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01 : 노동건강연대의 의제와 현장

기업살인운동 작은 인터뷰 :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사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하창민

전수경 ∥ 100호 편집위원장

 

노동건강연대가 기업살인 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난 전문가는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사내하청지회 하창민 지회장일 것이다. 하창민 지회장은 2000년 초반 사내하청업체의 중간관리자로 현대중공업에 발을 들인 후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산재에 대하여 가장 많이 발언한 노동자일 것이다. 노동건강연대는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도록 만드는 착취적 시스템이 대기업의 조선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선소의 노동자들이 무엇에 대하여 분노해야 하는지 짚어주는 활동가였다. 노동건강연대는 그가 있어서 하청노동자 사망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책임을 묻는 기업감시운동을 펼 수 있었다. 2021년 6월, 울산시내의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후 많은 언론이 노동자들의 죽음을 가벼이 흘려보내지 않는다. 사고의 원인을 짚어주고 처벌이 얼마나 낮은지 전문가 코멘트를 듣는다. 작업 현장에서, 어떤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났는지 훤히 알고 있는 동료로서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라고 외칠 때 그 심정은 짐작만 할 뿐이다. 사고가 일어나면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노동부에 달려가 고발을 하고, 서울로 와서 기자회견을 하던 그는 법이 제정된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사실은 법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하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법이 현장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청노동자들의 산재가 여전히 같은 강도로 일어나는 지금 하청노동자들의 현장은 어떠할까. 노동조합에 노동운동에 할 말이 많았던 하청노동자로서 담아두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내라고 재촉을 했다. 그는 이제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사내하청지회의 지부장이 아니고 채소배달을 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접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아주 그만둔 것인지 다 묻지는 못했다. 짐작만 할 뿐이다. 그래서 현재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있기에 잠시 떠나있는 사람으로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익숙한 이야기 같지만, 정면으로 들여다본 적이 있던가 자문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산재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하청노동자로서, 하청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그 마음으로 원청회사와의 관계, 원청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서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했다. 물론 그가 토로한 아쉬움, 한숨 같은 것들을 지면에 다 옮기지는 못하고 덜어낸다.

 

 

하청노동자에게 산재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하청하고 산재를 뗄 수가 없다. 현대중공업에 사망사고가 나면 질문을 이렇게 던지면 좋겠다. ‘스케줄이 어떠냐?’ 안 바뀐다는 것이다. 철판을 사다가 깔고, 중조립, 대조립 도크에 앉히는 걸 거의 다 하청이 하고 있는데. 비도 오고 못할 때도 있으니까 다 댕겨서 한다. 얼마나 살인적이겠나. 스케줄이 핵심이다. 공기 절감하려고 하청을 부리는 건데. 산재 문제에 국한되지가 않는다, 임금, 복지, 산재 다 공기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한 거다, 블록 가공하는 맨아워, 인건비를 계산해서 받는 건데 그 돈으로는 하청업체 운영이 안 된다. 백원이 드는데 중공업에서 받는 건 칠십원, 팔십원이다. 대신 줄을 세워서 생산을 빨리 하면 삼백원을 준다. 맨아워가 120명이라고 되어 있어도 용접, 그라인딩, 검사까지 끝나는데 200맨아워가 나온다. 200명이 필요한 일을 120명이 해야 하니 얼마나 빨리 해야 하겠나?

법으로 원청 책임을 강화하면 하청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해서 관리를 안 할 수가 없지 않나?

현장에서 원청이 안전관리를 하면 상충되는 부분이 생긴다. 하청은 오늘 오다 받은 것은 오늘 해야 한다, 안전관리자가 와서 중단을 시키거나 안전설비를 먼저 하라고 하면 오다에 못 맞춘다. 원청은 건수 챙기느라 단속을 하는 건데, 이들이 오면 하청은 피해버린다. 잔업시간에 해버린다. 안 그러면 내가 힘드니까. 이쪽에서 용접하고 저쪽에서 족장 놓고 해야 빨리 한다. 중단시키는 걸 제일 싫어한다. 자발적으로 일에 미치게 만든다. 초단기간 선박 완성 이런 건 정말 역겨운 뉴스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왜 자꾸 사고가 나냐, 스케줄을 엄청 빡빡하게 잡는다. 한 시간에 할 일을 삼십분에 끝내는데 안전이 어디 있나, 사고 난다고 하청한테 불이익 주는 건 허수아비한테 하는 거다. 하청업체에 벌금을 때린다. 무슨 힘이 있나? 근본적인 걸 건드리지 않는데. 처벌을 하려면 공장 시설물 개보수를 할 권한이 있던가. 하청업체 사장이 왜 독박을 쓰나? 그러니까 재하도급을 주는 물량팀을 쓴다.

하청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이 원청노동자들 안에서 있을까? 물량팀은 이제 없어야 한다든가?
최소한 물량팀은 없애자고 하면 원청노조가 ‘물량팀이 안 보인다, 어디 있지?’ 외면한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도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 필요할 때 빨리 하고, 일 없으면 오지 말라고 할 수 있는데 얼마나 편한가. 지금 업체 내에서 70%는 물량팀이다. 드러나지도 않는다. 물량팀으로만 이루어진 업체도 있다. 한 업체가 100명이면 30명짜리 3팀을 두고 관리하는 사람 10명을 둔다. 하도급도 문제인데 재하도급을 주고 있는 거다. 맨아워당 단가가, 똑같은 블록을 하는데 정규직들은 성과가 98%라고 나오고 우리는 50%를 넘기기가 힘들다. 우리는 항상 빨리 한다. 정규직은 인사고과에 문제가 생기니까 하청 걸 가져간다. 원청노동자들이 이득을 보는 건데, 손을 대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고용구조가 97년 이후에 급격하게 바뀌었다. 내가 2000년 1월 8일 입사했다. 그 때는 한 부서에 하청비율이 3분의 1밖에 안 됐다. 정규직 7개팀, 하청 3개팀 수준이었는데, 4~5년 지나니까 역전됐다. 조선소에 제일 힘든 작업, 조립부터 도장 샌딩까지 다 힘든 거다. 안 힘들고 안 위험한 게 없다. 그 일을 정규직이 하면 정규직도 사망사고가 난다. 조합원의 사망이 하청 사망으로 이름만 바뀐 건데 원청 노동조합이 방관한 건 있다. 정규직이 들어갈 자리를 하청이 하도록 하고 대처를 안했다.

법이 생긴다고 갑자기 현장이 바뀔 리는 없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 하청구조를 이대로 두면 산재가 줄 수 있을까? 정규직 노조에서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을 텐데 달라질까?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던데, 하는 건 좋은데 현장까지 잘 안 오니까. 전에 비하면 많이 하려고 하는 건 맞다. 원청이 하면 안전관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높고, 산재가 줄어들기는 할 것이다. 고용구조가 기본 조건이 되어야 하는데 우린 출발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니까. 현대미포, 대우조선, 온산공단의 작은 업체들에서 일해 봤지만 현대중공업이 환경은 좋다. 시설이 낙후해서 사고가 난다고 생각들 하는 것 같은데, 정규직하고 장비, 시설 같이 쓰고, 보호 장구도 거의 같다. 바깥에는 남 쓰던 거 주워서 마스크필터 갈아 쓰는데 현대중공업은 호텔급이다.

시설이 더 나쁜 것도 아닌데 하청노동자가 많이 죽는다면 노동조합이 무엇을 놓치는 것일까?

2014년 한 달에 한 번씩 사망사고가 날 때 현대중공업 앞 삼거리에 천막을 치고 분향소를 차렸었다. 정규직 노조가 분향소에 한 번도 안 왔다. 원청노조가 와 주고 분위기를 만들면 효과가 있을 건데 따로 돌아갔다. 경찰이 와도 막을 수가 없었다. 원청노동조합은 상대적으로 하청보다 적게 죽는다는 숫자를 보는 것 같다. 하청 열 명, 정규직 한 명, 이러면 놓치는 것이 있다. 모든 시선이 하청에 쏠린다. 한명의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사람이 사망했는데. 그런데 사고 나면 뒷수습하는 활동을 할 뿐이다. 노동조합 2년 임기는 한계가 많다. 산재를 줄이려면 긴 시간에 할 수 있는 구조적인 것부터 해야 하는데, 임금도 안 되는데 산재를 어떻게 하나?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산재만큼은 노동조합 임기가 바뀌든 안 바뀌든 사업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원청노동조합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정규직에게 덜 받으라고 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정규직도 많이 받아가지 못한다. 정규직한테 좀 나누라고 하는 건 이해는 하는데 자본가들이 얼마나 벌고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알아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동자 사망이 많은 건 노동조합이 어용이었던 시기와 연관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청이 늘어나는 걸 노동조합이 묵인하고, 직위가 올라갔다고 생각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은 달라졌다.

비관적인 이야기만 했는데 나아진 것은 없나?

산재로 상담을 하면 살아있으면서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해고당하면서 오고, 산재가 해결된다고 해도 못 버티고 나간다. 하청에게 산재는 다 해고로 연결된다. 누가 고장난 물건을 쓰겠나? 반품 처리한다. 사고를 은폐하다 걸리지 않을까? 업체들이 두려워하기는 한다. 예전에는 경계가 없었다. 시스템적으로 하청이 바뀔 수는 없다. 지금 하청 조합원이 300명인데 하청구조가 바뀌기 위해서는 2만 명이 다 노동조합 가입하는 수밖에 없다. 하청노동 조합원이 나서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그는 약속시간보다 많이 늦었고 지쳐있었다. 식당에 식재료를 배달하는데 그날따라 배달을 멀리까지 가야 했다고 한다. 사내하청지회 노동조합의 지회장 활동을 하던 그는 현대중공업 울타리를 넘어 울산 지역의 비정규하청노동자들의 운동 전반으로 활동영역을 넓혀 갔다. 그는 2017년 민주노총울산본부 선거에 본부장으로 출마하여 세 명의 후보 가운데 3등으로 떨어졌고, 2020년 20대 총선에 노동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였다가 낙선하였다. 세상은 대기업, 제조업중심의 노동조합 운동이 쇠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울산은 여전히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도시다.
그러나 울산의 노동운동에는 비정규직노동자의 목소리가 없다. 하창민 지회장이 생각할 때는 그렇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는데도요? 그렇다. 울산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규직대기업 노동운동의 흐름에 따라 움직일 뿐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하창민 지회장이 생각할 때는 그렇다. 민주노총울산본부 선거에 출마한 이유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자기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활동가가 있어야 하고 조직가가 있어야 한다. 활동가, 조직가를 양성하기 위해 전담부서도 있어야 하고 예산도 배정해야 한다.
비정규직노동운동을 위한 예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 형식적으로 배분해놓았을 뿐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울산본부장이 돼서 비정규직 사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국회의원 출마는 왜 하셨어요? 돈도 조직도 없으면서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가 바뀌어야죠. 울산에 비정규직하청노동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 살리는 정치를 해야죠. 총선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이유다.
끼니를 놓친 그는 비빔밥을 급히 먹으면서도 울산의 노동운동 속에 비정규직하청의 이야기를 포함하려고 했던 자신의 시간을 돌아본다. 자리를 옮겨 소주를 마시면서 그는 두 번의 큰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규직 주류 노동운동의 지원을 받지 못해 서운하던 시간을 다시 돌아본다. 지극히 주관적인 회고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에겐.
인터뷰 내내 그가 돌아보고 싶어했던 것은 하청노동자의 산재를 둘러싼 노동조합 활동, 비정규노동운동에 올인했던 시간이었다. 산재 자체보다 좀 더 큰 이야기일 수도 있고, 부분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산재 이야기만 남기고 지워버리기에는 모든 활동은 연결되어 있고, 사람은 기계가 아니지 않은가. 그가 들려준 이야기 가운데 일부를 짧은 후기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