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날벼락 같은 비보가 쏟아졌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리튬 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완제품 검수 및 포장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총 22명이 사망하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참혹한 산업재해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화재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 희생자 신원 확인이 안 되어 유가족분들이라고 부르기도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부상 당한 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은 외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이었습니다. 중국 국적이 18명, 라오스 국적이 1명, 미상이 1명이라고 합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 3D가 아니라 죽음(Death)이 더해진 4D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다 산재를 당하는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 되었지만 아무런 근본적인 개선책이 없었습니다. 문제가 누적되는 사이에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의 두 세배 비율로 끊임없이 스러져갔고 결국 이번 같은 최악의 대형참사의 최대 희생자가 되었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 사망이 집중된 것입니다. 각광받는 산업이라면서 위험은 왜 이렇게 노동자,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되어야 합니까.
정직원으로 고용된 것이 아니고 일용직으로 고용되었다고 하고, 노동자들이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다보니 안전교육이나 훈련을 회사 측에서 잘 안했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역시 “발화 초기에 작업자들이 소화기로 대응했는데 리튬 전지이다 보니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일용직이 대부분으로서 공장 내부구조에 익숙치 않았던 점도 피해가 커진 요인”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제대로 규명되어야 합니다. 유사한 사업장에서 또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희생자 유가족 지원을 제한없이 최대한 해야 합니다. 산재사망 사건이 나면 이주노동자 유가족이 국내에 없을 때가 많고 입국도 쉽지 않아서 전반적인 정보나 피해구제 관련한 절차를 상세하게 안내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경기도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를 위한 통합지원센터를 화성시청에 설치하고 외국인 희생자에 대한 장례 절차는 유족의 뜻에 따라 최선을 다하며 항공료, 체류비,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신속한 사망자 신원 확인, 유가족 입국을 위한 비자발급과 체류 관련 일체의 지원,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한 상시적이고 세밀한 정보 제공, 피해구제 관련 정보와 절차 안내와 지원이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리튬 전지 산업을 비롯한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산업의 노동자 안전대책이 철저하게 강구되어야 합니다. 위험의 하청화, 외주화, 이주화는 계속적인 피해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가장 열악한 위치에 처해 있는 이주노동자 산업안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고 오래 전부터 이주노동자들은 외쳐 왔습니다. 정부와 기업, 한국사회는 이제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희생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4.6.25.
전국이주인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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