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노동조합 노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장시간 노동과 노동자 건강

프랑스는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법제화하고, 독일은 주4일 노동을 추진하

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5일 노동이 오히려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탄력

적 근로시간제 도입으로 변질되려하고 있습니다. 노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노동관계

법 중 최초로 제정된 법은 ‘소년 견습공들의 보건 및 복지의 보호를 위한

법'(1802)이었습니다. 한 문헌에서는 ‘조사된 129가족 중에서 96가족에서 6

세미만의 어린이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고 전합니다. 또 1843년 영국 리

버풀의 막 노동자의 평균수명은 15세였고, 당시의 노동시간은 14 ~ 16시간

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메이데이도 노동시간 단축 투쟁에

서 비롯되었습니다. ‘8시간 노동 쟁취’는 메이데이의 기원이 되는 시카고

의 광장에서 최초로 울려 퍼진 구호라고 합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날

이 또 있습니다. 1970년 11월 13일. 젊은 노동자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며 분신하였습니다. 당시 평화시장 노동자들

은 잠자는 시간외에는 소변보고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죽도로 일만

해야 했습니다.

이렇듯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노동자와 자본가는 치열하게 대립하여 왔습니

다. 그 이유는 노동시간의 연장이야말로 가장 손쉬운 착취이기 때문입니

다. 보통 자본가들이 이윤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한가지는 노동 일을 늘리지 않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서 동일한 노동으

로 더 많은 생산을 얻는 방법입니다. 새로운 생산설비나 신기술을 도입하

는 이유입니다. 또 한가지 방법은 노동생산성을 그대로 둔 채 노동 일을 늘

리는 방법입니다. 노동시간을 무한정 확대하고자 하는 자본가의 이윤동기

에 맞서는 노동자의 투쟁이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역사인 것입니다. 더군다

나 장시간 노동은 시간만이 아니라 건강까지 빼앗아갑니다. 여러분도 다들

알람소리가 끔찍하다는 생각을 해보셨고, ‘쉬고 싶다’는 메모를 서류철 한

모퉁이에 해보셨을 겁니다. 자본의 욕심 때문에 노동자의 수면과 휴식, 건

강을 희생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대표

적인 것은 과로사입니다. 장시간 노동, 노동시간의 길이는 과로사에 있어

서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특히 연속적으로 하는 장시간 노동은

과로사의 요인 중 가장 위험도가 높고 사례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은 정신건강에도 위해합니다. 정규시간 외의 연장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노동자 개인의 스트레스 수준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여러 정신

건강상의 지표도 나빠지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높아짐에 따라 불안, 우울,

불면, 두통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하는 이들에게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높다

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장시간 노동으로 피로가 누적됨에 따라 집중

력 저하, 위험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등을 초래하여 사고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이 장시간 노동은 노동시간이외의 남은 시간마저 낭비하게 합니다. 자

신의 여가를 계획하기보다는 인생에서 가장 손쉬운 위안을 얻는 방법인 음

주량과 흡연이 증가하게 됩니다.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응으로서 불건강한

행태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지 않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면 노동과

정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투쟁은 반대로 생명

을 연장시키는 투쟁입니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노동할 이유가 있겠습니

까? (기명 /노동건강연대 회원 / 고려대 예방의학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