물론 실체 파악 자체에 어려움이 있음”

 

삼성전자는 글로벌 CSR에서 말하는 공급망에 대한 책임범위에 비해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공급망관리는 원료의 공급에서부터 생산의 모든 단계에 대하여 다국적기업과 관계를 맺게 되는 하청기업과 노동자들을 총체적으로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탄올 실명 사고에 대하여 삼성은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3차 하청업체에 해당하기에 파악이 쉽지 않다고 밝혔으나, 파악이 쉽지 않다고 하여 공급망관리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 숨어있는 하청기업들의 노동 인권 현황, 건강과 안전의 현황을 파악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침해가 없는지 살펴야 할 책임이 더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정부책임

 

정부는 보이지 않았다. 6명의 피해자가 시간 차이를 두고 병원에 실려 갈 때마다 공단지역에 알리고 긴급대응을 했어야 한다. 정부는 같은 공장에서 시간 차이를 두고 피해자가 다시 발생하는 일조차 막지 못하였다. 사고 후 근로감독관이 다녀간 공장에서 다시 메탄올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정부가 근로감독을 하는 것은 ‘불시점검’이 아니다. 사전 예고 후 현장에 간다. 메탄올 중독사고가 일어난 공장에서 근로감독을 나온다는 사전 연락을 받고 메탄올을 공장옥상에 숨길 수 있었던 이유다. 메탄올 중독사고 이후 해당 공장에 대해서도 예고 후 점검을 나간 것은 긴급한 상황에서도 관성적 행정으로 대응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료주의를 넘어서 피해를 막지 못한 정부 근로감독의 책임이 있다. 정부는 공단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방관하였으며, 유해 화학물질의 사용을 감독하지도 않았다. 법이 정한 최저선을 감독하지 않고, 바로잡지 않아 노동자들이 권리 없는 상태에서 일을 하도록 두었고, 실명에 이르도록 방치하였다. 메탄올중독 사고의 피해자들은 국가에 대하여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하였다. 국가는 대형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하였다.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는 판례를 남기지 않고자 세금을 들여서 대응한 것일까. 피해자들의 상황에 따라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중단하였다. 중단하였다고 해서 피해노동자들이 생각하는 국가의 책임이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1. 재발방지책: 정부의 재발방지대책이 없었기에 당시 노동건강연대의 요구로 대신함

 

당시 노동건강연대는 국가에 대하여 ‘중간착취의 매커니즘을 팔짱끼고 구경만 해온 것’, 기업들의 불법, 탈법을 묵인하고 방조한 것에 대하여 인정하고 실명노동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하였다. 파견노동자의 직업 관련 사고 경험이 상용직 노동자보다 4배 가깝게 많다는 연구가 이미 있었다. 노동건강연대는 사고의 실체와 규모를 파악하는 데 수선 역량을 투여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제조업에서 불법파견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얼마나 큰 혼란을 주는지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와 함께 가장 위험이 큰 집단이 산재보험 이용을 적게 하고 사회적 보상을 못 받게 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산재를 숨기지 않고 신고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것을 촉구하였다. 2021년 현재,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의 요구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는 작은 기업에서의 노동자 사망, 산재사고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반복되는 사고만큼 습관적인 대책이 발표되곤 한다. 메탄올 실명 사고 이후 재발방지정책이라고 부를 만한 노동정책의 전환, 조직과 예산의 투여 등은 제시된 바가 없다.

청년노동자 6인의 메탄올 중독 실명사고는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사고이다. 대기업들은 기술이나 전문성이 필요해서 생산공정을 외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고용을 피하기 위해서, 산재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외주화를 한다. 외주화하여 일어나는 하청기업에서의 산재 사고가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안전장치가 없어서, 인력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사고가 많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리터당 몇백원 차이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사용한 메탄올이 실명사고를 일으킨 것도 같은 이유이다. 대기업의 다단계하청으로 부품을 생산하는 작은 공장이 이익을 남기는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고 더 싼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가장 나쁜 상호작용을 하여 실명사고를 일으켰다.

사람을 일회용으로 쓸 수 있는 극단적 고용행태인 파견노동은 우리가 아는 위험의 외주화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탄올 실명 사고 이후 인천 공단 지역에서는 ‘시안화수소’ 중독사고, 세일전자 화재 사망사고 등이 발생했다. 작은 공장 노동자들에게 일어난 사고는 잊히고 묻힌다. 재발방지 정책이라고 정부가 내놓아도 영세사업장의 환경적, 재정적 열악함을 이유로 빠져나갈 길은 열려있다.

작은 기업의 노동자들은 제도와 노동조합을 통해 보호받기 어렵다. 사회적 네트워크, 정보이용에 있어서도 대기업노동자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정부가 현실을 반영하여 다르게 접근하지 않으면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메탄올 중독 사고의 직접적인 재발방지책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2018년 겨울, 원청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성을 담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2021년 초, 노동자 사망과 대형 사고에 대하여 기업과 경영자의 처벌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담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사한 재난을 방지할 수 있는 재발방지책으로서 유효할 것인지 지켜보아야 한다.

 

 

  1. 피해자에 대한 지원

1) 산재보험부터 사회복지제도까지: 실명노동자 개인과 활동가의 몫

 

사회적 충격을 준 큰 산재사고라 해도 피해자가 신청해야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와 회원들은 6명 실명노동자의 발견부터, 산재신청과 휴업급여, 병원 입원 후 요양급여, 장애등급 진단에 이르기까지 주요 조력자였다.

6명의 노동자들은 건강에 특별히 문제가 없던 청년에서 1급 시각장애인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시작장애인으로서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일상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이동하기 위한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와 회원들은 이를 지원하고자 필요한 사회복지 제도를 탐색하고 해당 기관들에 전화를 했다. 한국의 산재보험제도에서 재활정책은 시늉만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실망스러웠다. 일을 하던 노동자가 시각장애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산재보험 제도 안에서는 시각장애인이 된 노동자에 대한 지원이나 재활프로그램 같은 것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자체에 연락하였더니 데칼코마니 같았다. 산재보험으로 치료하는 노동자들은 지자체나 주민 센터의 서비스대상이 아니었다.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시력을 잃은 노동자와 함께 인천시청에 방문하여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였을 때 인천시 직원은 읽어보라고 인쇄물을 내주었다. 산재로 시각장애를 입은 노동자는 사회복지 영역의 클라이언트가 아닌 것이다. 한 사람의 노동과 그 이후 장애에 대해 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동시에 업무영역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수시로 걸려오는 실명노동자들의 근황에 대하여 전화를 받고, 보호자가 물어오는 비급여 의료비, 간병, 후유증 등에 대한 지원 제도를 찾아보았다. 심리적 위기 상황으로 보이면 찾아가서 만났다. 5명의 실명노동자들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들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보호자와 함께 길을 나서고, 장애인택시를 이용했다. 실명 노동자들은 점자를 배우고,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사용하고, 스마트폰의 음성서비스 기능으로 검색을 하면서 장애인으로서의 사회적 삶을 준비해나갔다.

 

2) 사회적 발언 지원

 

실명노동자들은 용기를 냈다. 노동자들은 사고 이후 언론을 통해서 존재를 드러내고 공장의 노동환경과 실명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하였다. 언론마다 피해자들을 찾고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반복해야 할 때도 최선을 다했다. 피해노동자들은 실명 사고를 접하지 못한 채 메탄올에 손을 적시는 노동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노동건강연대는 피해자들이 언론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할 때, 시간이 지난 이후 언론 인터뷰를 중단하고 싶어할 때까지 지원하고 존중했다. 그리고 실명노동자와 가족들이 연단에 선 국회 기자회견을 비롯해 메탄올 실명 사고를 알리고 정부를 질책하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있다. 한정애 의원실은 메탄올 실명 사고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3) 법률적 지원

 

실명노동자들이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모든 과정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인단이 함께했다.

 

 

  1. 에필로그: 재난의 원인은 메탄올이 아니다

 

이 사건은 발병의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개인의 불운으로 묻힐 수도 있었다. 사고 이후 ‘불법파견’ 노동에 대한 정부의 눈감기 전략을 보면 아주 낮은 확률이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6명의 노동자들은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연결망이 없었다. ‘공장 일을 시작하면서 건강에 이상이 오는 것 같다’, ‘작업환경이 안 좋다’ 물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확인할 곳도 알지 못하였다. 6명의 노동자는 ‘노동건강연대’를 먼저 찾지 않았다. 노동건강연대의 전문가 회원들, 활동가들, 네트워크에 의해 ‘발견’되었다.

인터넷에는 ‘아웃소싱’ 사무소에 가서 간단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하면 바로 공장으로 갈 수 있다는 체험담이 많다. 우리가 쓰는 물건들은 누군가가 생산해야 한다. 사람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처럼 ‘클린’하게 생산될 것 같은 전자제품도 사람의 맨손을 거친다. ‘아웃소싱’ 업체들은 소개비를 떼고, 상여금도 대신 받아 떼어가는 식으로 ‘공장알바’ 들이 받아야 할 돈의 일부를 갈취한다. ‘공장’ 알바에 나선 이들은 아웃소싱에서 떼어가는 몫을 인정하고 포기한다. 야근, 밤샘근무, 주야 맞교대 등을 마다하지 않아야 돈을 벌 수 있다.

작은 제조업 공장은 정부감독이 미치지 않는다. 무법에 가깝게 파견 노동이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실태를 알지 못한다.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했지만 공장 사업주는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라는 책임의식이 없었다.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에 불법파견을 이용한다. 실명 사고가 아니었다면 불법 파견이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안전에 대한 개입 역시 정부 인력과 예산 등의 현실적 한계를 이유로 제한적으로, 문제가 가시화되는 영역에서만 이루어졌다. 치명적인 독극물인 메탄올을 사용하는 동안 정부가 불시에 감독을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청년 노동자들의 실명은 노동법과 근로감독의 성근 그물망을 빠져나간 위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위험은 과거의 물질을 살려내 노동자들을 공격한 시스템이었다. 이 재난은 메탄올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익이 가능하지 않은 대기업의 다단계 하청에서 이익을 내는 길은 사람을 향한 착취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