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서

법위반 과태료 전환으로 사업주 부담 경감 지적 높아

김태영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Q> 노동조합 산안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억하기론 IMF이후 1998년경 규제완화의 조치로 산업안전보건 규제조항이 폐지, 완화됐습니다. 이러한 규제완화와 더불어 노동시장의 유연화란 명목으로 진행된 대량의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 정규직 감소 등으로 현재는 비정규직 급증 등 극도의 고용불안과 인원감축으로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산재, 직업병 증가는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며, 많은 노동자들이 건강과 생명권에 위협을 받으며 노동현장에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개정된 산안법의 내용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최근 2002년 12월 30일 공포,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내용 중 특이할 만한 것으론 산재발생사업장 공표제도와 근골격계 질환 예방조치 의무 신설, 벌금형의 과태료로의 전환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공표제도(제9조의2)는 사업장의 산업재해발생건수, 재해율, 그 순위 등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공표(명단공개)를 통하여 과연 사업주들의 자발적인 산재예방 의지를 진작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또한 일부 사업장(특히 건설현장)의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되는 산재은폐가 이로 인하여 더 심화되진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두 번째로 최근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의 급증에 대해서 그 예방을 위한 법적 근거로서 제24조[보건상의 조치]규정에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세 번째로 다수의 규정들이 벌금에서 과태료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설치 및 의결사항 성실 이행의무 위반시 규정,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및 안전보건관리자 미선임, 안전표지의 미부착, 안전보건관리규정의 작성변경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을 경우, 매월 1∼2시간 실시하도록 되어있는 안전보건교육의 미실시, 유해위험작업의 경우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작업환경측정의 미실시 등입니다.
이러한 개정이유에 대해서 작년 개정안 입법예고시 노동부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경제적 제재를 통하여 실효성을 확보하고 전과자 양산을 방지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개정된 규정들이 경미한 내용인지 주목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위원회’라함)는 노사 공동참여, 노사 동수로 구성되므로 노동조합이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통로이자 법적 보장기구입니다. 그러나 개정 내용 중엔 위원회 미설치 및 위원회 심의·의결·결정사항 성실이행의무에 대해서 벌금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안전보건교육은 노동자들이 매월 교육시간을 통해서 알권리를 실현시키고 노동안전보건활동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일진대 앞으론 설사 안전보건교육시간을 사업주가 보장하지 않더라도 얼마정도의 비용만 내면 형사적 제재를 받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분진, 유기용제, 고열, 소음 등 인체에 해로운 작업의 경우 6개월에 한번씩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작업환경측정의무 또한 과태료로 개정이 되었습니다. 작업환경측정은 직업병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이며,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와 직결되어 있는 사항입니다.
이렇듯 개정된 내용들이 과연 경미한 위반사항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태료는 사회공익을 침해하는 정도가 미약한 경우 부과하는 경제적 제재인데, 벌금형과는 달리 전과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결국 안전보건과 관련하여 그 의무를 위반한다 하더라도 소정의 과태료만 부과하면 면죄해주겠다는 의미이며 사업주의 부담과 책임을 경감시킨다는 사업주 편의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렇듯 사업주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것과는 달리 지금 뉴질랜드, 호주, 영국 등에선 Corporate Killing Law(살인기업처벌법 : 필자역) 제정운동이 확산돼가고 있습니다. 노동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들의 부상, 질병과 사망에 대한 기업의 실질적 책임을 더 강하게 묻겠다는 내용인데,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업주도 다른 법 위반자처럼 벌금도 내고 징역도 가야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의 다른 나라보다 더 앞선 시점인 2001년부터 산재추방운동단체인 ‘노동건강연대’에서 위의 살인기업처벌법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산재사고처리 및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주장해 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