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동일노동동일임금 어길 시 처벌’ 추진
인수위-비정규 공대위 면담서…’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호’ 방침밝혀
대통령직인수위- 비정규공대위 간담회
ⓒ워킹보이스 이정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주무부처인 노동부와도 논란을 빚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에 명시하고, 이를 어길 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 가운데 일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용종속관계 아래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위 박태주 전문위원은 20일 오전 ‘비정규노동자 기본권 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비정규공대위)’ 관계자들을 초청, 비정규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은 “비정규직 남용 방지와 균등대우라는 노 당선자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에 명시하고 낮은 수준에서라도 처벌규정을 넣어 강행규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특수고용직과 관련, “특수고용직 중에서도 사실상 종속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 일률적으로 노동법 체계로 포괄하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 특수고용직에게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정규 노동 관련 쟁점 안에 대해서는 노동부와의 의견차이 뿐 아니라 인수위 내에서도 아직 단일하게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박 위원은 “비정규 통계 개선과 사회보험 확대적용, 근로감독강화 등 행정적 보호방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지만 법 개정 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노무현 당선자가 비정규직 뿐 아니라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만들고 국가차별시정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법 제정 전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가 하면 국가인권위 산하 기구로 차별시정위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세부 고용형태별 비정규 노동자 보호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노사정위 비정규특위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여서 인수위 차원에서 별도의 보호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박 위원은 “노사정위 비정규특위 논의 상황을 무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합의도출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을 해 놨지만, 문제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합의가 안 되면 특위 공익안을, 그것도 안 되면 정부안을 갖고 입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소야대 국면 등) 여의도(국회) 사정이 좋지 않아 (정부 입법안이라도 제대로 반영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수위 입장에 대해 비정규공대위 박석운 운영위원장은 우선 특수고용직 관련,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2000년 노동부가 검토했던 ‘준근로자 개념’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며 “최소한 노동3권을 부여하고 근로기준법상 최소한의 보호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재형 변호사(민변 노동위)는 “레미콘지입차주 등은 (업무는 동일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서 특수고용직으로 지위가 바뀐 것이기 때문에 노동3권을 보장, 교섭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그는 “당장 법을 개정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노조법 시행령을 고쳐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은 국회에서 처리돼야 하는 반면 시행령 개정은 국무회의 의결로 가능하기 때문에 절차와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어 박 운영위원장은 자동차나 조선업종 등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적발·시정하고, 하도급 노동자 산업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원청업체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한 ‘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가 어렵다’는 노 당선자의 몇 차례 발언에 대한 논란도 있었는데, 박석운 운영위원장은 “문제는 정규직 정리해고가 어려워서 비정규직 채용이 늘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들의 처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대 인수위원은 “예를 들어 몇 해 전 부도가 난 한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요건이 충분함에도 노조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관행적인 풍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인수위원에서 김영대 위원, 박태주 전문위원, 정종승 상근자문위원이, 비정규공대위에서 박석운 운영위원장, 조진원 사무처장, 박승흡 비정규센터 소장, 이광택 교수(국민대), 도재형 변호사, 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 최은희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이 각각 참석했다.
이정희 기자 goforit@kcwn.org
2003-01-20-18:00
** 비정규공대위는 이날 다음과 같은 법 개정 요구사항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비정규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법 개정 요구사항(요약)
1. 균등대우 원칙규정(근로기준법 제5조 개정)
– 근로기준법 제5조(균등처우)의 차별금지 사유에 ‘고용형태’를 추가하여 명시해야 함.
–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해야 함.
2. 기간제 근로의 엄격한 제한(근로기준법 제23조 개정)
– 근로계약은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하고, 기간제 근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함.
– 기간제 근로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하고 계약기간을 명시해야 하며, 이 중 1가지 요건이라도 충족되지 않을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야 함.
– 기간제 근로를 사용한 경우, 그 기간 만료 후 2년 이내에 동일한 업무를 위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함.
3.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3권 보장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를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라 하더라도 특정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도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해야 함.
–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정의를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라도 하더라도 당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고 명시해야 함.
–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사용자의 책임회피 및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착취를 방지해야 함.
–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에 노동조합 가입, 결성을 이유로 한 도급계약 해지 등을 불이익취급의 형태로 명시해야 함.
4. 단시간 노동자 보호(근로기준법 제10장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신설)
– 단시간 근로자의 정의를 통상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30% 이상 짧은 자로 함으로서 명목상의 단시간 근로자는 통상근로자로 인정해야 함.
– 현행 소정근로시간이 현저히 짧은 단시간 근로자(1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별도로 취급하는 규정을 삭제해야 함.
– 사용자가 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근로조건을 기재한 근로계약서를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하고, 통상근로자를 본인 의사에 반해 단시간 근로자로 전환할 수 없도록 하고 단시간 근로자가 통상근로자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하는 때에는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함.
– 단시간 근로자의 초과근로를 엄격히 제한하고 초과근로에 대하여 할증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단시간 근로자의 임금계산, 주휴일과 연월차휴가의 적용 등에 관한 취업규칙 작성과 변경은 시행령이 아닌 모법에서 규정해야 함.
5. 근로자파견법 폐지
–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폐지하여 직업안정법상의 직업소개와 근로자공급사업으로 일괄 통합하되 근로자공급사업을 엄격히 규제해야 함.
– 폐지 전이라도 대대적인 행정감독을 통한 불법파견 적발과 처벌이 절실함.
6. 소외된 노동자의 안전, 건강에 대한 기본권 보장
– 산업안전보건법 및 관련 법규에 차별금지 규정 명시화
– 비정규직, 여성, 고연령, 저연령, 외국인노동자의 안전보건지원 프로그램 확대
– 간접고용의 경우, 원청 및 사용업체의 안전보건 책임소재 명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