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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일용노조 공안탄압에 대하여”
도대체 공안당국이 말하는 이들의 죄는 무엇인가?
2003년, 한 해에만 건설노조에 가해진 공안탄압으로 인해 포항 2명, 대전 6명, 천안 2명 등 이미 10명의 동지가 구속되었고, 11명의 동지가 수배 상태에 놓여 있다. 구속된 동지들은 차디찬 감옥에서, 수배된 경기서부 동지들은 명동성당 들머리에 천막 한 채 쳐놓은 채 12월 9일부터 현재까지 무려 60여일간 살을 에이는 강추위를 견뎌내며 온몸으로 공안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
도대체 공안당국이 말하는 이들의 죄는 무엇인가?
검.경은 지역건설노조의 조합원 대부분이 원청사로부터 공사의 특정한 부분을 하도급 받은 하도급업체에 고용된 자들이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려고 한다면 하도급업체와 체결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 책임도 없는 원청사와 협약 체결을 요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또한 노조 전임자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사용자의 동의하에 근로제공을 면제 받고 노조업무에만 전념하는 자이므로 사용자와의 고용관계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지역건설노조의 간부들은 건설현장과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지 않고 노동조합이 추천한 전임자이므로 전임자의 자격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따라서 권리가 없는 자가 부당한 금품인 전임비의 갈취를 목적으로 책임이 없는 원청사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거부할 시 집회 및 위법 사실에 대한 고소고발 등의 방법으로 사용자를 협박해서 협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공갈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설자본은 피해 당사자이고, 건설현장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개선하고자 헌신적으로 활동한 건설현장의 조직가들은 전부 피의자이다.
원청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이유
1) 건설현장에서 원청사의 법적 책임 근로기준법 제43조와 제93조, 산업안전법 제29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조, 건설근로자의고용개선등에관한법률 제10조는 수차에 도급에 의하여 행해지는 사업의 경우에도 원청사를 법적인 책임주체로 본다.
단체협약 |
비고 |
제 1장 총칙 | 원청의 실질적 권한 |
제2장 인사 | 원청의 실질적 권한 |
제3장 임금 | 원청의 법적책임, 실질적 권한 |
제4장 복지후생 | 원청의 법적책임, 실질적 권한 |
제5장 노조활동보장 | 원청의 실질적 권한 |
제6장 산업안전 | 원청의 법적 책임 |
▲ 지역건설노조와 원청회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주요조항 |
2) 건설현장에서 원청사의 실질적 책임 기성(노임) 관리, 안전관리, 환경관리/고용보험/퇴직공제 관리, 현장 작업환경 관리, 공정관리.. 등등 건설현장은 평균 3-4단계, 심하게는 7단계의 중증화된 불법 하도급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한 현장에 300명의 현장 노동자가 있으면 평균적으로 10명 정도만이 원청에 직접 고용되어 있고, 290명 정도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안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수주산업이라는 건설산업의 특성상 현장에서의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사의 지위는 강력하기 이를데 없으며 하청업체는 자신이 도급 받은 특정 공정만 끝나면 다른 현장으로 옮겨가므로 아무런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또한 건설노조가 요구하는 단체협약안의 모든 내용이 원청이 법적, 실질적 책임과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는 부분에 해당한다.
다단계하도급이 일반화되어 있는 건설현장의 경우 원청사와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일반화되어 있다. 건설산업연맹이 가입되어 있는 건설노조의 세계 최대 연합조직인 국제건설목공노련(IFBWW)은 세계 유수의 건설회사들과 그 회사가 세계 어느 곳에서 현장을 개설하던 그 현장 노동자들의 소속 여부나 조합원 여부와 관계 없이 적용될 수 있는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있고, 독일과 호주의 건설산업노조들도 원청업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자본과 검찰의 야합에 의한 공안탄압
2000년 10월, 안산에서 당시의 안산지역건설노조(현 경기서부지역건설노조)와 5개 대형 건설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래 전국적으로 350개 대형 건설현장이 노동조합과 교섭을 통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건설노조의 현장사업이 일정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안정화되는 시점에 건설자본은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활동들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건설사 인사관리자들의 임의조직인 건인회(회장 김종섭)는 2001년 이후 총회 등의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지역건설노조 활동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였으며, 2002년에는 85명의 건설사 관리자들의 연대서명을 받아 노동부 장관에게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최근에는 태평양법부법인의 이정한 변호사를 통해 ‘전임비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등 건설일용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으며, 대형 건설사 30여개 사가 참여하는 한국건설경제협의회(회장 민경후 두산건설 회장)도 노무담당 부장 회의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지역건설노조 활동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었다.
이런 와중에 2003년 9월을 기점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전면적인 검.경의 공안탄압이 시작되었다. 경찰은 노동사건에 아무런 지식도 없는 강력계 형사들에게 변호사, 노무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 가칭 전문가집단에게 수차례에 걸쳐 건설자본의 논리만을 주입시킨 후 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수사를 하고 있으며 도주의 우려가 없는 산재 1급 장애인마저 구속수사를 하는 등 수사과정에서 인권유린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법정에서도 건설사 관리자들이 협박받은 적 없고 자율적인 교섭에 의해 협약을 체결하였다는 진술을 계속 내놓고 있으며, 경찰 조서 자체를 번복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전국으로 공안탄압을 확대해가는 야만을 자행하고 있다.
이러한 건설자본과 검.경의 움직임을 봤을 때 현재 진행되는 건설노조에 대한 공안탄압은 건설자본의 조직적 로비에 의한 검찰의 청탁수사가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요즈음 연일 뉴스와 신문을 장식하는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보도를 보면 거대 재벌 모두가 건설계열사를 이용해서 비자금을 조성했다. 건설현장은 자본에게 있어 철저하게 비자금을 조성하는 루트로 활용되고 있다. 작년 5월에 건설산업연맹에서 현장 소장 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패설문보고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공사대금의 0.54%가 대관사업비로 쓰여진다고 밝혔다. 대관사업비의 지출처에는 노동부, 언론사, 경찰, 시군구청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런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의혹은 더욱 확실해진다. 명시적 고발인이 없는 형사사건, 노동조합 간부들을 일방적으로 피의자로 간주하고 강력계가 수사하는 이번 사건은 건설자본의 요구에 화답한 검찰이 철저히 기획해서 진행하는 건설자본의 대리인으로서의 탄압이다.
▲ 매주 수요일 저녁7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리는 건설노조 공안탄압분쇄 결의대회에서 이준모 경기서부 전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김병융 |
공안탄압에 대한 대응
현재 명동성당에서는 11명의 수배자들이 건설노조 공안탄압 분쇄와 원청 단체교섭권 쟁취를 위해 장기간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건설산업연맹은 중앙위원회 결의를 통해 공안탄압분쇄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공안탄압에 대응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를 비롯한 13개 시민사회단체가 지원대책위를 구성하여 건설노조의 투쟁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하고 있다. 민변은 전국 14인의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해서 민주노총 법률원과 함께 법정 투쟁을 지원하고 있고, 국제건설목공노련은 공안탄압에 대한 국제연대를 조직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모순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있는 건설현장을 바꾸어내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쏟아 투쟁할것이다.동지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연대를 부탁 드린다.
송일환 (전국건설노동자 무료취업센터 소장) laborsong@korea.com