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중증진폐병동 폐쇄위기
국내 유일의 중증 진폐증환자 치료기관인 여의도성모병원 산업의학과 진폐병동이 폐쇄를 앞두고 있어 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 200여명이 갈 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10일 전국진폐재해자협회의 요구에 따라 진폐전문기관 자격을 정부에 반납, 진폐진료를 중단하고 환자들을 내보내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진폐환자들의 모임인 재해자협회가 거꾸로 병동 폐쇄를 요구하게 된 발단은 지난해 11월 중순 진폐전문가회의에서 이 병원 임모 교수가 “환자들을 무조건 장기입원시키는 현행 진폐요양체계가 실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요양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부터.
임교수의 발언을 기존 입원 환자들에 대한 혜택을 줄이려는 시도로 받아들인 협회는 지난달 5∼6일 병원에서 전국 회원 8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임 교수의 사퇴와 병동폐쇄를 요구하는 항의농성을 벌인 끝에 병동폐쇄에 대한 병원의 합의문을 받아냈다.
병원측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만성환자가 대다수인 진폐병동을 거추장스럽게 여겨오던 차에 일이 터지자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협회측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는 것이 병원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정작 이 병원에서 입·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진폐환자들은 “병동이 문을 닫으면 환자들의 생명 자체가 위태로워 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86년 진폐판정을 받은 이후 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이모(45)씨는 “중환자 치료는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하고 나머지 진폐요양기관인 지방 23개 병원은 요양시설 수준인데 이곳에서 나가라니 우리더러 죽으라는 소리냐”고 분개했다.
이들 환자들은 병원측에 대해 병동폐쇄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지난 8일 협회에 공문을 보내 집회 등 진료방해 행동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 관련 전문가는 “다른 대형병원들이 ‘돈이 안되는’ 진폐환자 치료를 떠맡을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전문기관인 여의도성모병원이 병동을 닫으면 진폐환자 치료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노동부 등 관계당국이 나서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
최종 편집: 2003년 01월 10일 09:5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