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진료 포기하는 의료빈곤층 대책 ‘절실’

서울대병원 의료비 미납자 1인당 채무액 683만원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병원 문턱을 밟지 못하거나 병원비를 빚으로 떠안고 있는 있는 저소득층이 상당수에 이르는 등 빈곤층의 ‘의료이용 제한 및 포기’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각 의원들은 빈부격차에 따른 의료이용 격차, 과도한 의료비 부담으로 채무자로 전락하는 저소득층 수 등을 제시하며 ‘의료 빈곤층’에 대한 대책마련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000년 이후 의료비 채무자 현황

200년 이후 10개 국립대병원 의료비 채무자 총 7,972명
서울대병원 1인당
평균 채무액 건강보험환자 683만원, 의료급여환자 528만원
1천막원 이상
고액 채무자 146명(1억원 이상 채무자 4명 포함)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부가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과중한 의료비 부담과 보장성 부족으로 인해 졸지에 채무자 신세가 돼 쫓겨다니는 사람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의료보장성 확대를 서두르는 한편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대불제도를 확대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지난 2000년 이후 올 6월말까지 전국 10개 국립대병원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의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급여진료비와 본인부담금을 지불하지 못한 채무자가 총 7,972명”이라며 “이들이 현재까지 갚지 못하고 있는 진료는 건강보험환자 59억6,327만원, 의료급여환자 21억3,417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환자 1인당 채무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건강보험환자는 평균 약 93만원, 의료급여환자는 평균 약 136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경우, 건강보험환자 1인당 평균 683만원의 빚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던졌다. 또한 전체 채무환자 가운데 1천만원 이상 고액채무자는 모두 146명이며 1억원 이상 채무자도 4명이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건강보험 체납 전·후 연간 진료일수

체납 전 41.5일
▽1/30
체납 후 1.4일

한편, 강기정 열린우리당 의원은 “건강보험 체납 전후 연간 진료일수를 비교해본 결과, 체납 전 41.5일에서 체납 이후 1.4일로 30배가 급감했으며, 진료비 역시 체납 전 연간 1인당 27만7,458원에서 체납 이후 연간 7,998만원으로 대폭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며 “저소득층의 의료포기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 의원은 “2005년 1/4분기 소득분위별 의료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상위계층의 대학병원 진료일수는 세대당 2.20일로 최하위계층은 0.37일보다 6배나 높았다”며 “사회계층간의 양극화가 의료이용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의료이용의 제한 및 포기가 건강 악화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비용은 더 크게 돌아온다”며 “치료비가 너무 많아 개인세대가 부담하기 곤란할 경우 급여, 비급여까지 완쾌 후 상환할 수 있는 진료비 대불제도를 도입해 의료이용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 역시 “정부의 보장성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의료보장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일정 정도의 보험료 인상을 통해 건강보험재정을 확보, 환자 본인부담을 감소시킬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2005-09-23 오전 10:31:21 입력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