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골병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근로복지공단 규탄한다!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했다. 지난 2월 2일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에서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 오천수 동지가 산재요양신청 불승인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자신의 몸을 불사르려 한 것이다. 오천수 동지는 다행히 몸에 불이 붙는 상태는 피할 수 있었으나 경찰과 소방관의 무자비한 과잉 대응으로 소화기 분말을 너무 많이 마셔 목포 한국병원에 입원할 정도였다.

노동조합 산업안전차장으로 활동하던 2003년 오천수동지는 이미 현장에서 일하며 발생한 만성요추염좌와 근막통 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하지만 2003년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을 책임지기 위해 당시 노조간부들은 자신들의 산재요양 신청을 미루기로 결의하였다. 임기를 마친 후 오천수 동지를 포함한 당시 노조간부와 대의원들은 산재요양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이중 4명에 대해 ‘노동조합에 상근하며 현업에 종사하지 않았다’며 이유로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삼호중공업의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1인1조 작업의 문제점은 이미 작년 120명의 조합원이 산재요양을 승인받은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투쟁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난 바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4명이 중대재해와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도 삼호중공업이 “골병과 죽음의 현장”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

이번 현대삼호중공업 동지들에 대한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의 불승인 판정은 작년 한해 집단요양투쟁을 위해 헌신한 동지들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또한 부족한 인력, 높아져만 가는 노동강도로 전국의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직업병에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오히려 자본의 뜻에 따르는 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반노동자적 행태는 비단 목포지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집단요양투쟁에 잠시 주춤하던 자본이 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의 조직적인 대응을 시작하자, 이에 뒤질세라 근로복지공단 각 지사에서는 산재요양 신청 불승인을 남발하는 한편, 산재노동자들에게 강제요양종결을 자행하고 있다. 작년 10월 공단 인천북부지사가 발전소에서 십년 이상 일하다가 목디스크를 얻은 노동자와 주물공단에서 300kg짜리 수레를 하루종일 밀고다니던 노동자의 산재신청을 불승인했다는 사례는 근로복지공단 각 지사들의 수많은 불승인 사례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의 뜻을 알리려 했던 오천수 동지는 유서에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자문의사놈들 불러 앉혀놓고선 의학적 소견이라면서 수술이 필요한 요양자도 종결, 디스크가 악화되면 병신이 되는 요양자도 종결, 산재승인도 회사놈들 눈치보면서 불승인을 하고…”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 행태를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목숨을 건 노동자의 절규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오히려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법적 조치’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의 책임이 다름 아닌 근로복지공단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산재요양 불승인 판정의 남발과 요양자에 대한 강제요양종결을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자본의 눈치만 살피는 지금의 행태를 당장 중지하지 않는다면 현대삼호중공업 뿐만 아니라 전국 노동자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장은 이번 사건의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
책임자를 처벌하고 산재신청을 즉각 승인하라 !
근로복지공단은 반노동자적 불승인, 강제요양종결 즉각 중단하라!
오천수 조합원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

2004년 2월 4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