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업살인] 떨어짐 20명, 깔림 10명, 끼임 6명… 이건 빵집과 상관 없습니다

“50인(억)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기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제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2021년 1월 26일부터 노동자들이 바라왔던 문장이 드디어 완성됐다. 물론 잠시나마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 1월 26일로 ’50인(억)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기간’은 종료됐지만, 2월 1일 본회의 직전까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유예 기간 연장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면서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다행히 추가 연장은 없었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은 ‘영세사업자를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과 재계, 보수·경제언론은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나기만 하면 사업주가 무조건 처벌받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기존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과 제조업에 사망 사고가 집중돼 있음에도 일부 언론은 ‘동네 빵집 사장님도 처벌 받을 수 있다’며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여당과 재계, 보수·경제언론은 여론 몰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오래전에 이미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의무와 안전조치를 지키기만 하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이 떨어져 죽지 않도록 안전 난간과 추락 방지 그물을 설치하고, 기계에 끼이지 않도록 안전 센서를 제때에 점검하고, 제대로 된 보호장비를 지급하고, 혼자하기 어려운 작업을 할 땐 같이 하도록 지시하면 된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치가 지켜지지 않아 그동안 너무 많은 노동자가 떨어져서, 끼어서, 깔려서, 전신에 화상을 입어서, 부품에 맞아서 사망했다.

새해 첫 달에도 58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유예 기간 동안 노동자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사 끝에는 ‘해당 현장은 50인(억) 미만 현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아니다’라는 설명이 붙곤 했다. 더이상 이 문구는 유효하지 않다. 그만큼 더 많은 노동자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한 달 동안 사망한 노동자의 명복을 빈다.

사망한 노동자 58명의 정보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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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1 떨어짐 1
부산 / 10시 20분경 / 부산 서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노동자 A씨가 나무에 설치했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제거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사망.

2024-01-01 깔림 1
부산 / 재해일시 : 2023년 12월 30일 09시 30분경 / 부산 사상구 소재 철강 판매업체에서 900kg 무게의 자재가 운반 중 무너져 노동자 A씨가 깔리는 사고 발생.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2024년 1월 1일 사망.

2024-01-02 떨어짐 1
경기 평택 / 09시 58분경 / 삼성반도체 공장 건설현장(평택시 고덕동)에서 냉동기 냉수 배관 설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50대)씨가 8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2024-01-03 떨어짐 1
부산 / 08시 30분경 / 부산시 남구 소재 아파트 보수 공사현장 옥상에서 동료 노동자가 창틀 코킹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하던 노동자 A(50대)씨가 23층(65m)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2024-01-03 떨어짐 1
전북 전주 / 11시 20분경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소재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지하주차장 소방 배관을 설치하던 노동자 A(70대)씨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사망.

2024-01-03 깔림 1
경기 용인 / 16시 10분경 / 경기 용인시 처인구 소재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제조 공장에서 화물 리프트에 적재된 700kg 무게의 ATM을 하역하던 중 전도되는 사고 발생. 이 사고로 노동자 A(20대)씨가 ATM에 깔려 사망.

2024-01-03 넘어짐 1
대전 / 재해일시 : 2023년 12월 31일 / 대전시 서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당직실무원 A(78)씨가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지는 사고 발생.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사흘 만인 1월 3일 사망.

2024-01-03 떨어짐 1
충남 천안 / 재해일시 : 2023년 11월 28일 15시 50분경 / 충남 천안시 소재 창고 공사현장에서 지붕 천막을 교체하던 중 천막이 찢어져 노동자 A씨가 4.3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 발생. A씨는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2024년 1월 3일 사망.

2024-01-04 떨어짐 1
경기 파주 / 09시 30분경 / 경기 파주시 소재 복합빌딩 신축 공사현장에서 갱폼 해체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69)씨가 60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

2024-01-04 깔림 1
전북 전주 / 12시 40분경 /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장동 소재 폐기물처리업체에서 칸막이를 설치하기 위해 철제 판넬을 용접하던 노동자 A(56)씨가 300kg 무게의 판넬에 깔려 사망.

2024-01-04 떨어짐 1
경기 포천 / 15시경 / 경기 포천시 소재 축사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A씨가 태양광 철제구조물을 설치하던 중 선라이트가 파손되어 10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2024-01-04 떨어짐 1
서울 / 14시 30분경 /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A씨가 계산대에 올라가 도장 작업을 하던 중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2024-01-05 화상 1
충남 공주 / 재해일시 : 2023년 12월 30일 15시 20분경 / 대주중공업에서 파이프 다발을 열탕조(65도)로 옮기던 중 노동자 A씨가 이송 중인 다발에 밀려 열탕조에 빠지는 사고 발생.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약 6일 만인 2024년 1월 5일 사망.

2024-01-05 떨어짐 1
경기 오산 / 14시 30분경 / 경기 오산시 소재 반도체 부품 제조공장 신축 공사현장에서 볼트를 체결하기 위해 이동하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60대)씨가 19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2024-01-05 떨어짐 1
경기 화성 / 10시 48분경 / 경기 화성시 소재 공장 신축 공사현장에서 철골 조립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5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2024-01-08 알수없음 1
제주 / 13시 36분경 /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세탁공장에서 대형세탁기 안에 있는 세탁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던 공장 대표 A(70대)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

2024-01-08 감전 1
충남 서천 / 08시 25분경 / 충남 서천군 소재 공사현장에서 수변전설비 내화충전재를 설치하던 중 퓨즈에 감전되어 사망.

2024-01-09 끼임 1
경북 포항 / 08시 26분경 / 경북 포항시 소재 컬러강판 제조업체 ‘디케이동신’에서 노동자 A(53)씨가 가동 중인 기계 롤러에 묻은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중 롤러와 구조물 사이에 끼여 사망. 해당 업체에서는 2021년에도 리프트 추락사고로 노동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음.

2024-01-10 깔림 1
충북 제천 / 09시 20분경 /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에서 벽돌 저장소 출입문이 떨어지는 사고 발생.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62)씨가 출입문에 깔려 사망.

2024-01-10 물체에맞음 1
부산 / 13시 30분경 / 부산 영도구 대교동 소재 물양장에서 정박한 예인선에서 1.5t 무게의 앵커 윈치(닻을 움직이기 위해 체인을 조절하는 기기)를 점검하던 선박 정비 노동자 A(50대)씨가 전도된 기기에 맞아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